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눈이 매력적이다.
예전엔 콤플렉스였다. 한쪽 눈도 쌍꺼풀을 손으로 만들어봤는데, 느끼하더라. 하하. 화보를 찍으면 나만의 개성으로 보여 이젠 좋아한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표정을 짓는 데 거리낌이 없다. 자신을 표현하고 남들의 시선을 받는 데 타고난 사람 같다.
굉장히 즐긴다. 사람들과 있으면 에너지를 얻는다. 혼자 있으면 어쩐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사람이 많으면 즐겁다. ‘관심 종자’다. 연예인을 해야 할 운명이었던 건가. 하하하.
스무 살이 되니 어떤가?
달라지는 건 없었다. 미성년자 때 법적으로 제한된 것들이 풀리는 것 외에는.
처음 마셔본 술은 어땠나?
성인이 되고 대표님과 마셔봤는데 되게 맛이 없더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술이 달다고 하시는데, 나는 아직 쓰기만 하다. 인생을 덜 살아서 그런가.
솔로 곡 ‘Rose, Scent, Kiss’는 성인식 같은 노래던데.
귀여운 이미지에서 갑자기 섹시한 표정을 지으면 받아들이기 어려우실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왕 할 거 제대로 보여주자는 마음에서 조금 과하게 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셨다. 이런 음악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희망도 생겼다.
그 곡에서 ‘난 당신이 예전에 알던 그 소년이 아니고, 기대해왔던 그런 소년도 아니다. 누가 뭐라든 난 나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무슨 변화가 있었나?
데뷔 초엔 악플, 사람들의 말에 연연했다. 나에 대해 이상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런 분들을 하나하나 만나 진실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도 없잖아. 조금만 찾아보면 아님을 알게 될 텐데 나쁘게 단정짓는 건 너희 잘못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 스무 살이 된 마당에 당당해지려 했다. 너무 겸손하기만 한 것도 멋이 없더라고.
일 년 사이에 많이 단단해졌다.
질문에 답하며 깨달았다. 내 노래 가사도, 나도 그동안 꽤 많이 바뀌었다는 걸.
일본에서 ‘다이키’, 미국에서 ‘데이비드’, 한국에서 ‘대휘’로 살아왔다. 그 시절 당신은 어땠나?
내 유년의 삶엔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하하. 밝게, 밝게 지냈지만 때론 미워하거나 슬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기에 단단해졌고, 고난은 축복으로 바뀌었다. 예술가로서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생긴 거니까. 여러 문화권을 오가며 시야가 넓어진 것도 좋은 점이다. 다른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한 세계에, 한 우주에 산다는 걸 알게 됐다.
이대휘에게 편견은 없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견이 있을 거다. 옷을 아주 특이하게 입거나 메이크업이 아주 특이한 사람을 보면 아마 나도 놀라겠지. 하지만 그를 결코 손가락질하진 않을 거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행동이 조금 다르다고 삿대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2020년이잖아.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양성이 존중돼야지.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 나도 선두 주자가 되고 싶다.
‘이대휘’답다는 건 뭘까?
날 아는 사람들은 다 ‘너는 너 같아’라고 한다.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는 나만의 걸 만들어내고 싶다. 요즘 ‘부캐’가 유행이잖아. 그런데 나는 부캐를 가지고 싶지 않다. 그냥 나대로 쭉 살고 싶다.
나다워진다는 건 어떤 일일까?
눈치를 안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해 살면 나다워지는 것 같다.
이번에 만든 곡 중엔 어떤 음악에 가장 애착이 가나?
‘비비드’라는 앨범명을 짓고 처음 쓴 ‘비비드’라는 곡. 여러 색이 모여 이뤄낸 하나의 색으로 우리 세상을 물들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예전엔 멤버들에게 내가 부른 가이드처럼 노래를 불러달라고 주문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자기 개성을 드러내 불러달라고 했다. 음색, 창법이 다르니 더 풍성하더라.
