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가져간 식량과 현지의 자원을 활용해서 식량을 재배해 먹어야 한다. 지구 환경을 이식한 온실에서 영화 에서처럼 비교적 키우기 수월한 감자나 고구마 같은 식량을 재배해 주식으로 삼을 것이며, 채소로는 NASA에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재배 실험 중인 상추나 토마토를 수확해 섭취하게 될 것이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메뚜기, 굼벵이, 귀뚜라미 등의 곤충을 사육해 먹는 것이 편리하다. 화성에서는 돔 안 혹은 화성의 동굴 지형을 활용해 외부와 차폐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공간의 제약이 크다. 부피가 크고 많은 먹이를 소비하는 가축을 키우는 일은 매우 어렵기에 육류 대체용으로 부피가 작으며 소비하는 먹이가 적은 곤충이 유력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이다. 현재 지구에서도 메뚜기나 굼벵이, 귀뚜라미는 분말 형태로 가공되어 건강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화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또 다른 단백질 공급원으로는 소나 돼지, 양 등의 배양육이 있다. 유인 화성 탐사 및 거주지 이전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우주 환경에서 배양육 개발은 러시아의 바이백스 바이오(VIVAX BIO),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스 등에서 투자 개발이 진행 중이다. 알레프 팜스는 실제로 우주정거장에서 소고기 배양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배양육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고기의 주성분인 근육세포를 분화시키는 방법으로, 부위별로 특성에 맞는 지지체를 제작해 세포와 함께 배양한다.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필요하다. 지구에서는 동물 세포와 성장 인자가 섞인 바이오잉크를 층층이 쌓아 고기를 만들지만, 중력이 약한 화성에서는 자기력을 이용해 여러 방향에서 눈덩이를 뭉치듯 동시다발적으로 세포를 결합한다. 지구보다 유리한 점도 있는 셈이다. 화성에 이주할 때 세포배양액 성분과 맛과 향을 구현하는 화학 성분을 분말 형태로 가져간다. 세포배양기, 지지체, 3D 프린터 등은 화성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세포는 오랜 기간 낮은 온도(영하 140℃)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화성으로 이주하는 기간 동안 액체질소를 냉매로 사용하는 특별 장치에 보관해야 한다. 비싼 생산 단가를 낮추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화성 이주 식량으로서 배양육은 빠질 수 없는 단백질 공급원일 것이다.
자, 그럼 이 재료들을 어떻게 조리해 인간의 식탁에 올릴까? 온도와 기압 등이 제어되는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라면 전자레인지, 전열 기구를 사용해 지구에서와 같은 조리가 가능하다. 불은 밀폐된 환경에서 산소의 소모량을 증가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므로 적합한 방법은 아니다. 화성에서 재배된 채소, 곤충, 배양육은 지구에서처럼 냉장 장치를 이용해 저장할 수 있다. 식재료만 확보한다면 지구에서 먹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영양소가 응축된 알약식도 대안이다. 전문가들은 약 25년 후에는 필수 영양소와 칼로리, 포만감을 주는 알약 형태의 미래 식량이 상용화되리라 예측한다. 화성에서 재배한 작물과 배양육을 가공해 알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엔 이주민이 행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WORDS 이주희(항공우주연구원 박사, 배양육 부문은 셀미트 자문)
화성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험을 감식하고 인간의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센서가 필요하다. 이 센서는 ‘능동형 웨어러블 스마트 센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전도성 섬유는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의복에 센서를 달기 위해선 전기가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센서의 종류는 가스, 습도, 물리적 자극, 온도에 따라 나뉜다.
지구처럼 모든 걸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위험 가스, 위험 습도 정도, 심장박동을 비롯한 물리적 자극, 극심한 온도 변화로 인한 옷의 자가 발열 신호 등을 능동적으로 알려주는 센서가 필수적이다.
전기가 통하는 섬유들이 있다. 이 섬유들의 재료로는 그래핀, 맥신 등이 있는데 이 것들로 부직포를 짜거나 섬유를 만들거나 혹은 잉크로 만들어 바르거나 할 수 있다. 의복 자체에 페인트칠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실로 만들어 의복을 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작동하기 위해선 전기를 지녀야 한다. 센서만 부착하면 소용없다. 센서에 전기를 가할 수 있거나 전압을 줄 수 있는 장치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옷에 부착하거나 손목에 찰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다. 습도 센서는 운동으로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겠다. 운동하면 몸의 습도가 증가하기에 옷의 섬유 속 공기를 기계적으로 열리게 만든다든지, 미세 구멍을 열리도록 활용할 수 있다. 가스(화학) 센서의 경우 이를테면 돔 안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가 고장이 났을 때, 산소 양이 10%로 내려간다면 인간이 인지하게끔 도와주는 장치다. 공기 중 가스 농도가 짙을 경우에도 감지해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온도 센서는 발열체가 아니기 때문에 온도가 몇 도인지 앞서 말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알려줄 것이다.
