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는 전 세계가 굉장히 힘든 시기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더 심각한 상황이었을 거다.
정말 다이내믹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 한국은 참 대단한 나라다. 영화 <기생충>의 성과도 그랬지만 팬데믹 대응 방식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진행 중이던 미국 드라마 촬영이 3월에 중단됐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왔다가, 현재까지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고향 미시간주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며 지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물론 엄격한 입국 절차를 거치고 규정을 지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입국하지 못했다. 더 이상 늦추면 안 될 촬영과 작품 미팅 건이 몇 가지 있어서 더 늦어지기 전에 들어오기로 결심했다. 14일간의 자가격리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주 잘 마무리했다. 거의 8개월 만에 돌아왔다. 언제 오더라도 한국은 전혀 생소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집에 돌아온 느낌이랄까? 촬영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 생활이 그리워지곤 한다. 그리고 도착하면 새삼 해보고 싶은, 먹고 싶은, 그리운 것들이 많음을 깨닫는다. 지금은 장마가 유난히 길어 마음껏 다니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생동감이 넘치는 멋진 곳이다.
작품 이야기 좀 해보자.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등장한 맷 시몬스는 전직 군인이다. 이런 캐릭터는 원래 백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맡은 맷 시몬스를 보며 그간의 캐릭터 중 이토록 세련된 인물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멋졌다는 말이다. 긴장감 있는 장면에서조차 세련미가 넘쳐흐른다. 당신에게 맷 시몬스는 어떤 의미인가?
그는 지금껏, 또 앞으로도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닐 존재일 거다. 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 캐릭터를 연기한 게 정말 자랑스럽다. 이런 역할은 보통 백인 또는 흑인 배우의 전유물이었다. 동양인으로서는 몇 되지 않는 (최초일 수도 있으려나?) 경우인데, 맷 시몬스 역을 맡게 되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성질이 급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는 전직 군인의 전형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더 자랑스럽다. 되려 그는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도 열심히 한다. 아내와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정적인 남자라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맷 시몬스와 같은 캐릭터가 TV에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남성들이 닮고 싶은 이미지이지 않나 생각한다. 동시에 그로 인해 미국에서 아시아 남성에 대한 전형적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위해 젊은 세대가 더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충분히 강하고, 긍정적인 동양 남자의 이미지를 표출한 캐릭터가 맷 시몬스 아닐까 싶다.
전직 군인 출신의 강인한 캐릭터를 아시아계 배우, 다니엘 당신이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추측된다. 실제 경험해보니 어떻던가?
동양인 배우의 역할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점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편견은 할리우드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계속 발전하고 나아가야 한다. 동양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남성성과 서양에서 바라보는 관점에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할리우드는 아시아 연관 프로젝트들이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깨달은 듯하다. <기생충>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작품들을 계기로 동양계 배우들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더 나은 배우가 되어야 하고, 작은 프로젝트에 만족하는 걸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들이 가진 전통적 남성성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 문은 개방되었으니, 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가능성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인지 보여줘야만 한다.
<크리미널 마인드>와 <크리미널 마인드: 국제범죄수사팀>이 마무리된 시점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받는 작품에 캐스팅됐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될 <휠 오브 타임>이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인지라 믿기지 않을 만큼 즐기고 있다. 촬영분, 스토리라인 등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게 지극히 제한적이다. 에피소드별로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고, 1980년대 후반부터 화제가 된 로버트 조던의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다. 로저먼드 파이크를 비롯해 다재다능한 젊은 배우들과 이전에 보지 못한 세상을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1년 중 8개월을 프라하와 주변 국가에서 촬영했다. 지금껏 촬영분을 보면 정말 압도적이다. 나는 극 중 알란 맨드라고란이란 캐릭터를 연기한다. 내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이고, 내 꿈을 이룬 배역이기도 하다. 그는 잃어버린 왕국 전사들의 왕이며, 한 여인을 보호하기로 맹세한다. 또 그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청렴함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휠 오브 타임>은 시청자가 특별한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내포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니엘 헤니의 작품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
당연히 시나리오(시놉시스)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디서 촬영을 하는지,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 함께 일할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고려하게 된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연세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는 게 매우 힘들더라. 그래서 촬영 장소, 기간 등을 꼭 고려하는 편이다. 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일정 부분 두려움을 느끼는 요소들 역시 중요하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다. <휠 오브 타임>이 그랬다. 이 작품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도전은 ‘다시 시작이다’라는 느낌을 줬다. 이게 정말 좋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무엇부터 고민하는가? 또 배역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모습, 어떤 말로 그 세상에 맞춰 가는지, 그 인생에서 동기 부여는 무엇인지를 맨 처음 그려본다. 나는 종종 내가 연기 연습을 했던 뉴욕의 한 극장으로 돌아가본다. 몇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천천히 역할에 몰입하면서 완전하게 캐릭터에 접근한다. 그러나 역시 내게 가장 많은 영감과 배움을 주는 건 팀원들과 협업하는 경험이다. 감독, 동료 배우들과 디테일 하나하나에 대해 논의하고 장면을 연습하는 것이 정말 좋다. 다른 사람의 관점과 견해는 함께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데뷔 시절과 비교하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을 테다.
