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Carnival
전장 5,155mm 전폭 1,995mm 전고 1,740mm 축거 3,090mm 엔진 V6 G3.5 GDI 배기량 3,470cc 최고출력 294hp 최대토크 36.2kg·m 변속기 8단 자동 승차인원 9인승 구동방식 전륜구동 복합연비 8.9km/L 가격 3천1백60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① 이상한 미니밴 왕국의 왕자
우리나라는 9인승 이상 미니밴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준다(사업자가 구입했을 경우). 또한 9인승 이상 자동차에 6명 이상 타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법이다. 이 법에 맞춰 만든 (뒷좌석 양쪽에 도어가 달린 7~11인승) 미니밴은 기아 카니발과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뿐이다. 혼다 오딧세이나 토요타 시에나 등의 미니밴은 (겉모습은 카니발과 비슷하지만) 7인승(8인승)으로, 시트가 3열까지 있다. 반면 카니발이나 코란도 투리스모는 4열 시트 배치를 통해 최대 11명까지 태울 수 있다(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태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여튼 대한민국에만 있는 독특한 미니밴 관련 법 때문(덕분)에 카니발과 코란도 투리스모는 동급 수입 미니밴과 경쟁하지 않고 순조롭게 팔려 나간다(다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상품성이 다소 부족해서 많이 팔리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뒷좌석 양쪽에 도어가 달린 7~11인승) 미니밴 중 94%가 카니발이고 쌍용자동차 코란도 투리스모가 5%, 나머지 1~2%를 수입차가 나눠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세대 카니발이 나왔다. 사전 계약 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잘나가고’ 있다. 사진만 보고 사전 계약금을 건 사람들이 3만2천 명이나 된다고 한다. ★★
② 그래도 잘 만들었다
카니발은 디자인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온순해 보일 수밖에 없던 미니밴에 거친 SUV의 직선과 든든한 디테일 등을 가미해 묵직한 느낌을 냈다. 딱 봐도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는 미니밴보다는, 가족 태우고 산과 바다를 누비는 쪽이다. 지붕 위에 파도 타는 보드를 붙여도 어울릴 것 같고, 엉덩이에 캠핑 트레일러를 붙여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직선 위주의 정중한 라인은 의전용 차로도 제법 어울린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면서 수트를 차려입은 사장님이 모습을 드러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2.3인치 대형 화면을 연거푸 붙인 대시보드는 보면 볼수록 호사스럽다. 다만 문짝 구석에 ‘살짝’ 들어간 앰비언트 라이트는 옹색해 보인다. 색상 변환도 안 되고, 밝기 조절만 몇 단계로 가능한데, 이건 없느니만 못한 것 같다. 시트 배열은 기존과 같지만, 바닥의 높이를 살짝 낮춰서 공간이 조금 쾌적해졌다. 시트를 최상급 가죽으로 감싸고, 2열 시트의 경우 종아리 받침까지 있어서 편안하게 릴랙스할 수 있다. 신형 카니발은 적어도 디자인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미니밴이 가장 많이 팔리는 북미 시장에서도 잘 먹힐 것 같다. ★★★★
③ 안전은 평등, 첨단도 평등
요즈음 자동차들은 부쩍 똑똑해지고 있다. 장애물이 있으면 자동으로 멈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서 속도를 자동 조절하고, 차선을 따라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혼자 운전하기도 한다. 신형 카니발에도 이런 장치들이 대거 적용됐다. 이러저러한 옵션을 붙인 상위 모델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든 카니발에 기본 적용이다. 기존 모델은 아무리 비싼 걸 사도 차선 유지 장치 등을 넣을 수 없었는데, 신형은 전 차종에 기본으로 들어가면서 부쩍 편리한 차로 거듭났다. 엔진도 새롭다. 기존 3.3 가솔린 엔진 대신 3.5리터로 배기량을 올린 신형 엔진이 탑재되고, 2.2리터 디젤 엔진 역시 진동과 소음을 줄이고 회전 질감을 높인 신형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기존 카니발은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공명음’이 문제였는데, 신형에서는 아직 유사한 문제가 발견되진 않는다. 기아차 측은 “차체 앞부분의 프레임을 전혀 다르게 설계해 진동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설명한다. 새롭게 설계한 골격에 신형 엔진 등을 얹어 기존보다 안정적으로 잘 달리는데, 가격이 좀 올랐다. 기존엔 2천만원대 카니발도 있었지만, 신형은 3천1백60만원부터 시작된다. ★★★
+FOR 대한민국 아빠들의 드림카.