몇 번 인터뷰해보니, 자신의 욕망이 확실하면서 남들도 잘 살피는 기민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을 하려면 업계 분들과 잘 소통하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트렌드에도 예민해야지. 그렇다고 눈칫밥 먹고 살진 않았는데, 분위기를 잘 읽는 능력이 있다. ‘지금 저 사람 기분이 좋지 않다’라든지, ‘상황이 잘 안 돌아가네, 내가 나서야겠다’ 싶은 시점도 알고. (브랜뉴뮤직의 마케팅팀 팀장이 그런 걸 느끼는 순간이 잦다며 거든다.) 어쩌면 관리 직원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클 ‘대(大)’에 빛날 ‘휘(煇)’, 당신의 야심이 좋다.
인생도 이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좋다. 하하하.
어디까지 가고 싶나?
끝까지 가고 싶다. 성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안주하면 금방 한물간다고들 하잖아. 나는 서른, 마흔이 되어도 현역 아이돌이고 싶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노래를 하고, 춤출 수 있을 때까지 춤추고,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때까지 웃기고,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때까지 화보를 찍고 싶다. 끊임없이 레슨 받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창법도 댄스도 유행이 있으니까.
아직 보여주지 않았지만,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멋진 몸. 그리고 음악. 패션, 메이크업, 보컬, 댄스, 모든 것에서 나만의 것을 찾아내고 싶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어떤 걸까?
Be Yourself. 우리는 다 다르다. 누구와 같은 건 없다. 이름도, 태어난 날도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겠나. 모두 다르니까 그냥 ‘Be Myself’ 하면 남들과는 달라진다. 우리는 각자 다른 빛을 지닌 존재들이니까.
그새 키가 더 큰 것 같다. 좀 자랐나?
재보진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다. 이제 무대 위에서 살짝 여유가 생겼다는 점에선 좀 자란 것 같다.
볼 때마다 개성이 뚜렷한 마스크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렸을 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다. 입술이 두껍고, 쌍꺼풀이 진하니까 수술했냐, 혼혈이냐는 말도 듣곤 했지. 그런데 몇 년 동안 가수 활동을 하면서 팬들이 김동현이라는 가수를 기억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내 얼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렇다고 잘생겼다는 느낌은 아니고. 하하. 외모도 더 관리하고 노력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웃지 않으면 차갑고, 웃으면 맑다. 그 갭 때문에 오해받기도 하나?
많이. 무표정으로 있으면 사납게 생겼다거나, 차갑게 생겨서 다가가기 어렵다고들 하시는데 엄청 억울하다. 하하. 나는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따듯한 사람이거든. 서슴없이 다가와주셨으면 좋겠다.
솔로 곡 ‘더 더’를 들어보면, 숨과 시간 그리고 연애를 엮어낸 가사가 위트 있더라. ‘Deep Inside’는 직설적이고 톡톡 튀고. 가사 소재는 어디서 찾나?
눈뜨면 보이는 모든 것에서. 드라마, 영화, 책 같은 다양한 작품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고, 일상생활에서도 얻는다. 간혹 지나가다 사람들이 나누는 별 의미 없는 대화를 얼핏 듣고도 어떤 지점에 꽂히면 한번 써봐야지, 하고 메모해둔다. 심지어 상점가 간판들을 보다가 메모한 적도 있다.
최근에 영감을 받은 건?
캐치볼. 상대방이 공을 던져야 내가 받고, 내가 또 던져야 캐치볼이 가능하잖아. 사람 마음의 움직임과 비슷한 것 같아서 이런 느낌으로 가사를 써봐야지 싶었다.
문학적이네. 어떤 책 보나?
시집을 제일 많이 보고, 소설도 종종 보고, 에세이도 가끔 읽고. 지금 생각나는 책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다. 그분의 글은 늘 담담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읽기를 마치면 내 안의 뭔가를 건드린다. 그게 좋아서 계속 읽게 된다.
이전 인터뷰에서도 새벽의 안개 낀 풍경, 겨울에 코가 찡하게 매운 감각 등을 설명해준 적이 있었지. 감각이 예리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예리하게 포착하는 편이다. 요즘엔 여름을 좋아하려고 여름 냄새를 느껴보고 있다. 풀 향, 후덥지근한 바람 냄새가 뒤섞인 여름밤의 냄새가 좋더라.
중학생 때부터 밴드를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서 그런지, 아직도 당신이 작곡한 곡엔 밴드의 감성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요즘도 기타를 치나?
잠깐이라도 집에 있을 때는 기타를 집어 든다. 곡도 쓰고. 어쿠스틱 기타를 두 대 가지고 있고, 최근엔 기타 앰프를 샀다. 확실히 더 연주할 맛이 난다. 최근엔 아비르의 ‘탱고’라는 곡을 연습 중이다.
