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뽐내고,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고개를 갸웃하는 세대도 있지만 틱톡은 짧은 콘텐츠의 매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서비스다. 어떻게 보면 무대인 셈이다.
많은 국가에서 틱톡을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로 꼽지만 사실 틱톡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편집 중심의 유튜브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찍고, 몇 가지 템플릿을 통해 간단한 편집만으로 그럴싸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틱톡은 창의성을 자극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남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전에 얼마나 완성된 콘텐츠를 올리느냐, 혹은 빠르고 재미있게 공유하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짧고 창의적인 콘텐츠에 젊은 세대가 먼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릴 나스 엑스나 로드 리치는 틱톡의 덕을 본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꼽힌다. 릴 나스 엑스는 음원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리던 아마추어 래퍼였다. 그가 만든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는 카우보이 콘셉트의 ‘이햐 챌린지(Yeehaw Challenge)’의 소재가 되면서 틱톡을 휩쓴다. 거의 모든 틱톡 이용자들이 그의 음악을 들었고, 매일 그 음악을 배경으로 활용한 많은 숏폼 영상들이 등록됐다. 빌보드 차트는 그 인기를 반영했고, 익숙함과 즐거움, 그리고 간결함을 바탕으로 19주나 1위를 차지했다. 수없이 많은 광고와 홍보, 방송 등을 이용해도 차트에 오르기 쉽지 않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오로지 틱톡을 통해 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유행은 똑같이 번졌다. 지코는 신곡 ‘아무노래’를 주제로 춤을 따라 하고 영상을 올리는 ‘아무노래 챌린지’로 틱톡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나의 유행이 형성되니 지코의 팬들뿐 아니라 콘텐츠를 올리는 틱톡 크리에이터도 이를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노래 챌린지는 틱톡 안에서 5억 번 넘게 재생됐다.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상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퍼지기도 했다. 틱톡은 유튜브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처럼 강력하고도, 달콤한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됐다.
틱톡이 만들어낸 변화의 핵심은 ‘짧다’는 점이다. 누구나 창작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지만 사실 백지를 마주하면 어떻게 채워야 할지 부담이 크다. 틱톡 이전의 콘텐츠는 서사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대가 원하는 것은 바로 결론을 내는 것이다. 틱톡의 15초는 충분히 길다. 한 가지 주제를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몇 분씩 이야기하는 유튜브는 어려워도 15초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자극한 셈이다. 틱톡의 대중화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언어 전달 방법을 자극했을 뿐 아니라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자극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저 춤이나 장난을 넘어 영상으로 일상을,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그 효과는 많은 소셜 미디어로 번지고 있다. 유튜브도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은 따로 모아서 보여주고, 인스타그램 역시 10초 내외의 영상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토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 짧은 영상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어 콘텐츠가 풍부한 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삼을 수 있다. 노래도 전체를 부를 필요가 없다. 핵심만 담으면 된다. 그림도, 글쓰기도, 요리나 여행에 말을 하지 않아도 전 세계 이용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넌버벌 콘텐츠의 흐름과도 맞다. 어떻게 보면 ‘움직이는 사진’의 콘텐츠도 틱톡이 담아낸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은 늘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내 글이, 사진이, 영상이 알려지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일이었고, 그 결과물이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 상업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했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기에 유명한 연예인을 써서 그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면서 또 잘 먹히는 전통적인 홍보 방법으로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그 흐름은 미디어,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하지만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 즉흥적인, 또 휘발성 높은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남이 잘 만든 걸 즐기는 게 아니라 놀잇감 하나를 두고 재미를 주고받는 게 하나의 코드로 형성됐다. ‘새로운 세대의 놀잇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40~50대도 어릴 적 유행하던 놀이에는 코드가 있었고, 월요일 아침에 학교 가면 <유머 일번지>의 유행어나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를 따라 했다. 아침마다 배를 부딪치며 텔레토비처럼 인사를 나누던 세대가 지금 40대다. 다만 그걸 문화로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기기와 서비스가 없었을 뿐이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소비하는 영상 매체는 TV밖에 없었다.
모바일과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세대의 놀이터는 교실 뒤나 운동장이 아니라 카메라 속이었고, 틱톡 안이다. 틱톡을 통한 챌린지 마케팅은 마케팅 교과서 따위의 복잡한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이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챌린지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유도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틱톡에는 챌린지 말고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셀 수 없이 많은데 말이다.
틱톡이 세상을 바꿨다고? 아니 우리는 세상이 바뀐 줄 몰랐고, 바뀐 세상을 틱톡이 끌어 안았을 뿐이다. 틱톡이 호기심으로 기성세대에게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게도 즐겁게 보는 미디어로 자리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밈(Meme)’ 같은 어려운 말이 아니라 그냥 요즘 재미있는 유행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본능이고, 재미를 기다리기 싫어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와… 이걸 왜 하지?”로 시작해서 “그런데 나는 못하겠다”로 끝나는 아재의 탄성과 함께 매일 틱톡을 열어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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