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The new Passat GT 2.0 TDI 4Motion
전장 4,775mm 전폭 1,830mm 전고 1,460mm 축거 2,786mm 엔진 I4 싱글 터보 2.0 TDI 배기량 1,968cc 최고출력 190hp 최대토크 40.8kg·m 변속기 7단 DSG 구동방식 사륜구동 복합연비 14km/L 가격 5천3백90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① 치밀함의 극치
폭스바겐 파사트가 가장 좋은 차라고 함부로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파사트가 가장 치밀하게 만들어진 차라는 얘기는 할 수 있다. 유리처럼 편평한 철판을 차갑도록 날카롭게 접어 만들었다. 측면 캐릭터 라인에 손을 가져가는 게 사뭇 겁이 날 정도다. 빌딩 숲 사이를 오가는 비즈니스 세단이라서, 반듯반듯한 고층 건물이 매끈하게 반사되는 걸 감안했다고 한다. 뺄 수 없을 때까지 모두 없앤 ‘심플’한 형상에, 철판의 품질이나 조립 간극 등이 집요하게 맞아떨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짝 안쪽이나, 트렁크 안쪽, 보닛의 안쪽 면까지도 매끈하게 다림질했다. 주유구 안쪽을 전자제품 수준으로 다듬어놓기까지 했다. 실오라기 하나, 약간의 구김까지도 용서하지 않는 고급 수트 느낌이다. 파사트 GT는 이번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약간 넓어졌다. 이전 모델은 너무 ‘직선-직선’ 했는데, 신형은 약간의 사선을 더하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테일램프도 행커치프를 하나 꽂은 것처럼 ‘살짝’ 멋을 부린 느낌이다. 눈썰미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바뀐 게 뭐냐”라고 할 정도로 ‘약간’ 부분변경이다. 이전 모델이 너무 치밀하게 디자인돼서, 라인 하나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
② 운전대가 참 편해
신형 파사트 GT를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건 ‘운전대’다. 파사트 GT는 부분변경하면서 정전식 감지 센서가 들어간 운전대를 집어넣었다.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을 전자적으로 감지해서 판별하는 장치인데, 말로 들어서는 잘 모르니, 직접 경험해보길 권한다.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지 감시하는 장치는 법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장치다. 차선유지장치가 있는 차는 사실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도로에선 스스로 운전대를 돌리면서 몇 시간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손을 놓고 운전하는 건, 운전에 소홀해질 수 있고,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법적으로 10여 초 이상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경고를 하도록 정했다. 이후 자동차 회사들은 운전대에 무게를 감지하는 장치를 달기도 했고, 운전대가 슬쩍슬쩍 돌아가는지 감지하는 장치를 달기도 했는데, 그중 최고는 파사트 GT에 달린 ‘정전식’ 감지 장치다. ★★★★
③ 유럽 느낌, 미국 느낌?
자동차 대량 생산이 본격화되던 1970년대 초반에 파사트가 처음 나왔다. 초창기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패스트백 스타일이었지만, 1980년대를 지나면서 글로벌 세단이 됐고, 전 세계 곳곳에서 두루 먹힐 수 있는 세단 형태로 거듭났다.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세단형에 쿠페형 세단, CC가 추가됐고, 2011년에는 유럽형 파사트와 미국형 파사트를 다른 느낌으로 따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름도 같고, 생긴 것도 얼추 비슷했지만, 사이즈부터 다르고, 엔진도 다르고, 주행 느낌이나 마무리 수준까지 많이 달랐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미국 파사트가 들어왔는데, 기존 파사트와 달리 ‘넓은 공간’과 ‘가성비’ 등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는 파사트 GT는 유럽 파사트다. 심플한 디자인에 저속 토크가 압권인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 팽팽한 승차감과 고속 주행감까지 얹은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이이다. 파사트 GT는 신형으로 거듭나면서 반자율주행장치 등의 전자 장비를 대폭 보강했다. 차선을 따라 운전대를 자동으로 돌리는 차선유지장치가 더 똑똑해졌고, 앞차의 출발을 감지해 바로 시동을 거는 기능도 더해졌다. ★★★
+FOR 첨단 전자 장비가 많다. 동급 최고 수준일 듯.