밴드 기반의 음악을 더 보여주고 싶진 않나?
그런 색깔의 곡을 하나씩은 앨범에 수록해왔고, 음악을 그만두기 전까지 어쿠스틱 음악을 놓진 않을 거다. 중학교 때 밴드 활동을 한 친구들과 어른이 돼서도 밴드를 하자고 약속했는데. 하하. 언젠가 이벤트성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LP도 모은다면서?
지금 백 장은 넘지 않았을까 싶다. 보물 1호는 진짜 오래된 건데, 마이클 잭슨의 두 번째 앨범 <Ben>이다. 밴드도, 재즈도, 팝이나 힙합 LP도 있다. 요즘 음악 트렌드가 베이스가 강해서 밤에 들으면 둥둥 울려 잠이 깨거든. 그런데 내가 가진 턴테이블로 재생하면 베이스가 거의 안 들린다.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서 더 편안하다. 깨끗하지 않은 음질도 좋고. 많이 듣는 LP는 음이 나간 부분까지 외워서 따라 부르곤 한다. 참고로, 방을 혼자 쓴다.
자기 전엔 무슨 생각하나?
저녁엔 최대한 먹는 걸 자제하다 보니, 아침에 뭐 먹을지를 생각한다. 하하하.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중재자라고 했던 성향은 여전한가?
여전하다. 중간에서 이 멤버 얘기도 들어보고, 저 멤버 얘기도 들어보고. 부족한 점은 말해주고, 피드백도 해달라고 하고. 남의 얘기만 듣지 말고 내 이야기도 해보려 노력은 하는데, 여태 살아온 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아서 현재진행형으로 노력 중이다.
팬사인회에서도 ‘다정함’ 장인이라던데?
누군가 나를 다정하게 대하면 삐뚤어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나도 다정하게 대하게 되지 않나? 팬들은 다정을 넘어 넘치는 사랑을 듬뿍 주시는 분들인데, 그 사랑에 다정하게 답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남한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중재도 할 수 있고 다정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좀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오지랖을 부리려 한다. 하하.
‘김동현’다운 건 뭐라고 생각하나?
할 건 하는 친구다. 자기주장도 있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친구지만, 마냥 하고 싶은 것만 하진 않는. 주변도 잘 살피고 내려놔야 할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그럼 ‘나다운’ 건 뭘까?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주장만 강하게 앞세운다고 나다운 건 아니라는 거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 중에 보여주고 싶은 건?
밴드 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연기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영화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하거든. 풋풋한 학원물 한번 해보고 싶은데, 불러만 주시면 뭐든 잘해보겠다. 하하하.
박우진을 보면 소년 만화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라면 어떤 캐릭터일까?
되게 밝고, 힘도 세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장난도 잘 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일 것 같다. 밤하늘을 보며 사색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우울해지기도 하는. 이면에 다른 감정이 있는 캐릭터.
최애캐는 여전히 ‘아이언맨’인가?
최초의 아이언맨은 단순한 고철 덩어리 로봇인데, 편을 거듭할수록 멋지게 거듭난다. 타고난 초능력이 아니라 노력으로 영웅이 되는 캐릭터라는 점이 멋있다.
당신의 춤 실력도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이루어냈나?
나는 타고나지 않았다. 성격도 너무 내성적이었고, 춤도 랩도 노래도 해본 적 없는 애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무대에 처음 섰는데 쏟아지는 함성이 너무 좋더라. 그때 느낀 그 감정을 좇아서 계속 춤을 췄다.
갓 데뷔한 박우진을 처음 인터뷰했을 때, 좌우명이 ‘즐기자’였는데 아까 동영상 인터뷰할 때 들으니 ‘후회하지 말자’로 바뀌었다고?
데뷔를 특이하게 한 케이스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사소한 것이라도 아쉬움을 남길 일을,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질 일을 만들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다.
남들에게 고민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은 여전한가?
여전하다.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입도 무겁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타입도 아니다. 다들 혼자 떠안지 말라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고민이 있고 그걸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럼 이 자리를 통해 최근 고민을 하나 털어낸다면?
