깻잎&관자
by 이준 셰프(스와니예)
개인적으로 우리의 재료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좋아해 깻잎을 택했다. 한국의 허브인 깻잎은 들깨의 잎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비슷한 향취의 허브를 찾기 힘들다. 깻잎은 그 자체만으로도 잡내를 잡아주어 향이 강한 음식들에 잘 어울리는 편이어서 녹진한 향, 위스키나 코냑에서 오는 숙성된 향들과 매치해도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향의 조합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허브이기도 하다. 깻잎은 기본적으로 민트 계열의 화사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풀 내음과 잔향이 강해 우리나라에선 보통 고기와 곁들여 먹는데, 해외의 경우 향이 강한 허브들은 의외로 단맛 나는 재료와 잘 어울린다. 예전 스와니예에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깻잎, 그리고 들기름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기도 했다. 거기에 착안해 단맛을 지닌 해산물인 관자와 훈연한 프로마주 블랑, 그리고 당근 퓌레를 이용해 풀 내음이 향긋한 단맛을 구현하는 동시에 훈연 향을 통해 깻잎 향과 비슷한 뉘앙스의 조화를 이루어보았다.
깻잎을 곁들인 관자 요리 레시피
➊ 관자를 버터와 함께 팬에 굽는다. ➋ 남은 버터에 코냑, 셰리 식초, 다진 깻잎을 넣고 끓인다. ➌ 양파 50g과 당근 250g을 얇게 썰어 버터에 천천히 볶은 뒤 닭 육수 100g을 넣어 끓인 후 블렌더에 곱게 갈아낸 다음 소금, 후추로 간한다. ➍ 완성된 당근 퓌레와 훈연한 프로마주 블랑, 그리고 관자를 접시에 올린다. ➎ 그 위로 깻잎 글레이즈를 뿌리고, 깻잎과 다진 동충하초로 장식한다.
고수&비프
by 김석환 셰프(메종 드 라 카테고리)
고수는 주로 동남아, 인도, 중국 등지에서 선호하는 허브지만, 최근 유럽을 비롯해 중남미까지 세계 각국에서 폭넓게 사용한다. 타코에 고수를 곁들여 먹는 것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특유의 향으로 비린내를 없애고 향미를 돋우는 허브지만, 강렬한 개성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비프 타르타르의 재료로 마블링이 적지 않은 한우 안심 투 플러스를 사용하고, 고수를 곁들여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레몬의 산미가 은은한 고수 향과 잘 어우러지도록 조합해보았다. 이탈리아 요리인 비프 타르타르에 으레 곁들이는 루콜라와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미를 자아내며, 날것의 소고기에 신선한 킥이 되어준다.
고수를 얹은 비프 타르타르 레시피
➊ 다진 한우 안심 90g, 디종 머스터드 3g, 홀그레인 머스터드 6g, 케이퍼 베리 4g, 적양파 다이스 15g, 레몬 오일 2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6g, 코니숑 3g, 타바스코와 우스터 소스 약간, 소금과 후추를 볼에 넣고 잘 섞은 후 접시에 보기 좋게 펼쳐 담는다. ➋ 고수, 생트러플, 적프릴, 달걀노른자 등을 곁들여 올린다.
로즈메리와 딜&보리굴비
by 정호균 셰프(르지우)
로즈메리는 향이 진해 육류 특유의 누린내를 제거하는 데 주로 사용하며, 레몬과 함께 활용하면 항균 작용이 배가된다. 딜은 상쾌한 풀 향이 특징으로 생선의 비린내와 발효 음식의 퀴퀴한 냄새를 줄여준다. 다른 허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향이 강하지 않아 요거트나 생선 카르파치오 등 가열하지 않은 음식에 주로 사용하고, 가열 음식의 경우 마지막 토핑으로 올린다. 굴비 파스타를 개발하며 굴비의 깊은 맛을 끌어내기 위해 40% 정도 건조한 보리굴비를 사용해보니 맛도 깊어지고 육질도 탄탄해졌지만, 상대적으로 특유의 비린 맛이 잡히지 않았다. 월계수, 바질, 타임 등의 많은 허브를 테스트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서 로즈메리를 넣어보았는데 비린 맛은 잡았지만 향이 너무 강해 굴비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로즈메리에 열을 가해 전 처리를 하고 필요한 향만 입히니 절묘하게 비린 맛이 사라졌다. 한편 딜로 상쾌함을 더해 다소 거친 맛의 밸런스도 잡았다.
로즈메리 굴비 파스타 레시피
➊ 보리굴비의 껍질과 뼈, 살을 분리한다. ➋ 뼈는 살짝 구워 육수를 내고, 로즈메리를 넣어 향을 가미한다. ➌ 팬에 슬라이스한 마늘을 볶다가 굴비 살을 넣고 볶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다. ➍ 로즈메리 향이 가미된 육수에 준비된 재료를 넣고 센 불에 끓여 비린 향을 날려준다. ➎ 데친 생면과 정제 버터를 넣고 비벼준다. ➏ 레지아노 치즈를 넣고 그릇에 담아낸 뒤 바삭하게 튀긴 껍질을 부숴 올린다. ➐ 딜을 올리고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뿌려 낸다.
