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올리는 두 가지 방법. 우선 확실한 업무 성과로 월급 자체를 올릴 수 있다. 아주 칭찬한다. 두 번째는 노동을 최소화함으로써 월급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고의로 그러면 태업이겠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생긴다면 딱히 혼내기도 어렵다. 2019/20시즌 유럽 축구에서 부득이하게(!) 월급 효율을 극대화한 갑부들을 소개한다.
우선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가 돼야 했던) 에당 아자르다. 2018/19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챔피언의 위용을 잃었다. 급해진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1천6백1억원을 쏴서 첼시의 아자르를 영입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모인 5만 홈 팬들 앞에서 아자르는 “나는 아직 갈락티코가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길 바란다. 과거를 모두 잊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멋진 각오를 남기고 떠났던 여름휴가에서 아자르는 살이 7kg이나 쪄서 돌아왔다. 12경기에서 달랑 1골에 그친 뒤 11월 UEFA 챔피언스리그 PSG 경기에서 아자르는 벨기에 대표팀 동료인 토마스 무니에르에게 발목을 밟혔다. 하필이면 2년 전 수술에서 금속판을 덧댄 부위였다. 1억 유로가 넘는 선수가 3개월을 쉬는 동안 지네딘 지단 감독은 “그래서 아자르는 언제 복귀하는가?”라는 질문에 끝없이 대답해야 했다. 아자르는 이듬해 2월 실전에 복귀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또 절뚝이면서 나갔다. X레이를 찍었더니 발목 골절상! 2019/20시즌 아자르는 22경기를 뛰었다. 아자르 개인의 연봉 효율은 1경기 19억7천만원, 1분 2천8백48만원을 기록했다. 새로 개정된 대한민국 최저 시급 환산 연봉(2천1백54만원)을 벌기까지 필요한 아자르의 시간은 단 45초다.
레알 마드리드의 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9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프랑크푸르트의 특급 신예 루카 요비치를 데려오느라 8백36억6천만원을 썼다. 카림 벤제마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18/19시즌에만 독일에서 27골이나 넣은 22세 스트라이커가 있다면 당장 데려와 ‘제2의 벤제마’로 삼아야 마땅했다. 치열한 영입 경쟁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연봉 2백89억6천만원이라는 파격 제안까지 아끼지 않았다. 시즌 전반기 요비치는 라리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안타깝게도 레알 마드리드는 신입생을 배려할 만큼 정 많은 직장이 아니었다. 벤제마의 역할 분담은커녕 마리아노 디아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만회의 기회가 될 줄 알았던 코로나19 휴식기는 요비치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베오그라드로 돌아간 직후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요비치는 즉각 사과했다. 그걸로 끝냈어야 하는데 “스페인처럼 약국과 슈퍼마켓은 가도 되는 줄 알았다. 자가격리 수칙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라며, 굳이 안 해도 될 변명을 덧붙여 또 욕을 먹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까지 나서 “이 젊은이는 백만장자랍시고 뭐든 할 수 있는 줄 안다. 뭐든지 다 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라고 꾸짖었다. 고향에서 혼쭐이 나고 스페인으로 복귀했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발뒤꿈치가 아파서 검사해보니 골절상 되시겠다. 2019/20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요비치는 27경기 2골, 총 8백20분 출전을 기록했다. 경기당 10억7천만원, 분당 3천5백32만원을 벌었다. 연봉 대비 득점 효율은 1골당 1백44억8천만원. 현재 요비치는 밀란 이적설이 나오는 중이다.
2019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클럽 및 분데스리가 역대 이적료 지출 기록을 두 배 가까이 경신했다. 주인공은 2018년 월드컵 우승 센터백 뤼카 에르난데스였다. 바이에른은 마츠 훔멜스를 도르트문트로 보냈고 제롬 보아텡도 처분하려고 애썼다. 니클라스 쥘레의 파트너를 구하던 차에 ‘이놈이다!’ 싶었는지 1천1백15억5천만원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쾌척했다. 쥘레와 에르난데스의 조합 완성. 시즌 초반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계획은 와르르 무너졌다. 쥘레가 시즌 아웃 수준의 부상으로 쓰러졌다. 에르난데스도 레프트백으로 옮겨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릎을 다쳤다. 다비드 알라바가 센터백으로 뛰고 팔려다 못 판 보아텡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행히 에르난데스의 부상 악몽은 겨우 시작이었다. 11일 만에 복귀했지만 2주 뒤 발목을 다쳤다. 정밀검사 결과 최소 2개월 이상 뛰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에르난데스는 해를 넘겨 3개월 만에 복귀했다가 시즌 3차 부상을 당했고, 2주 후 복귀했다가 네 번째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시즌 4부상 달성, 그리고 코로나19로 리그는 중단되었다. ‘역대급’ 몸값으로 합류한 센터백이 분데스리가 선발 풀타임 출전 수가 11회에 그쳤으니 바이에른 뮌헨의 실망감을 짐작할 수 있다. 2019/20시즌 에르난데스의 출전 기록은 24경기, 1천1백22분이었다. 이적료를 기준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에르난데스의 노동을 1경기당 46억4천만원, 1분당 9천9백42만원에 산 셈이다. 다친 선수에게 시말서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마지막 노동 최소화 전사는 토트넘 홋스퍼의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다. 1년 전 리옹에서 이적해오면서 기록한 이적료 8백36억6천만원도 토트넘 역대 최고액 지출이었다. ‘짠물’ 대니얼 레비 회장이 내린 최종 판단이었으니 토트넘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체제에서는 근근이 버티던 은돔벨레는 조제 모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3월 7일 번리전에서 둘의 관계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이 “전반전에는 우리 쪽에 미드필더가 없었다. 그 정도 잠재력과 책임감을 지닌 선수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라고 자기 선수에게 독화살을 쏴댔다. 역대 최고액 영입생 은돔벨레의 첫 시즌 기록은 28경기에서 1천3백59분을 뛰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손흥민은 팔이 부러졌다 붙었고 군사훈련 4주, 코로나19 자가격리 2회를 모두 소화하면서도 3천1백67분을 뛰었다. 은돔벨레를 한 경기에 투입하려고 토트넘이 지출한 이적료를 계산해보면, 29억8천만원이다. FLEX!
** 연봉 데이터 참조: wageindicator.co.uk
** 원고 작성일 기준 환율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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