사실 그렇게 많이 변하진 않았다. 나는 여전히 젊은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직도 ‘액션’이라는 현장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긴장된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도 긴장되고 설렌다. 스무 살에 사회에 발을 딛고, 연기한 지 벌써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 덧붙여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해 매우 감사히 여긴다. 생각해보면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을 촬영할 때 “Hello” 한마디를 하는데도 정말 긴장을 많이 해서 맥주 한잔을 들이켜야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거대한 프레시안 종마를 타고 슬로베니아 산을 누비는, 영국 억양을 구사하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단지 변한 게 있다면 ‘시간’에 대한 나의 이해인 듯하다. 내게 시간은 돈의 가치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물건과도 같다. 어렸을 때는 이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밤샘 촬영을 해도 신경 안 썼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감도 높게 일을 해내고 싶다. 가족과 20분간 통화하는 페이스타임, 밤 산책 등등의 일들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일요일. 우리는 지금 태안의 한 비행기 격납고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당신은 오랫동안 해밀턴 워치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고, 그 촬영을 위해 여기 있는 거다. 해밀턴 워치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기에, 이 브랜드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가?
해밀턴 워치는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품질이 높다. 또 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이 좋다. 디자인과 성능은 말할 것도 없다. 브랜드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까지 좋다. 특히 해밀턴의 시계들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시계 하나 사고 싶은 이들의 많은 요구 조건을 합리적으로 충족시킨다고 할까? 아무튼 그걸 해밀턴이 실현했다. 나 역시 항상 착용하고 있다. 또 해밀턴이 주최하는 ‘비하인드 카메라 어워즈(Behind The Camera Awards)’같이 의미 있는 행사는 브랜드의 매력을 배가한다.
해밀턴 워치 중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또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된 모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밀턴 워치는 ‘재즈마스터 GMT 서울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세계 최초로 GMT 기능 시계의 GMT +9 타임 존을 대표하는 도시로 서울(SEOUL)이 표기된 한정판이다. 관심을 가지는 것? 여러분도 좋아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의 신작 <테넷>에 등장하는 ‘카키 네이비 빌로우제로’가 내 눈을 새롭게 사로잡았다. 강인하고 유니크한 디자인 뿐 아니라 특별히 제작된 시계 케이스도 너무 색다르다.
요즘 다니엘 헤니가 관심 또는 호기심을 갖는 건 뭘까? 또 당신을 자극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근래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푹 빠졌다. 미시간주 호튼 해변 근처에서 머물렀는데, 헤밍웨이의 유명한 단편 소설 중 하나인 <닉 애덤스 이야기>를 쓴 곳이다. 그가 결혼식을 올린 작은 타운에는 규모는 작아도 매력적인 상점들도 많다. 그래서 그의 모든 소설을 읽는 중이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 헤밍웨이는 남자 중의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인생 전체를 존경한다고까지 말하지는 못하지만, 미국 문학사에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미국 역사 속 한 지역에 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특별하기도 했고.
앞서 시간에 대해 특별히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고민도 있을까?
고민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말이다. 또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해 한국에 의미 있는 방법으로 보답하고 싶다. 최근 건강과 웰빙 분야의 파트너들과 흥미로운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특히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에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항상 동물을 도우려고 한다. HSI(Humane Society International)와 손잡고 한국에 존재하는 개 농장을 줄이는 일을 하고 있다. 열정을 일깨우는 일이 되었다. 올해 애견 회사와 새롭게 맺은 파트너십이 이 싸움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미국으로 돌아간) 다음 주면 나의 세 번째 강아지가 온다. 화이트 리트리버로 여자아이며 이름은 줄리엣이다. 로스코에게 드디어 여동생이 생겼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 <아레나>를 통해 당신을 만날 이들에게 인사말을 해주면 좋겠다.
태안에서 촬영을 했다. 아침 일찍 폭풍우를 뚫고 차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의 입구부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비행기들이 보여 흐뭇했다. 오늘 같은 촬영이 그리웠다. 왜냐하면 매거진 촬영은 항상 나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나를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연출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표정 연기, 몸짓, 감각을 마구 표출했던 것 같다. 더욱이 멋진 활주로와 비행기와 격납고가 있는 곳에서 어울리는 의상들을 입고 재미있게 촬영해서 더욱 좋았다. 멀리 온 보람이 있었다. 여러분도 여기에 실린 사진들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동안 나를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며, 찾아주신 독자들이 있다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 열심히 촬영 중인 <휠 오브 타임>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 해밀턴 시계도 계속 사랑해주길 바란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