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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떠나보내며

4인의 작가 개인전을 소개한다. 가장 사적이고 빛나는 그림과 사진, 설치 작품을 보는 것. 올해를 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UpdatedOn December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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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ction from Truisms: The most profound…’(detail) 2015, Sodalite Blue footstool, 43.2×63.5×40.6cm, Text: Truisms, 1977~79. ⓒ 2015 Jenny Holzer, member Artists Rights Society (ARS), NY, Photography by Joshua White/JW Pictures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Selection from Truisms: The most profound…’(detail) 2015, Sodalite Blue footstool, 43.2×63.5×40.6cm, Text: Truisms, 1977~79. ⓒ 2015 Jenny Holzer, member Artists Rights Society (ARS), NY, Photography by Joshua White/JW Pictures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언어가 가리키는 곳

‘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IT’S CRUCIAL TO HAVE AN ACTIVE FANTASY LIFE).’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제니 홀저 개인전의 제목이자 그의 새로운 선언이다. 간단한 경구만으로 사적인 감정 혹은 당대의 문제를 상기시켜 관객을 정서적으로 공명하는 장으로 이끄는 제니 홀저의 전시는 특별하다. 1970년대부터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구들을 공공장소에 전시해 아트 신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그는 여전히 동시대의 문제를 직시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선 ‘가장 심오한 것은 표현할 수 없다’는 경구를 풋 스툴에 새긴 작품, 미국 비밀 정부 문서에 금박을 입혀 정보의 은폐와 공유에 대해 환기시키는 회화 작품,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에 대한 FBI 수사 결과를 담은 뮬러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최신작 등 시대를 선명하게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지난했던 2020년을 떠나보내며, 제니 홀저의 경구들로 새로운 새해를 그린다. 한 해를 마치기에 적절한 일이 될 것이다. 12월 10일부터 2021년 1월 31일까지.
문의 국제갤러리(02-735-8449)

‘The Lake Arches’ 영상 스틸, 2007. ⓒ Cyprien
Gaillard, 에르메스 재단 제공

‘The Lake Arches’ 영상 스틸, 2007. ⓒ Cyprien Gaillard, 에르메스 재단 제공

‘The Lake Arches’ 영상 스틸, 2007. ⓒ Cyprien Gaillard, 에르메스 재단 제공

도시라는 야만과 낭만

시프리앙 가이야르는 현대의 고고학자처럼 역사와 지리를 관통해 지정학적 순간들을 겹쳐 포개놓는다. 이중 노출로 중첩시킨 폴라로이드 작업, 그리고 필름과 비디오들이 그의 대표작이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이야르는 문화적 식민주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야기한 도시의 폐허들을 찾아다니며, 현대의 유물에 깃든 야만성과 낭만주의적 매혹, 양가적인 면모를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기 직전 작가가 LA를 방문했을 때 촬영한 폴라로이드 신작 사진 24점과 조각 오브제인 신작 벤치 2점, 그리고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초기 필름과 비디오 2점을 선보인다. 11월 27일부터 2021년 1월 17일까지.
문의 아뜰리에 에르메스(02-3015-3248)

‘Six Hullo Girls’ 2017, Oil on Canvas,
182×330cm. ⓒ 로즈 와일리

‘Six Hullo Girls’ 2017, Oil on Canvas, 182×330cm. ⓒ 로즈 와일리

‘Six Hullo Girls’ 2017, Oil on Canvas, 182×330cm. ⓒ 로즈 와일리

젊은 예술

젊은 예술이란 나이에 속박되는 것이 아니다. 로즈 와일리는 76세에 <가디언>에서 가장 뜨거운 신예 작가로 꼽혔으며, 6m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힘 있게 붓질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그의 거대한 캔버스에선 작은 것은 더 크게, 사소한 것들은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이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표현, 생동감 넘치는 색채에선 로즈 와일리의 젊은 영혼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을 비롯한 원화 1백5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12월 4일부터 2021년 3월 28일까지.
문의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02-733-2798)

‘Carlotta and Esme’ 2020, Detail Oil on Board, 50.8×40.5cm. ⓒ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Carlotta and Esme’ 2020, Detail Oil on Board, 50.8×40.5cm. ⓒ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Carlotta and Esme’ 2020, Detail Oil on Board, 50.8×40.5cm. ⓒ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10대들의 얼굴

샹탈 조페가 그린 10대 소년 소녀들은 어딘가 어긋나거나 어디론가 팽창해버릴 듯 불안한 힘을 품고 있다. 그들이 성장기를 통과하며 겪는 내밀한 변화는 조페의 선명한 색과 거침없는 화풍을 통해 기묘한 파열을 일으키며 드러난다. 그는 패션모델부터 평범한 소녀, 문학 속 주인공까지 다양한 모습을 아우르며 주로 여자의 얼굴을 그렸다. 초기 포르노그래피 회화로 주목받은 조페는 어떤 여성도 동등한 시선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결국 불완전함이나 불온함이 아닌 그들의 생 그 자체리라.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최되는 샹탈 조페의 개인전 <Teenagers>는 그의 작품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첫 기회다. 11월 12일부터 2021년 1월 29일까지.
문의 리만머핀 서울(02-725-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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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예지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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