음, 뭐랄까. 어디선가 말해야겠다 싶었지만 아직 꺼낸 적 없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말해보겠다. 지난해, 다리 부상을 두 번 당하면서 춤을 꽤 오래 못 췄다. 다친 직후엔 다리가 안 움직여서 겁을 많이 먹었다. ‘내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못 추면 어떡하지.’ 솔직히 나는 춤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거든. 감정 기복을 심하게 겪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감성적인 말인데, 힘든 시기를 보내고 팬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 “오뚝이가 넘어져서 하늘을 봤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라고. 잘 쉬고, 완전히 괜찮아지면서 다시 마음을 먹고 여기까지 오기가 길었네. 그랬다. 그런 얘기다.
춤을 다시 출 수 있게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한 달 정도 침대에만 있었고, 3개월은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었다. 혼자서 화장실에 가기도 어려우니 몸이 근질근질하더라. 걷는 게 소중함을 느꼈고, 단 한 번이라도 뛰어보고 싶더라. 그리고 춤을 처음 췄을 때는, 당연히 좋았지. 이번 앨범 중 ‘초현실’의 강렬한 춤을 추면서 그간 쌓였던 한을 다 풀어냈다.
당신은 멤버들과 편하게 있는 모습과 인터뷰로 만날 때 갭이 가장 큰 아이돌이다. 멤버들과 있을 때는 장난기가 그득한데, 독대하면 단어 하나하나 오래 생각하고 신중하게 답한다.
하하. 다들 놀라시는데, 의외로 되게 내성적이고 생각이 많은 타입이다. 한마디를 뱉어도 그로 인해 일어날 상황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 팬사인회 때도 팬분들께 질문을 받으면 고민하다가 대답을 빨리 못해서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았다. 혹시 오해가 있으셨다면 이 인터뷰로 풀릴 수 있다면 좋겠다.
솔로 곡 ‘컬러 아이’는 강렬한 트랩 장르더라. 박우진의 색을 제대로 보여줬나?
섹시함과 강렬함, 몽환적인 느낌을 모두 담고 싶었다. 주제부터 직접 정한 건 처음이라 고민하다가 대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휘가 뜬금없이 “그럼 ‘컬러 아이’ 어때?”라고 하더라. 말 그대로 색안경이지. 좋은 말일 수도, 나쁜 말일 수도 있지만 색안경을 끼고 봤을 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콩깍지’ 같은 의미로 곡을 써보면 어떨까? 그렇게 대휘가 제목을 정해준 다음부터는 쭉쭉 잘 나왔다.
이대휘와는 정말 끈끈하겠다.
거의 형제다. 벌써 5년이 됐다. 서로 모르는 것도 없고 많이 의지한다. 대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하.
솔로 곡에서 보컬도 직접 소화하는데,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랩 아닌 보컬도 보여줄 생각이 있나?
사실 난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는데 괜찮을까? 노래하는 건 좋아하지만, 많은 분들이 제대로 보여주세요, 라고 하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땀이 너무 나고 손에 쥐가 나기도 한다. 연습생 시절엔 거의 음치였거든. 하하. 하지만 혼자서 부르는 건 참 좋아한다. 요즘엔 폴킴 선배님의 ‘안녕’을 자주 부른다. 언젠가는 제대로 들려드리고 싶다.
박우진답다는 건 뭘까?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네. 나답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겠다. 남들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내 모습일까,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내 모습일까? 여럿이 있을 때는 밝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아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 요즘 따라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아직 보여주지 않았지만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박우진의 모습은 뭔가?
나 스스로도 찾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부터 내가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내가 주제를 정하고 작사 작곡을 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어떤 곡일 것 같냐고? 나도 궁금하다.
목소리가 묘하다. 그런 말 듣나?
너, 음색은 좋다. 그런 얘기는 예전부터 좀 들었던 것 같다. 하하.
좀 더 자랑해볼 수 있나?
각각 다른 분에게 들은 얘긴데, 어떤 분은 “네 노래를 들으면 잠이 깨”라고 하고, 어떤 분은 “네 노래를 들으면 잠이 와”라고 하시더라. 아마도 전자는 내 노래가 귀에 꽂혀서 잠이 깨는 거고, 후자는 내 노래가 듣기 편안해서 잠이 오는 거겠지? 그런 말을 들을 때 제일 기분이 좋다.