+AGAINST 나 오늘 바뀐 거 없어?
안정환 <모터트렌드> 에디터
‘차덕후’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패션 잡지를 보는 자동차 기자.
① 범생이 세단
반듯한 모범생. 파사트 GT의 첫인상이다. ‘세단의 정석’을 달달 외워서 만든 것처럼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모습을 나타낸다. 화려한 기교를 부려 억지로 시선을 끄는 타입이 아니다. 깔끔한 차림으로 정중한 표정을 짓는 모범생 스타일. 요즘 많은 차가 화려한 컬러를 입어가며 트렌드를 좇지만 파사트 GT는 무채색 계열의 수트만 입을 뿐이다. 너무 정직하고 반듯해서 재수 없을 정도인데,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하다 보니 만듦새 하나는 최고다.
단차는 찾아볼 수도 없고, 모든 이음매는 정교하게 맞물린다. 실내 역시 공대생 스타일. 펜으로 쓱쓱 그린 스케치가 아니라 제도기구로 정밀하게 그려낸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시트만 봐도 그렇다. 반듯한 모양에 간결한 가로줄 몇 개 넣은 게 유일한 장식이다. 특히 헤드레스트는 찜질방 베개처럼 투박하게 생겼는데, 막상 앉으면 묘하게 편하다. 인체공학 A+ 받은 공대 오빠가 만들어서 그렇다. 아무래도 차는 공대 오빠가 만드는 게 좋긴 하지만 요즘은 융합 시대가 아니던가. 미대 오빠한테 감성을 조금만 배워왔으면 좋겠다. ★★★
② 높아진 IQ?
이미 모범생인데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더 똑똑해졌다. IQ를 높였는지 파사트 GT에 들어간 첨단 기능 이름 앞에 IQ를 내세운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는 ‘IQ. 드라이브’, 새로운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에는 ‘IQ. 라이트’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사실 경쟁 모델들에도 대부분 들어가는, 이제는 조금 흔해진 기술이다. 그리고 이미 기존 파사트 GT에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있었다. 다만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센서를 사용해 부분 자율주행 범위를 늘렸다. 제스처 인식 기능도 새롭게 들어간다. 옆 사람에게 뽐내기 좋고 첨단 느낌 팍팍 나는 기능. 기대를 안고 검지를 모니터 앞에서 휙휙 돌려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BMW에선 이렇게 하면 볼륨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파사트 GT가 인식할 수 있는 제스처는 딱 하나다. 손바닥을 펴고 절도 있게 휘둘러야 화면을 넘기거나 다음 곡 재생이 가능하다. 그것도 인식이 잘됐을 경우만. 허세 좀 부려보려고 무턱대고 손을 흔들어댔다가는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냥 터치로 조작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다. ★★
③ 국산 세단 이길 수 있겠어?
파사트 GT는 아주 잘 만든 중형 세단이다. 세단을 공부할 거라면 파사트 GT를 보고 배우면 된다. 분위기가 조금 심심하긴 해도 완성도만큼은 전교 1등이다. 늘 그래 왔듯 폭스바겐은 자동차 만들기에 항상 진심이다. 파사트 GT에 들어간 2.0 TDI 엔진은 딱 적당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고작 그것밖에 안 돼?”라는 걱정은 접어라. 잘 달리기로 유명한 BMW 320d도 파사트 GT와 똑같은 힘을 낸다. 물론 주행 감각은 서로 결이 다르지만 파사트 GT 역시 나름 탄탄한 주행감을 자랑한다.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세련된 승차감. 일단 스포티하게 생긴 아테온보다는 확실히 부드럽다. “나는 점잖으면서 실용적인 세단이 필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파사트 GT가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문제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세단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이다. 같은 가격으로 더 크고, 더 고급스럽고, 더 힘센 차를 살 수 있다. 파사트 GT는 분명 잘 만들어진 차지만, 소비자가 알아줄지는 의문이다. ★★★☆
+FOR 잘 만든 세단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파사트 GT.
+AGAINST 너무 범생이 스타일이라서 소비자에게 따돌림당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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