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콜라스 밀러
Nicolas Miller @nickmillers
니콜라스 밀러는 198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서 전부터 뉴욕에 머물고 있다. 안개에 싸인 도시의 이미지처럼 쓸쓸하고 무거운 도시 이미지를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비나 눈이 내리는 날씨는 그가 선호하는 촬영 순간이다. 거대한 도시를 걷는 고립된 사람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작은 사람과 대비되는 거대한 구조물의 이미지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상징한다. 그는 영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외로움이 느껴지는 사진에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모래가 휘날리는 1970,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고전 영화를 즐겨 본다. 고전 영화에서 풍기는 바이브를 사진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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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는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고, 니콜라스 밀러는 명암의 대비가 거리에 어떻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지 정확히 아는 작가다. 절제된 색 표현과 뚜렷한 대비가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색과 빛이 든 자리에는 어김없이 누군가의 서사가 흐른다. 니콜라스 밀러의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오래된 필름 영화의 스틸 컷을 들여다보는 기분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그는 도심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그 시간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며, 또 우리의 삶 안에는 어떤 희로애락이 있는지를 빛과 색의 강약을 통해 그린다. 때때로 그의 사진 안에서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우리를 지나간 어떤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서사가 있는 거리 사진이 대부분 그렇듯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니콜라스 밀러의 사진에서만큼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다.
WORDS 김진빈(<디지털카메라매거진> 에디터)
2 타드 코마르
Thaddé Comar @thddcmr
타드 코마르는 1993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경제와 사회과학을 전공한 2014년부터 사진을 공부했다. 2018년 ECAL을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사회운동이나 시위에 깊게 집중했고,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홍콩 시위는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어냈다. 현재는 파리와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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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적은 플래카드, 힘찬 팔뚝질과 함성, 매캐한 최루탄 등 여전히 시위와 함께 떠올리는 이미지는 구시대적이다. 형광빛의 레이저 포인터, 드론과 CCTV, 화려한 고글과 방독면 마스크가 등장하는 타드 코마르의 시위 사진은 동시대적이다. 감시와 통제, 이를 무력화하려는 신기술이 격전하는 시위 현장의 오늘을 포착한 코마르의 사진은 우리의 눈을 업데이트해준다.
WORDS 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3 안토니 시우포
Antoni Ciufo @ciuftagram
안토니 시우포는 파리에서 6년간 체류했다. 파리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시를 관람한 그는 큰 인상을 받는다. 사진의 아름다움과 브레송의 사진 철학을 경험한 그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샘솟는다. 이후 그는 파리에서 사진 학교를 마치고, 곧 스튜디오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유명 사진가 카림 사들리를 처음 만나 그의 어시스턴트로 사진계에 발을 디뎠다. 카림 사들리는 안토니 시우포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했다. 여행은 사람과 문화에 대한 그의 흥미를 자극했고 그는 곧 다양한 스트리트 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아직 한국을 방문할 기회는 없었지만 되도록 빨리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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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사진을 좋아해 카림 사들리의 작업을 찾아 보는 편이다. 어느 날 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그된 안토니 시우포를 발견했다. 사들리의 어시스턴트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안토니 시우포의 피드를 제대로 구경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잘 정돈된 피드를 보는 재미도 있고 그만의 클로즈업 이미지가 좋아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접하고 있다.
WORDS 이수환(사진가)
4 에번 웨일
Evan Whale @evan_whale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번 웨일은 사진과 페인팅의 경계에 서 있다. 그의 작업에서 사진은 미술 작업의 재료일 뿐이다. 더 정확히는 빛, 색, 이미지, 화학적 변화, 물리적 표현을 위한 수단이다. 최근 작업은 ‘In My Room’으로, 익숙한 장소를 찍은 사진들을 물리적으로 변형한 작품이다. 모든 이미지는 그의 침실에서 촬영됐으며, LA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제 격자무늬 장식과 격자무늬 철조망 같은 요소가 반복된다. 그는 격자를 통해 사진을 찍거나, 타인의 얼굴을 물리적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격자를 사용한다. 그는 사진에 오일 파스텔을 첨가하고, 깎아내는 작업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사진(그림)의 표면은 관람객에게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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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에번 웨일의 작품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C프린트를 긁거나 표백해서 만든 다양한 무늬 때문일 수도 있고, 사이키델릭한 컬러 때문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그의 시각적인 언어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계속 머물게 만든다.
WORDS 곽기곤(사진가)
5 파올로 라엘리
Paolo raeli @paoloraeli
파올로 라엘리는 이탈리라 팔레르모 출신의 사진가다. 현재 26세인 그가 이미지로 자신의 삶을 기록한 것은 17세부터다. 중요한 순간을 잊기 싫어 사진과 비디오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SNS에 업로드했다. 점차 그의 일상은 친구들만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공유되었고, 광고를 제안받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이후에는 호주부터 미국, 중국을 건너 한국까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사진은 삶의 기쁨이며, 삶과 청춘의 모험이다. 현재 그는 인생이 얼마나 다루기 힘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년간 그가 비디오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왔다면, 이제는 타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타인의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발휘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파올로 라엘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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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의 전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파올로 라엘리를 발견했다. 전시에는 여러 사진가들의 수많은 사진들이 소개됐지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파올로 라엘리의 청춘이었다. 그의 사진에선 청춘의 감각이 정확히 느껴졌다. 꾸미지 않고, 기술적이지 않으며 작위적이지 않은 거친 사진의 매력이었다. 라이언 맥긴리와는 다른 시선으로 청춘을 표현하고 있었다. 파올로 라엘리의 삶 자체가 청춘이었다.
WORDS 두윤종(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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