방송 활동 경험이 있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비공개 연습생으로서 그룹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뉴페이스였다. 당시 무대에 오르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들뜬 얼굴로 말했는데. 1년 정도 활동해보니 뭔가 달라졌나?
아직도 긴장하는 건 똑같다. 하하하.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건 무척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여유가 생겼지.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 주어진 퍼포먼스를 해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내 모습을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더 예뻐 보이고, 어떻게 해야 노래가 더 잘 들리는지 알게 되더라. 물론 지금도 한창 배워가는 중이지만 말이다.
솔로 곡 ‘문댄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내가 알던 전웅이 맞나 충격받았다. 이렇게 수줍은 듯 말하는 사람이 그런 관능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다니.
나도 ‘문댄스’를 찍으면서 충격 받았다. 하하하. 나는 원래 섹시한 음악들을 좋아했다. 솔로 곡 퍼포먼스에선 ‘날것의 섹시’를 보여주겠다고 작정했지. 의상도 후면을 망사로 해달라고 직접 부탁드렸다. 어쩐지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이랑도 비슷한 것 같은데? 하하하.
라이머 대표가 묘한 섹시, ‘묘섹’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던데.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하나?
섹시해 보이려고 하기보단 그냥 남들과는 좀 다른 눈빛을 하려고 노력한다.
전웅의 섹시란, 잠에서 덜 깨어 전화를 막 받았을 때의 목소리 같은 느낌이다.
맞다. 딱 그런 나른한 섹시함을 추구한다. 눈도 게슴츠레 뜨고. 하하하. 섹시하다는 건 단지 외견 뿐 아니라, 저 사람 어쩐지 사연 있어 보인다,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나른하고 몽환적인 느낌 말이다. 제인 말리크, 코난 그레이 같은 아티스트 음악을 좋아해서 많이 듣는다.
정작 성격은 애교도 웃음도 많은 것 같은데?
집에서 삼형제 중 막내인데, 두 형이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 내가 자연스럽게 애교 있는 성격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대놓고 막 ‘우우웅’ 애교를 부리는 것은 아닌데. 하하하. 말투에서부터 애교가 묻어난다고 하더라. 멤버들도 내게 생활 애교가 있다고들 말한다.
사랑이 많나?
그런 편이다. 부모님께 보고 배웠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날 아낌없이 사랑해주셨다. 애칭이 ‘왕이쁜’일 정도로. 부모님은 주변에 애정을 쏟는 분들이셨고, 내게도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숨기지 말라고 하셨다. 애정을 다 표현하고, 있는 만큼 다 보여주라고. 그렇게 보고 배우면서 주변인에게 잘하게 된 것 같다. 팬들에게도 그렇게 표현하려고 한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랐겠네.
맞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다른 기획사에서 6년 정도 긴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좌절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 데뷔가 몇 차례 무산될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용기 내서 계속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함께하게 됐잖아. 좌절할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노력하는 게 낫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같다.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혼자서 힘들어하고 만다.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선 티 안 내고 싶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티를 안 내도, 무슨 일이 있으면 동현이가 꼭 와서 “무슨 일이야” 하고 묻더라. 이상할 정도로 잘 파악한다. 굉장히 섬세한 친구다.
어떤 게 ‘전웅’다운 거라고 생각하나?
그냥 웃고 지나가는 거. 그게 전웅답다고 생각한다.
혹시 너무 착하게만 사는 건 아닌가?
이건 경험인데, 선하게 산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살면서 착하게 행동해서 불이익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착하다고 할 말을 못 하는 건 아니거든. 난 할 말은 한다. 손해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하하.
아직 보여주지 않은 전웅의 모습 중, 꼭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사실 난 말하는 게 좀 웃긴 편이다. 그래 보이지 않나? 음, 아닌가? 하하하. 망가질 때는 확 망가질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 예능도 잘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데뷔 무렵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한다”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전웅은 꿈꿨던 미래에 와 있나?
와 있다. 그때 꿈꿨던 음악 방송 1위, 신인상 수상, 콘서트, 모두 이루었다. 이제 또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꿔야지.
지금은 어떤 미래를 꿈꾸나?
일단 코로나19가 종식되어서 하루라도 빨리 팬들을 대면하고 싶다. 팬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던 때가 그립다. 그리고 또다시 멤버들과 끝내주는 새 앨범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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