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엠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 의도했던 슈퍼엠의 방향성은 무엇이었나?
데뷔한 상태에서 새로운 팀을 꾸리는 건 재밌고도 어려운 시험이다. 핵심은 멤버들의 조화다. 멤버 개개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면 시너지가 발생하겠지만 자칫하면 각자 따로 노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슈퍼엠으로서 멤버들이 융합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논의했다. 목표는 한 팀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슈퍼엠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
춤을 추다 보면 멤버 개개인의 색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나에게 맞는 느낌이 있고, 카이에게 맞는 느낌이 다르다. 각자의 개성보다 슈퍼엠이라는 팀으로서 새로운 느낌이 나오길 바랐다. 슈퍼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시험을 강행했다. 머릿속에 명확한 그림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정답이 있을 거란 확신은 있었다.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다 보니 안무가가 고생을 많이 했다. 최종 안무는 처음 안무와 정말 많이 달라졌다. 특히 타이틀곡 ‘One(Monster & Infinity)’은 안무 수정을 진짜 많이 했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슈퍼엠을 주목했다. 해외 팬들은 K-팝에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슈퍼엠은 전 세계, 특히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 미국은 슈퍼엠이 주력으로 활동하는 곳이고, 사실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꿈꿔왔던 시장이기도 하다. 전에 비하면 K-팝의 인지도가 많이 향상됐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회사가 펼쳐온 노력이 빛을 보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미국 시장의 문을 직접 두드리고 정확히 공략해보고 싶다. 과거 일본 시장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일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본 제작진과 함께 활동하는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미국에서도 <지미 키멜 라이브쇼>나 <엘런 드제너러스 쇼> 같은 현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인터뷰 등 현지화 전략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샤이니가 데뷔하던 12년 전에도 미국과 유럽에 샤이니 팬들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영국 애비 로드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꽤 오래전 일인데, 그때만 해도 해외의 K-팝 팬들은 아시아인만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를 보러 와주었다. 현지 팬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적잖이 충격받았다. ‘SM타운 월드투어 인 파리 공연’ 당시에도 유럽 팬들이 많이 찾아주었던 점이 기억난다. 그러한 흐름이 점점 넓어지면서 K-팝이 메이저로 올라선 게 아닌가 싶다.
지금 K-팝의 위상을 체험하면 감회가 남다르겠다.
물론이다. 그리고 빨리 외국어를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팬들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비주얼 아트도 좋고, 안무도 중요하지만 롱런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인 영어를 습득해야 한다. 일본 활동할 당시에는 일본어 공부를 진짜 열심히 했다.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해졌으니 이제는 영어를 배울 차례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우리를 더 알리고, 팬들과 유대감을 돈독히 하고자 한다. K-팝이 반짝 유행한 장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이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3월에는 솔로 콘서트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공연에 제약이 생겼다. 무대에서 공연할 수 없다는 것은 뮤지션에게 아쉬운 상황이다.
그렇다. 국내 활동은 공연에 비중을 둔 게 사실이다. 당시 큰 공연장을 대관했다. 솔로로서 서고 싶은 무대였는데, 팬데믹으로 공연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공연 준비가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낙담도 했고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건 사실이다. 그래도 격려해주는 팬들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고, 제작진과 함께 대화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비욘드 라이브처럼 비대면 공연은 무대 공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10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경기장은 한정적이지만 비욘드 라이브는 10만 명 이상 무한정 접속이 가능하다. 역으로 생각하면 공연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지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팬데믹이 끝난 후 팬들과 호흡할 수 있을 때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2020년의 목표로 삼을 수 있었다.
공연할 무대가 없다면 가상 공간에 무대를 만들면 된다는 뜻인가?
그렇다. 다시 관객을 대면했을 때 나 스스로 떳떳하고 싶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된다는 다짐을 했다.
아티스트들은 그렇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작업을 분석하고, 변화의 기준을 정립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지금 태민도 이러한 과정에 있다고 보인다.
사람들이 나를 봐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신인이라면 새로운 얼굴이라는 점에서 대중에게 신선함을 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준 상태라면? 대중의 기대치는 생각보다 크다.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커진다. 내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사람들이 나를 봐야 할 이유에 대한 고민이다. 수많은 가수들 사이에서 특별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드리는 게 가수의 숙제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겠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2020년에는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2>, 프롤로그 싱글 <2 KIDS>까지 크게 3개로 구분할 수 있다. 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었다. 앨범에 내 이야기를 포함해 내 아이디어와 생각을 담는 게 진정성 있으니까. 그러다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2>에서는 내 정신적인 부분을 가사로 풀어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내 상태, 내가 듣고 싶은 말 등을 멋지게 쓰지 않고 일기의 내용을 참고해서 담담하게 적었다. 내 이야기를 직접 부르는 게 더 와닿았다. 내 이야기를 노래할 때는 팬들에게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티스트의 일이고, 내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영역을 넓히고 싶다. 트랙부터 멜로디까지 전부 다 쓰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참여하고, 곡에 나를 담아내고자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쓴 가사라서 내가 부른다고. 어느 밴드의 보컬이 말했다. 자신의 이야기는 직접 노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도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쓴 곡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공감한다. 나 역시 팬들의 가슴에 내 노래가 닿길 바란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 가사가 철학적이어서가 아닌 진심으로 쓴 노랫말이기 때문에 마음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콘텐츠 경향도 진정성을 내포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는 웰메이드보다 진정성이 담긴 것들이다.
그런 이유로 힙합이 각광받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힘든 시절에 대해, 고민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다. 믹싱이나 마스터링이 완벽하지 않아도 가사의 진정성 때문에 찾아 듣게 되는 곡들도 있다. 진심이 담긴 곡을 사람들이 찾는 것은 그 곡이 청취자의 마음을 대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공감되는 가사, 나를 투영할 수 있는 가사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 같다.
데뷔 12주년이다. 지난 12년의 활동 중 가장 큰 변곡점은 언제였을까?
첫 솔로 활동이다. 첫 솔로는 나만의 음악 세계가 열린 시작점이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욕심이 너무 많았고, 야망이 컸다. 첫 솔로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또 인간 태민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에이어워즈 시상식을 제외하고 2020년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너무 많아서 꼽기 어렵지만, 최근 샤이니 멤버들이 모였던 순간이 가장 즐거웠다. 군대를 제대한 멤버들이 내 마지막 방송을 응원하러 일부러 찾아와주었다. 오랜만에 모이니 재밌더라.
2020년은 태민에게 어떤 해로 기억될까?
스펙터클한 해였다. 울고, 웃고, 즐겁고, 바쁘고, 놀고 할 거 다 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큰 성장도 있었고, 인내력도 늘었다. 놀고, 쉬고, 먹고 이런 것들을 잘 참아냈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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