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전소연
“전소연 천재는 동어 반복이므로 ‘전소연 전소연’해야 한다”는 밈이 생겨날 정도로 독보적인 아이돌 프로듀서. 핫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곡 작업부터 프로듀싱, 비주얼 디렉팅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팀을 이끄는 그의 번쩍이는 영감 리스트.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어떤 제약도, 틀도 없다는 면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정글에 사는 소년 하레가 겉으론 귀여운 소녀지만 실은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고 생명체를 삼켜 뱃속의 또 다른 세계로 보내는 특이한 캐릭터 구우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로, 이렇게까지 갈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제약 없이 상상력을 펼친다. 내가 창작을 하며 가장 추구하는 것은 자유 그 자체이기에, 이 작품은 늘 좋은 영감을 준다. <주토피아>와 함께, 이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운 톤앤무드를 (여자)아이들의 신곡 ‘덤디덤디’에 녹여내고 싶었다. 정글에 사는 이들은 자유롭고, 목표 없이 그저 행복하지 않을까? 자유롭고 두근거리는 곡을 쓰고 싶었다. 심장 박동을 드럼 사운드로 표현했고, 드럼 치는 소리가 ‘덤디덤디’다.
쿠루루
‘쟤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싶은 캐릭터를 좋아한다. <정글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의 구우나,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쿠루루 같은 캐릭터.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여태까지 곡을 쓸 때, 그런 화자가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며 곡을 쓸 때가 많았다. 노래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경연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언프리티 랩스타><퀸덤>을 출연하며 서낳괴(서바이벌이 낳은 괴물)로 불렸고, 연습생 시절도 겪으며 항상 내겐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산다고 생각했다. 그때 맹렬하게 열정을 다했을 때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 나서, 혹은 끝내고 나서의 공허함은 그만큼 깊더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목표도 없을 때가 진짜 행복한 거 아닐까? 갖고 싶은 것이 없는 게 행복한 거 아닐까? 아무 것도 없는데도 행복한 것 말이다.
자유
어떤 틀에도 갇히고 싶지 않다. 아무 편견 없이 듣고, 선입견 없이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제시하면 그것에 대해 오히려 한번 더 생각을 해봤다. 더 많은 이들이 골랐다고 이게 정답일까? 내가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틀이 없는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더글라스 케네디 <빅 픽처>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글을 쓴다. 다음 장을 더 빨리 넘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편안한 책을 읽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오로지 이것에만 몰입해서 이것만 생각나게 하는 작품을 더 좋아한다. 작품에서는 그렇게 훅 빨아들이는 자극이 중요하거든. 우리의 데뷔곡 ‘라타타’에서 도발적으로 “누가 뭐 겁나?”라고 하는 소절처럼 말이다.
칸예 웨스트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그의 첫 번째, 두 번째 앨범을 특히 좋아하지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앨범도 좋아한다. 2010년에 낸 앨범인데, 지금 들어도 혁신적인 앨범이다. 이중에서도 ‘runaway’는 피아노 하나로 다 죽였다. 칸예가 내는 곡들은 늘 여태까지 없던 노래들이다. 내가 신선하고 자극적인 것에 꽂혀있을 시기에 특히 칸예에 열광했다. 요즘은 오히려 담백하고 솔직한 곡들에 더 꽂혀있는 편이다.
유희열
유희열 선배님의 가사를 좋아한다. 진심으로 가사를 쓴다는 게 느껴진다. 권진아 선배님의 ‘끝’이라는 노래와 ‘그녀가 말했다’라는 노래가 좋다. 솔직하고 담담한데 진짜처럼 느껴지는 언어다. ‘끝’이라는 노래에 “넌 준비했잖아“ 라는 가사가 있는데, 일상어 같으면서도 쾅 와닿는 게 있더라.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넌 준비했잖아”라고 이야기할 것만 같은 상황.
첫사랑
첫사랑은 한번뿐인 것이다. 살면서 두 번 다시 겪을 수 없는 시간. 돌이킬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늘 영감을 준다. 돌이켜보면 그 감정을 통과하기 전과 후가 굉장히 달라졌다. 이전엔 곡을 쓸 때 사랑이라는 감정을 상상만으로 썼다면, 이후엔 뭘 좀 알고 쓰게 되었지. 깊이도 생기고, 할 말도 많아졌다. ‘덤디덤디’도 처음이라는 감정, 열정, 첫사랑만이 느낄 수 있는 설렘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최유수 <사랑의 목격>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감정을 목격하는 거는 성립할 수 없는 말이잖아. 감정은 물성이 없는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어차피 끝나고 나면 부질 없다,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에 이 책을 접하고 그것을 목격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됐다. 나는 원래 날 사랑하지만, 이 기억만큼은 도려내고 싶다는 것도 있을 수 있잖아. 하지만 그 모든 걸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를 이루는 한 부분, 한 부분들을 다 사랑하게 되었다.
(여자)아이들
영감의 원천, 뮤즈는 결국 나 자신, 그리고 우리 팀이다. 나와 멤버들이 겪고 느낀 것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들을 노래로 쓰고, 춤추고, 부른다. 나는 자연스러운 날 것의 아이들을 보여주고 싶다. 녹음을 할 때도 날 것의 목소리 그 상태로 해주길 권한다. 그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꾸미는 것은 사실 모두들 같은 걸로도 꾸밀 수 있는 거잖아. 하지만 날 것의 개성은 따라 할 수 없다. 고유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아네 그란데 ‘thank u, next’
아리아나는 자기 이야기를 무척 잘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thank u, next’에서 자신이 만났던 모든 연인들 이름을 나열하면서 고맙고,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스쳐간 사람들, 추억들, 성공과 실패 모두 영감이 되었고 지금의 자신을 이루게 해주었다고 긍정한다. 그에게서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배웠다. 나 역시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23년을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곡도 있는데, 우리 멤버들이 부르기엔 잘 맞지는 않아서 아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오해영
<또 오해영>의 오해영 같은 여자가 매력 있다. 완전히 직진하는 솔직한 사람. 내가 어떤 ‘척’을전혀 못하는 사람이라 더 매력 있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내가 쓰고 있는, 아직 미공개된 곡들의 화자는 대체로 오해영처럼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미공개곡들이 얼마나 많은 거냐고? 예전엔 잠 안 오면 자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안 자고 그냥 곡을 쓰러 간다. 곡을 쓰며 감정을 소비하면 잠이 오더라. 작업실에 살다시피 하면서 일기 쓰듯이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곡을 쓴다.
노란색
젊음, 순수함, 자유로움,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담고 있는 색.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신기한 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부분 노란색이더라. 인조인간 19호도 금발이고, 쿠루루도 노란색이고, 해바라기도, 귤과 카레도 노랗다. 노란색이 운명인가보다.
해바라기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해바라기는 영원히 해를 바라본다. 나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지?”라는 생각으로 사랑 노래를 쓴다. 연인 관계가 끝나고 그 사랑이 어느 정도 잊혀질 수는 있어도, 사랑이라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싫다고 말해”라는 곡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곡이다. 해바라기에 대한 곡도 있는데, 아직 미공개다. 이런 곡들이 엄청 쌓여있다.
사자
<퀸덤>에서 발표한 곡 ‘Lion’의 영감이 <라이언킹>이란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내 머리가 반곱슬이어서 어릴 때부터 사자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때부터 나를 동물로 비유하자면 사자라고 생각했다. 왕이잖아. 하하. 카카오의 라이언 캐릭터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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