머나먼 화성의 미래 도시에선 이 모든 센서의 집합체가 탄생할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해 다시 설명하자면, 삼성의 Z플립과 같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의복에 부착할 수 있다. 센서가 인지한 결과를 의복에 부착한 디스플레이(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의복 소재가 크게 변화하진 않을 거다. 현재 지구에서 착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만 앞서 말한 센서를 활용해 더욱 기술적으로 발전된 의복을 착용하게 될 것이다.
WORDS 정우재(한양대학교 유기나노공학과 석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함께할 타인과 공동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심리적 세계는 공동체의 규모와 다양성에 달려 있다. 작은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은 마음도 좁아진다. 개인의 개성이 존중받으려면 그만큼 다양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한 공동체에서 문제를 겪었을 때, 거기서 벗어나 쉴 수 있는 다른 공동체도 필요하다. 인간은 타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면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 거리가 너무 짧으면 간섭에 숨 막혀한다. 인구가 1만 명이 넘어가면 아마도 다양한 공동체가 형성되고 개인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될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가 문제다. 1만 명에 도달할 때까지 몇 개월이나 소요될까? 그동안 화성 이주민은 중세 시대의 소규모 공동체와 같은 심리적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향수병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의 정체성은 대개 20세 전후에 완성된다. 20세가 넘어서 화성에 이주한 사람들은 평생 지구인의 눈으로 화성을 볼 것이다, 현재 계획상 일단 화성에 이주한 이들은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은 더욱 가고 싶은 곳이 되고, 그럴수록 좌절감은 커진다. 좌절은 분노를, 분노는 공격성을 유발한다. 향수 때문에 범죄나 일탈이 늘고,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 문제는 화성에서 태어난 원주민 세대로 교체되어야 해결된다. 해결책은 정서조절 약물 개발이다. 지적 능력의 손상은 최소화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으면서 정서 조절만 해주는 약물이 도움이 될 것이다.
WORDS 장근영(심리학자)
화성 생활을 시작할 때 겪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한된 자원이다. 지구에서처럼 자연에서 자원을 채취해 상품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 생필품과 식량도 지구에서처럼 넘쳐나지 않을 것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경제 활동은 지구에서의 경제 활동과는 달리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 문제는 통화 수단이다. 만일 특정 기업이 화성에 도시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화성에서의 통화 수단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미국 달러나 암호화 화폐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
다음 문제는 토지다. 제한된 지역에서 개인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매매하는 게 가능할까? 1백만 명의 시민이 산다고 가정하면, 개인의 부동산 소유는 화성 도시 사회에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근로 환경도 지구와는 다를 것이다. 시민 1백만 명은 각자의 역할이 뚜렷해야만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의 직업과 역할 분배 방식이다. 시스템이 개인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 1백만 시민 사회의 사법, 행정, 입법 문제도 불거질 것이다. 또 행정기관은 누가 맡게 될까. 화성 스마트시티를 건립한 사기업이 행정기관을 대행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역시 따져볼 문제다. 화성 시민의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공유와 구독에서 찾을 수 있다. 지구에서 물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고, 화성에서 재화를 생산하는 것도 어렵다. 자원이 한정된 화성의 삶은 필연적으로 미니멀 라이프의 최극단을 향할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최소한의 것만 사용하며 사는 삶이다. 재화를 사람들에게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구독 경제가 적합한 모델이다.
또한 개인이 재화를 소유하는 것은 불공정할뿐더러 불가능하다. 사회적 합의는 소유보다 공유로 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 경제도 적용해야 한다. 먹고 입는 것을 비롯해 자동차나 부동산도 모두 공유 대상이다. 소유보다 공유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구독 경제와 공유 경제는 제한된 환경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해법이다.
대체제는 필요하다. 재산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재산 증식이라는 시민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한다. 그 욕구는 재화가 아닌 인센티브로 보상된다. 여기서 보상이란 더 높은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크레디트는 교환 불가능한 가치이기에 돈과 성격이 다르다. 게임 안에서만 통용되는 게임 머니로 설명할 수 있겠다. 시민은 사회적 크레디트에 따라 차등된 구독 서비스를 받게 된다. 사회적 크레디트가 높은 사람은 더 넓은 집, 더 좋은 차를 구독하거나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독 경제가 제한된 화성 생활의 기본 경제 시스템으로 자리해야 하며, 구독 경제는 자연스레 공유 경제를 불러오게 되리라 예상한다.
WORDS 전호겸(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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