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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초아야

3년 전이었다. 초아는 무대 뒤로 갔고, 그대로 증발했다. 근황도 없었다. 그리고 때늦은 장맛비처럼 갑자기 돌아왔다. 마음을 비우고 한결 편안해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초아가 겪은 지난 3년간의 심경 변화를 글로 옮긴다.

UpdatedOn October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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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재킷은 제시뉴욕, 귀걸이는 3프로젝트, 반지는 르마스크 제품.

붉은색 재킷은 제시뉴욕, 귀걸이는 3프로젝트, 반지는 르마스크 제품.

기억 속 초아는 쉴 틈 없이 사는 사람이었다. 휴식을 용납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하는 동안에는 일이 전부였고, 일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쉬면서 깨달은 건 나를 몰랐다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면 자신을 알아야 한다. 지난 3년간은 내 자신을 알아가는 기간이었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배려하며 더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싶다.

여행도 많이 다녔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음악 생각이 간절했을 것 같다.
미국에 다녀왔고, 동남아 여행도 했다. 짧은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만둔 당시에는 슬럼프를 겪었다. 음악을 접겠다는 결심으로 쉬었다. 음악 생각을 잠시 지우고 살아보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더 넓게 본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작은 것에 집착하는 성향이다. 예전에는 나만의 기준이 뚜렷했다. 그 기준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추다 보니 피곤했다. 이제는 작은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폭넓게 보고 생각하려 한다.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내 기준에 함몰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유연해졌다고 할까.

유튜브로 컴백을 알렸다. 소식을 듣고 재빨리 영상을 찾아 시청했는데 달라 보였다. 여유롭고 침착해 보였다.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오래 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영상 촬영할 때도 얼굴이 잘 나와야 된다는 생각에 경직되었다. 쉬는 동안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완벽해지려 애쓰는 것 같아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더라. 그 모습이 마냥 예쁘게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았는데?
하지만 나는 완벽주의를 지향한다. 뭐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그것이 나를 우울로 이끌었다. 다행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을 내게 됐다. 이제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유연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조금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하더라.
맞다.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내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나다운 것도 매력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답게 활동해볼 생각이다. 나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변화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완벽함을 추구했던 과거가 그리운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는 부정할 수 없는 청춘이니까.
예전에는 화려하고, 불꽃같은 모습을 희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고, 어느 그릇에도 담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치관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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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원피스는 티백, 귀걸이는 모니카비나더, 뿔테 선글라스는 카렌 워커 제품.

음악 이야기도 해보자. 팬들은 초아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이 나오길 기대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기타 레슨도 하고, 잘해보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지만, 아직 내 색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쉬면서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도 우유부단한 면이 있고, 나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볼 생각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음악, 나의 모습,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팬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팬들과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요즘은 다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유튜브는 기존 미디어와 생태계가 다르다. 기획력이 필요하고, 유튜브 트렌드도 파악해야 한다.
정말 그렇더라. 내가 기획자이자 연기자이자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한다. 매주 영상 한 편 정도는 취미로 작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어렵다. 꾸준히 운영하려면 정신 차려야 할 것 같다. 또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떤 영상을 보는지도 찾아보고 있다.

 

“푹 쉬고 나니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우울에 빠졌을 때는
힘내라는 말도 도움이 안 된다.”

 

3년 쉬었는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맞다. 환경이 달라져서 연예인이 피곤할 수 있겠지만 좋은 점도 많은 것 같다. 섭외 요청을 받지 못해도 쉬지 않고 일하며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수 데뷔하겠다고 홀로 연습하던 시절에 유튜브가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에도 커버 가수와 커버 댄스 영상이 있었다. 어학기로 그 영상을 보며 따라 했었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영상을 통해 내가 배운 만큼 다른 분들에게도 내 영상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지난 5년 전 <아레나>와 인터뷰 당시 초아는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지치는 순간이 온다.
너무 지쳤었다. 깊은 우울에 빠졌을 때는 힘내라는 말도 도움이 안 된다. 그저 편히 쉬는 것도 참 좋은 일임을 깨달았다. 쉬어가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더 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조금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연예인은 마냥 쉬면 불안하지 않나?
처음에는 그랬다. 불면증이 생겼고, 불안한 상태가 1년 이상 계속 됐다. 1년 반이 지났을 무렵부터 숙면이 가능했다. 지금껏 아이돌로서 연예인 활동만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한 걱정도 컸다. 조금 더 쉬어보니 반드시 이 직업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건강해졌다. 집착을 내려놓았고 마음을 비웠다. 예전에는 결과에 집착했다. 대중의 반응에도 신경 썼고. 걱정이 많았다. 푹 쉬고 나니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가짐을 바로잡자 부담도 사라졌고.

그럼에도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다.
가볍게 유튜브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포부나 대단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기술을 아직 전부 보여주지 못했고, 이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과거의 초아는 승부욕이 강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유튜브지만 앞으로 엄청 열심히 할 것 같다.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아닌가. 집착을 버리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 지금 내 영상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데 어느 순간부터는 조회 수 고민을 하는 내가 보이더라.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한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욕심 갖지 않는 것도 의미가 크다. 이제는 예전처럼 가사나 음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곡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가수가 되고자 한다.

사람들은 뭐든 열심히 하는 초아의 모습을 좋아했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당연히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금 목표는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모습보다는 대중이 노래의 분위기와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을까?
쉬는 동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에는 입장 바꿔 생각하면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제는 그렇게 해도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님을 알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 세상살이에선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 깊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그런 점에서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산 듯하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더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얽매여 살다 보니 오히려 내가 꽉 막힌 사람이 되어 있었다.

초아에게 노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노래하는 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아직도 매우 부족하고, 갈고닦아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의도한 방향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면 만족하려 한다.

사람이 욕심을 가져야 발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 과거 인터뷰를 보니 부끄럽더라. 너무 열정이 넘쳤고, 내가 뭔가 잘 아는 것처럼 인터뷰했다. 아직도 어리고 배울 게 많다. 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멀리 보며 유연하게 노래하고 싶다. 윤종신 선배님이 이런 말을 했다. 노래가 나의 모든 것이 되면 안 된다고. 나 또한 페이스 조절을 잘하며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다.

다시 노래하는 초아를 만나서 반갑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페이스 조절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 토끼처럼 뛰고 한 철 쉬었으니, 이제는 거북이처럼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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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원피스는 오프닝 넘버, 귀걸이는 3프로젝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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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바지는 모두 제시뉴욕, 귀걸이는 3프로젝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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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STYLIST 장미근
HAIR 지영(루루)
MAKE-UP 예은(루루)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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