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므라즈의 ‘Geek in the Pink’와 에드 시런의 ‘You Need Me, I Don’t Need You’가 다른 건, 에드 시런은 ‘Take It Back’과 이후 ‘Antisocial’ 같은 곡을 냈다는 점, 그리고 래퍼 옐라울프와 협업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싱어송라이터고, 재간 넘치게 랩을 활용했지만 에드 시런은 랩이라는 기술 외에 장르 자체를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담았고, 제이슨 므라즈는 형식을 가져왔다. 곡에 랩을 담는 것과 작품에 힙합을 담는 것은 다르다. 후자인 에드 시런은 힙합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곡 ‘Shape of You’에서는 댄스홀이 있고 그가 참여한 앨리샤 키스의 ‘Underdog’에는 리듬 앤 블루스가 있다. 여기에 메이저 레이저, DJ 스네이크의 곡을 쓴 것까지 생각하면 에드 시런의 음악 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트렌드와 장르가 있다.
30호를 이야기하면서 에드 시런으로 운을 뗀 이유는, 최근의 싱어송라이터들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는 점과 비교해 ‘30호’라는 장르를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싱어게인> 1라운드 중 30호는 진행자인 이승기가 ‘장르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30호입니다’라고 답한다. 여기서 심사위원들은 극적인 리액션을 더했다. 대단한 것도 맞고, 좋은 것도 맞지만 2021년을 살아가는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어쩌면 기본에 가까운 덕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물론 그 대답도, 음악도 훌륭했다. 그러니까 나도 에드 시런이랑 30호를 비교하고 있겠지.
30호. 물론 이승윤이라는 이름이 있고, 본인의 밴드인 ‘알라리깡숑(Alary Kansion)’도 있다. 지금까지 솔로와 밴드를 포함해 10개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주로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홍대에 기반을 둔 인디 밴드의 보컬이자 자신의 것을 펼치는 재능 있는 음악가를 소개하는 정도의 문장이다. 그런데 여기에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나 더하고,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이 가진 것을 경연이라는 포맷에 맞게 분출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엄청난 리액션을 던지며 불붙은 분위기에 기름을 더한다. 이렇게 ‘하입(Hype)’이 생겼고, 불과 얼마 전까지 언플러그드에서 공연하던 30호는 서태지와 비교되었다. 족보를 알 수 없다는 평가와 함께.
다시 돌아와서 30호를 에드 시런과 비교한 이유는, 에드 시런의 음악은 한 가지 장르를 넘어 장르라는 카테고리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30호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인물이기도 하다. 30호의 장점이나 가능성을 설명할 때 어떤 방법을 써야 쉽게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서태지만큼 과감한 비교인지 모르겠지만 단번에 생각났다. 에드 시런은 우선 인터넷 세대에 걸쳐 있다. 니즐로피와 같은 생소한 포크 음악가부터 에미넴까지, 비틀스부터 웨스트라이프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들었고 그 덕에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발로 뛰었다. 어릴 적부터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해왔다. 물론 에드 시런은 경연의 시대에 경연을 거치지 않은 스타였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는 있지만, 경험과 음악적 자산이라는 두 가지 공통분모는 지금의 30호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30호는 여기저기서 그의 본명이 언급되고 그가 속한 밴드의 인지도도 조금씩 오르는 중이다. 물론 전작을 들었을 때 그가 무대에서 선보인 ‘치티치티 뱅뱅’만큼 강렬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은 또 하나의 좋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호감을 전제로) 만나게 된다. <싱어게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의 음악적 기반에서 더 많은 걸 더 독특하게 끌어내고 풀어 쓰게 만들었지만 그런 다양한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예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게인 주의’는 ‘치티치티 뱅뱅’과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고, 그의 이전 라이브를 보면 이미 무대 위의 모습만큼은 완성형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솔로로 선보인 음악을 들어보면 이 사람이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사라질 유형의 가수가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좋은 음악가라는 이야기다.
30호라는 장르는 단순히 장르와 장르를 섞는, 장르 블렌딩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끝과 끝을 섞을 수 있는-그렇게 다양한 것을 체화한 사람이라면 가능한-사람이기에 ‘장르가 30호’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에드 시런과의 공통점을 하나 더 말한다면, 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느덧 벌써 (2021년을 기준으로) 오래되었다고 여겨지는 록 장르를 신선하게 풀어냈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음악을 잘 안다고 하는 이들도 그에게 애정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그의 작품을 보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에 관한 탐구나 사회 현상에 관한 고찰까지 담겨 있다. 특히 직접 쓴 앨범 소개글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솔직하고 재치 있지만 진지함에 깊이까지 있다.
여전히 세상에는 수많은 30호가 살고 있고, 동시에 세상은 더 많은 30호를 필요로 한다. 음악 플랫폼 바이브가 ‘내돈내듣’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 스트리밍이 진행되는 음악가에게 수익이 갈 수 있게끔 정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은 소수의 인물이 다수의 파이를 잡고 있다. 그것 또한 경쟁의 결과라면 할 말은 없지만, 솔직히 나머지 적은 파이 안에 있는 다수의 음악가 중에는 소수의 인물보다 더 좋은 음악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30호가, 그리고 이 시간에도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 30호들이 자신만의 장르를 통해 더 많은 파이를 점령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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