시소&닭가슴살
by 천관음 셰프(코슌)
시소는 스파이시하며 따뜻한 성질과 맛을 지닌 허브다. 또 오니기리 등 도시락과 곁들이면 밥이 상할 염려가 없을 정도로 항균 작용이 뛰어나다. 시소는 흔히들 날생선 요리와 매치하는데, 나는 시소의 개성 있는 향과 내음이 닭의 밋밋한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시에 닭의 균과 잡내도 잡아주는 효과가 있어 시소와 닭가슴살을 페어링해봤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이탈리아 천일염과 양송이 페이스트를 곁들이고 우메보시와 유자 시소를 갈아 만든 바이니쿠 소스를 얹어 미각적, 시각적 포인트를 주었다.
시소 닭가슴살 말이 레시피
➊ 닭가슴살은 2cm 두께로 12g 정도 포를 뜬다. ➋ 양송이버섯 100g, 파프리카 파우더 50g, 버터 150g,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섞어 양송이 페이스트를 만든다. ➌ 닭가슴살 한 포마다 양송이 페이스트 5g을 넣고 시소로 감싸 말아 꼬치에 꿰어 굽는다. ➍ 시소 20g, 매실 300g, 유자 페이스트 30g을 섞은 바이니쿠 소스를 구운 꼬치 위에 포인트로 올린다.
루콜라&바지락
by 전상윤 셰프(스시 카이세이)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루콜라는 아르굴라라고도 하며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자주 곁들여 먹는 허브로, 고소하고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보편적으로 즐겨 먹는 허브로,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높아 건강에도 좋다. 주로 파스타나 피자 같은 요리, 로스트비프나 스테이크 같은 육류와 곁들이지만, 해산물과 함께해도 신선한 조합을 이룬다. 나는 평소 오일 파스타와 루콜라를 즐겨 먹는데, 정형화된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더라도 루콜라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조합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3월은 바지락이 제철이다. 해산물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바지락 술찜은 신선한 루콜라의 쌉쌀한 맛과 어우러지면 느끼함이 줄어들고 고소함이 배가된다.
루콜라 바지락찜 레시피
➊ 해감한 바지락을 물에 20분 정도 담가둔다. ➋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 바퀴 정도 녹인 뒤, 바지락을 3분 정도 볶다가 청주를 자작하게 붓는다. ➌ 바지락이 입을 열면 접시에 담아낸다. ➍ 그 위에 루콜라를 먹기 좋게 올려서 남은 열로 숨이 죽게끔 하면 완성이다.
펜넬&한치
by 박무현 셰프(무오키)
펜넬은 고대 로마에서 유래한 잎과 씨를 허브로 사용하는 펜넬과 뿌리를 주로 사용하는 플로렌스 펜넬 두 가지로 나뉜다. 수세기 동안 펜넬은 요리의 잡내 제거와 기름기를 중화하는 데 이용되었으며 이뇨 작용과 해독 작용,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비만 방지와 요로결석 증상에 활용하기도 한다. 요리 재료로서 펜넬은 향긋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며, 잎은 딜과 흡사하다. 나는 평소 펜넬 잎뿐 아니라 뿌리를 사용하는 플로렌스 펜넬을 매우 얇게 저며 얼음물에 담갔다가 아삭한 식감을 살려 신선하게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주로 가벼운 샐러드에 활용하는 편이지만, 이번 요리에서는 새롭게 안초비 아이올리와 함께 버무려 수비드한 한치에 함께 활용했다. 부드럽고 쫄깃한 한치와 짭조름한 안초비에 신선한 펜넬을 조합해보니 맛과 식감의 밸런스가 좋아 펜넬 잎, 상큼한 과일과 유자를 더해 요리를 완성했다. 펜넬의 아삭한 식감, 한치와 안초비, 도미살의 만남인 이 메뉴의 이름은 ‘바다’로 정했다.
펜넬을 곁들인 한치 요리 레시피
➊ 펜넬 잎, 얇게 슬라이스한 플로렌스 펜넬 뿌리를 얼음물에 담갔다 꺼내 아삭한 식감을 살린다. ➋ 한치는 55℃에서 20분간 저온 조리한 뒤 얇게 채 썰고, 안초비는 케이퍼, 파슬리, 마늘을 섞어 아이올리 소스를 완성한다. ➌ 유자 원액은 시럽 물과 젤 소스로 준비한다. ➍ 모스카토 와인, 화이트 와인 비니거, 설탕을 2:2:1 비율로 섞고, 타임, 마조람을 조금 넣어 끓은 뒤 식혀 만든 차가운 피클액에 얇게 포 뜬 도미살을 5분간 피클링한다. ➎ 접시 위에 한치와 안초비 소스, 소금, 후추를 버무려 담고, 피클링한 생선, 큐브 형태로 썬 과일, 신선한 펜넬 잎을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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