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대가 ‘깡’과 비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재밌으니까. 10대는 이 형이 되게 열심히 하는데, 그 모습을 패러디한 영상들을 보니 더 재밌는 거다. 재밌으니까 따라 하게 되는 거고. 더 많이 패러디하고, 춤을 따라 추었으면 한다. 나도 추고. 하하. 희화화되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연예인도 받아들이고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다고 들었다. 유튜브를 운영하려면 10대, 20대의 정서를 알아야 하고, 그들의 소통 방식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공부하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엔터테인먼트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거 연예인은 신비주의를 표방했다. 함부로 나서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연예인의 기준, 스타의 기준이 없다. 유튜브 스타들도 스타다. 틱톡이나 SNS 스타들도 스타고. 연예인도 옆집 형이나 친구 같은 친근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SNS를 무척 활발히 운영하더라. 댓글이나 팬들의 반응에도 피드백이 빠르다.
소통해야 하니까. <놀면 뭐하니?>도 대중과 함께 즐기자는 거다. 이미 판은 벌어졌다. 팬데믹 시대라 다들 지치고 힘드실 텐데 나 하나로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면, 연예인으로서는 너무 감사한 기회다.
<놀면 뭐하니?> 출연 이후로 비 영상의 댓글 양상이 달라졌다. ‘레인오빠 대인배론’이 대세를 이룬다.
만약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아이돌이 밈 현상을 겪는다면 굉장히 혼란스러울 거다. 그런데 나는 활동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똑똑한 후배라면 이런 상황에서 함께 즐길 것이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여러분 함께 놀아요’라고 하는 순간 정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콘텐츠를 내놓아야만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콘텐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20년 가까이 활동했지만 앞으로도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 같다.
당연하다. 어쩔 도리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가 있다. 이를테면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등장할 테고, 1차원적인 단순 노동의 시대는 끝나갈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10대에게 지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이 기회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뭐가 잘될지 아무도 모르는 시대다. 앱을 제작하거나, SNS에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니까.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왜 먹방을 보는지, 저걸로 돈을 어떻게 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먹방은 성공한 콘텐츠가 됐다. 이제는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싸움이다. 나 또한 신인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규격화된 프로세스에서만 활동하는 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생각한다. 소통이다. 소통을 기반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하지만 신인 아이돌은 매니지먼트의 관리 감독이 철저하지 않나? 아이돌이 팬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돌 친구들은 회사에서 관리해줘야 한다. 멘털 케어가 우선이다. 아이돌은 아기 같은 존재다. 작은 상처에도 크게 다친다. 상처도 깊고. 소통 과정에 회사가 개입하고, 한 번은 필터링해줘야 한다. 가식적인 소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메시지가 원래 의도와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이돌을 상품으로 여기고 판단할 게 아니라 상처받지 않게 보호해주어야 한다. 음악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가.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는 카운슬러 담당자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 회사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또 가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싹쓰리’ 얘기도 해보자. 비와 이효리, 유재석은 상상조차 안 되던 조합이다. 지난 시절이 떠오를 법도 하다.
이번 기회에 ‘부캐’라는 것을 얻었다. 사실 비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활발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싹쓰리’에서는 막내라서 구박도 당한다. 구박은 당하지만 재석이 형과 효리 누나의 사랑이 많이 느껴진다. 재미를 위해 이런저런 장난을 치지만 실제로 많이 챙겨주신다. 그리고 광희 군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너무 열심히 해서 조금만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정지훈이야말로 성실함의 아이콘이다. 열심히 활동해왔다. 하지만 지치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버티고 나아갔나?
당연히 지친다. 하지만 그 순간을 한 번만 겪어내고 이겨내면 정말 좋은 날, 새로운 날이 온다. 사람 일이라는 게 그렇다.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랬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그럴 때 굉장히 지친다. 지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 차례가 온다.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면 안 된다. 나를 사랑하고, 언젠가는 더 잘될 거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친구들을 보면 누구는 성공해서 부자가 됐고, 대기업에 들어가고, 창업하기도 한다.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들보다 더 잘되겠노라 마인드 컨트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10년 뒤에는 그 친구보다 더 잘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때가 온다고 생각한다. 10대에 기회가 오는 친구가 있고, 20대에, 30대에 오는 친구도 있다. 기회는 무조건 오니까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동기 부여를 해야지, 압박하고 술 마시고 담배 태우고 그러다 보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한다.
