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9>이 막을 내렸다. 후련하겠다.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라 이제 끝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앨범 준비하느라 바쁜 건 여전하지만.
지원한 계기가 있나?
실은 2019년에도 지원했었다. 여름 즈음이었는데 아직 내 곡이 없던 때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패기 있게 지원했다. 결과는 1차에서 바로 떨어졌다. 그래서 2020년에는 지난해에 느꼈던 서러움을 갚아보자며 다시 지원했다. 본선에 꼭 진출하고 싶었는데 문턱에서 떨어진 게 아쉽다.
지난해의 서러움을 야무지게 갚아줬구나.
그렇지. 하지만 이번 <쇼미더머니9> 디스전 때 가사를 실수했던 게 아직도 꿈에 나온다. 릴보이 형 얼굴이 둥둥 떠다니기까지 한다. 정말 생경하게….
<쇼미더머니9>이 카키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 그전까지만 해도 카키는 ‘아는 사람만 아는’ 뮤지션이었다. 왜 작업물을 공개하지 않았나?
내 능력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방’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의 4년 정도?
카키의 목소리는 그루비한 비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완전 동의한다. BPM이 80~90 정도인 그루비한 비트에 내 랩을 얹었을 때 그림이 가장 예쁜 것 같다. 어릴 때 뉴욕 기반의 힙합들을 좋아했었다. UGK라든지 제이 지, 제이 콜 같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빈지노 형의 광팬이었고. 그러한 아티스트들의 그루비한 감성을 이어받은 것 같다.
영감은 어떤 식으로 얻나?
처음 비트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완성된 곡에 그 감정이 실리면 희열을 느낀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대화에서 얻는 에너지는 음악을 만드는 데 큰 작용을 한다. 산책하면서도 영감을 얻는다. 자연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카키에 대해 찾아보니 문학 소년이던데?
최근에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시집도 많이 읽는데 이성복 시인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에는 좋은 기회를 통해 성복 선생님 작업실도 다녀왔다. 아버지처럼 대해주셔서 감사했고 영광스러웠다.
창작할 때 본인만의 원칙이 있나? 나름 지켜야 하는 것.
예전에는 ‘카니예 웨스트처럼 이 세상에 없는 걸 제시하는 사람이 될 거야’ 하는 포부가 있었다. 그런데 음악을 하다 보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요즘 추구하는 원칙은 ‘한 끗 차이’다. 남들과 다른 한 끗을 만드는 것이 나만의 색깔이 되는 것 같다.
그 ‘한 끗’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디테일하게는 글쎄…. 아,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발음을 어떻게 해야 좀 더 나다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가사를 써놓고 내뱉을 때도 곡 무드에 맞는 내 색깔이 나타나는 발음은 뭘까 고민을 많이 한다. 평소 들었던 발음 중 인상적인 것들을 수집하기도 한다. 영화나 사람들의 대화에서 들린 인상적인 발음을 적어놓는다. 그리고 작업할 때는 내 음악 외에 같은 장르의 음악은 안 듣는다.
그래서 요즘 듣는 음악은 뭔가?
항상 모닝송과 퇴근송을 듣는데, 요즘 모닝송은 스윙스 형의 ‘Upgrade 2020’이고, 퇴근송은 선 라이의 ‘San Francisco Street’다.
‘BASS’를 들었는데 ‘나비 효과’라는 단어가 꽂히더라. 특별한 의미가 있나?
나비 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내가 만든 곡은 내겐 큰 의미가 있는 곡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수많은 곡 중 하나일 테지. 하지만 언젠가 이 곡이 정말 큰 파도를 일으켜 전 세계로 퍼져나갈 거라는 마음을 담아서 가사에 ‘나비 효과’라는 단어를 넣었다. 발음도 예쁘지 않나? Butterfly-effect.
큰 그림이네.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스타일인가?
계획은 늘 세운다. 하지만 항상 수틀리더라. 그래서 큰 그림은 그려두지만 현재에 집중하려 한다.
최종 목표는 뭔가?
현재로선 빈지노 형의 피처링을 받고 싶다. 차트 1위도 해보고 싶고, 월드 투어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음악은 누군가 들어줘야 비로소 진정한 음악으로 거듭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게 최종 목표다.
<쇼미더머니9>이 끝나고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그만큼 고민도 커지겠다.
SNS 팔로워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관심을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하고 더욱 확대할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두 번째로는 다음 앨범이 내가 보여드린 기존의 스타일과는 달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그런 고민이 생겼을 때 카키의 돌파구, 원동력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거. 지금이 내게 가장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사랑이 아주 큰 돌파구다. 내겐 오랜 친구들이 있는데, 옆에서 나를 항상 지지해준다. 내가 곡을 만들면 언제나 가장 먼저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잘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효자 스웩.
일하지 않을 때는 뭐 하고 지내나?
영화나 유튜브를 자주 본다. 특히 ‘침착맨’을 아주 좋아한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새 EP 앨범 타이틀곡 제목이 ‘Midsommar’인 것만 봐도 영화를 좋아할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누군가?
쿠엔틴 타란티노. 그의 작품들처럼 B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하게 보여줄 줄 알고 그의 취향이 깊게 묻어있어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랑 <바 스타즈>가 최애다. 작품에 담긴 직선적인 메타포들과 특유의 통쾌함이 좋고, 최근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에선 영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좋다.
새해를 맞이해 다짐한 게 있을까?
음악적으로는 ‘얘 정말 죽을 둥 살 둥 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열심히 해서 완성도 높은 곡을 선보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새로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이 많은데 그분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는 것과 나, 최희태도 성장하는 것이다.
키우던 거북이 ‘볼드모트’도 또 한 번 새해를 맞았겠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함께했으니 벌써 10년이다. 원래 볼드와 모트 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어릴 때는 둘이 달리기 경주도 하고 했는데…. 어쨌든 나머지 한 마리가 그의 영혼을 이어받아 볼드모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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