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의 인스타그램을 접속해봤다. 피드가 온통 미소로 가득하더라.
내 피드는 인스타그램 감성과 동떨어지지 않나? 나도 도통 뭔지 모르겠다. 내 피드는 마냥 알록달록하기만 하다.
현장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던데, 행복해 보였다.
우울한 모습보다는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
감정에 솔직한 태도가 나쁜 건 아니잖아.
지쳐도 절대 티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스태프 분들은 내 일을 지원해주고 각자 꿈을 이루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데, 그들에게 힘든 티를 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부정적인 말은 주위 사람들을 힘 빠지게 만드니까. 지쳐도 혼자 지치고 혼자 충전한다.
행복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웃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증거 아닐까? 웃음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웃어야 행복이 온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촬영할 때도 정말 행복했다. 좋은 스태프들을 만났고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드라마 내용상 웃을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컷 하는 순간 그 사람들을 보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더라.
촬영 현장이 익숙해져 마음도 한결 편해졌나 보다.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연기 활동을 해왔고 나도 많이 자랐다. 그만큼 촬영 현장에서 감내해야 할 몫이 커졌음에도 잘 견뎌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내력이 생겼달까.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배우로서 활동한 20여 년의 시간이 주는 안정감도 있다.
<청춘 시대> <오늘의 탐정> <스토브리그>에서는 강단 있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박은빈의 실제 모습처럼 느껴진다.
들어오는 작품을 보면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체로 야무지고 똑 부러지며 에너지가 충만한 역할들이다. 나는 내 무른 성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단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 중심이 잘 잡혀 있기에 그런 강단 있는 면모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중심이 잘 잡혀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네.
자신을 잘 파악하고 건강하게 사는 게 연기를 오랫동안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내 삶도 잘 살아야 한다. 너무 초연한 사람 같나? 하하.
내면이 아주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절망적인 순간은 있었나?
그럼. 처음부터 단단했던 건 아니니까.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느껴 힘들다.
힘든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나?
힘든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선 내 감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구체화하려 노력한다. 이 방법은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교수님들과 상담하면서 알게 됐다. 감정을 표현하는 게 연기자의 일인데 대학 생활 이전의 박은빈은 자기 감정을 모른 채 살았더라.
최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어땠나?
캐릭터를 새로 만나는 건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채송아 역할은 정말 편한 옷을 입은 듯했다. 아역 시절 내면 연기를 주로 선보여서 그런지 정제된 듯한 역할이 편하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채송아는 나의 20대를 정리하기에 좋은 역할이었다.
작품에서 짝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짝사랑해본 적 있나?
시원하게 답하자면 짝사랑은 해본 적 없다. 참 웃기게도 이 드라마의 주제가 짝사랑인데, 내가 채송아처럼 누군가를 절절히 짝사랑해본 적이 없거든. 그래서 어렵기도 했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기도 했고.
박은빈은 자신을 사랑하는 걸까.
인간 박은빈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진다. 늘 자신에 대해 탐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곧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 같네.
1998년도에 데뷔했다. 20여 년 넘게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공백기 없이 꾸준히 일해왔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그 기간 동안 연기가 마냥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연기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했고, 왜 재미없을까 고민했다. 내가 세운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할 때면 의구심도 생겼다. 내가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하고. 그런 생각, 고민, 의구심이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주었다.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확신이 생겼나?
그렇다. 확신이 생겼고 지금부터 고민해야 하는 건 연기를 잘하는 방법이다. 누가 보아도 의심할 여지없는 연기를 선보이시는 배우 선배님들께서도 연기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시더라.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해 스스로 만족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만족하지 못할 거다. 만족하는 순간 도태되는 느낌이니까.
본인이 가장 사랑스러운 때는 언젠가?
<청춘 시대> 송지원 역을 맡은 이후로 귀엽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사랑해주실 때 내 자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나르시시즘에 빠진 건 아니고. 우하하.
반면 자신이 미울 때는?
거울 봤더니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너무 직관적인가? 오늘도 잠을 거의 못 자 사진이 이상할까 걱정했다. 또 하나는 작은 키! 5cm만 더 컸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텐데. 하지만 5cm 더 컸으면 덜 귀여웠겠지 하며 긍정회로를 열심히 돌리는 중이다.
요즘 화두는 뭔가?
‘후회 없는 선택은 무엇일까’다.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 같다. 50%의 확률로 모 아니면 도인 데다 그 선택이 내 인생을 좌우한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려 신중해지고 나중에 후회 없도록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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