+AGAINST 경쟁 차가 없다. 대안도 없다. 카니발뿐이다.
이진우 <모터 트렌드> 편집장
보편타당한 것은 재미없다고 여기는 못된 생각을 가진 자동차 저널리스트.
① 승합차에서 리무진으로
지난 20여 년간 이 땅에서 많은 인원과 화물을 실어 나르던 카니발이 아니다. 익숙했던 수수하고 수더분한 이미지를 벗고 멋진 수트를 빼입은 듯한 분위기를 낸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는데 어색하지 않고 그럴듯한 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 덕분이다. 굵은 선을 직선으로 쭉쭉 그어 시원한 느낌을 주고, 반짝이는 소재를 차체 이곳저곳에 사용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고 크롬을 덕지덕지 붙인 게 아니라 적당히 포인트를 준 정도다.
한마디로 ‘디자인을 잘했다’. 눈을 사로잡는 포인트도 있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형이상학적인 모양의 주간주행등과 C 필러를 덮은 샤크핀 스타일의 크롬은 새로운 카니발의 아이덴티티다. ‘무슨 승합차 따위에 아이덴티티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말기 바란다. 무식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한국인의 승합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싶었다. 그래서 카니발의 친숙한 이미지를 벗기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제 카니발은 금붙이를 덕지덕지 장식한 힙합 가수가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내려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차가 됐다. 승합차를 넘어 리무진까지 넘보는 차가 된 것이다. ★★★★
② 누구나 눕고 싶다
기아는 카니발이 짐이나 인력을 실어 나르는 차로 인식되기보다는 비즈니스 리무진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는 MPV가 되길 바랐다. 그래야 미국 시장에서도 일본산 MPV와 경쟁할 수 있고, 소비자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급화에 힘썼다.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가꾸고 실내 거주성을 높였다. 운전석을 보자. 우리가 알던 카니발이 아니다. 3개의 모니터로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정돈했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넓어 보이고, 단순하되 질리지 않는다. 승합차의 실내라기보다는 대형 SUV에 앉은 느낌이다.
2열은 어떠한가? 7인승 모델은 독립 시트로 4인승 대형 세단을 연상시킨다. 두꺼운 시트는 편하고 종아리 받침과 많이 눕는 등받이로 자동차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더불어 뒷자리에서 음성으로 오디오 시스템까지 컨트롤할 수 있으니, 이는 곧 실내 공간의 주체가 운전자가 아닌 2열 탑승객이라는 뜻이다. 신형 카니발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이동이 휴식이 되는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
③ 누웠더니 자고 싶어
물론 이동이 휴식이 되는 공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승차감이다. 우선 신형 카니발은 이전 모델보다 조용하다. 3세대 모델은 엔진 진동이 섀시를 흔들면서 일정 RPM에서 웅웅거리는 공명음을 만들었다. 이게 3세대 카니발 오너들을 꽤 괴롭혔다. 그런데 4세대 카니발은 이게 없다. 급가속을 제외하고는 엔진음이 잘 들리지 않고 노면 소음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소음 정도만 보면 일반 세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더불어 바퀴가 노면을 밟는 질감이 좋아졌다. 노면을 지그시 누르면서 부드럽고 세련되게 구른다. 무게로 바퀴를 꾹꾹 누르며 충격을 탑승자에게 전달하지 않으려 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털썩거리지 않고 구렁이 담 넘듯 유연하게 충격을 꿀떡 삼킨다. 다만 차체가 너무 출렁이는 감이 있고 경쾌함은 전혀 없이 무겁고 둔중하다. 이처럼 신형 카니발은 시종일관 느긋한데, 생각해보면 카니발은 이쪽이 맞는 세팅이다. 사실 이 차는 빨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빨리 달릴 일도 많지 않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타는 차인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천천히 달리는 게 맞다. ★★★
+FOR 뒷자리 탑승이 많은 오너.
+AGAINST 매사에 성격 급한 당신. 출렁임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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