자존감 갖기는 요즘의 화두다. 아이들에게 또 지금 시대에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말 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내가 경험했던 일이다. 10대 때 정말 힘들었다. 그 와중에 지병이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치료비가 없었고, 세상이 너무 싫었고, 삶을 포기하자니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달렸다. 그런데 ‘밈’이 되는 게, 희화화되는 게 뭐가 억울하겠나? 먹고 싶은 걸 사 먹으려고 노력했고, 가족을 만들려고 했는데 가족이 생겼다. 가장 억울했던 건 병원비가 없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데, 이제는 가족이 아파도 내가 돌볼 수 있는 가장이 됐다. 감사한 일이다. 젊었을 때 너무 치열하게 고생하고 절망적인 인생을 살았기에 지금은 모든 게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자존감을 높이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생각한다.
SNS에서 맺은 관계가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처 입기 더 쉬워졌다.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그래서 연예인을 비롯한 일반인에게도 자존감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존감을 키우는 게 SNS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건이 아닐까.
맞다.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나? 치열한 시대에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 라면 먹을 거 돈 더 보태 제육볶음 먹고, 스스로 칭찬하고. 힘내야 한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이기 전에 조직 생활을 하는 회사원이고, 회사원이기 전에 가족이다. 가족이기 전에는 개인이고. 스스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19년 차 정도 되니 음악적으로 실험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 곡이 ‘깡’이다. 그전에는 내가 프로듀싱했는데 처음으로 손을 떼고 프로듀싱을 맡긴 곡이다. 다들 내가 쓴 곡인 줄 알지만, 가사 하나 손을 안 댔다. 그런데 곡 발표 시점에는 화제가 안 됐는데,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패러디를 하였고, 그게 터졌다. 사람들이 비가 댓글을 볼까, 이 현상을 인지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던 중에 내가 방송에서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더 웃긴 현상이 되어버린 거다. 이런 현상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깡’의 성공은 설명도 이해도 잘 되지 않는다. 성공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렵다.
왜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연구를 해봐도 어렵다. 망한 노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왜 이 곡만 갑자기 인기였을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건데, 그 새로움이 독이 됐다가 나중에는 맛있는 음식이 됐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현상을 또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현상의 원인과 과정이 궁금한 거다. 이런 연구를 하면서,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모습의 가닥은 잡았나?
본의 아니게 신드롬이 되어서, 10대 심지어 여섯 살짜리 아이도 ‘깡’과 나를 안다. 전성기 때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과 더 소통하려고 한다. 이제는 팬들이 원하는 대로 할 거다. 다음 앨범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한다.
연기도 하고 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실 내가 남의 말을 잘 듣는다. 귀가 얇다. 누가 좋다고 말하면 하고 싶고, 해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나리오를 정독해서 내가 재밌다고 느낀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선 올해까지는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이번 여름은 ‘싹쓰리’가 음원 차트를 석권할 거라고 한다.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깡’이 이렇게 잘될 줄 누가 알았겠나? ‘깡’ 리믹스 버전이 일주일 동안 음원 차트에서 1위 하는 것도 신기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앞으로 비는 어디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까? 방향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다 사라지고 싶다. 아무런 탈 없이 조용히. 사실 ‘깡’이 안 터졌으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하고 지냈을 거다. 운이 좋으면 주연도 하고. 더 이상 대본이 안 들어올 때쯤 되면 가족 잘 챙기고, 후배 양성도 해보려고 했다. 왜냐면 욕심이 없어서다. 내가 원하는 건 이미 다 해봤다. 음악 방송에서 1위가 소원이었는데, 이뤘다. 아버지 모실 집 하나 장만하는 게 소원이었고. 남부럽지 않게 가족 챙길 수 있는 수준이 되길 기원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수준이 됐다.
비의 또래 팬들은 계속 활동하기를 원할 거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 쓸쓸히 사라지는 것은 애처로운 일이다.
가족 챙기기도 바쁜 인생이다. 가족과 웃고 떠들고, 즐기고 싶다.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솔직히 발라드 가수도 10년 이상 살아남기 힘든데, 댄스 가수가 20년 넘게 춤을 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축구 선수로 치면 코치할 나이다. 그럼에도 관심 가져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언젠가 춤은 그만 춰야 할 거다. 하하.
‘깡’ 이후로 비는 트렌드를 면밀히 좇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트렌드 중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는 이런 게 등장할 것 같다. 의류를 사서 재판매하고, 나만의 상품을 내고, 나에 대한 방송을 하는 것. 일대일로 자신의 콘텐츠를 사고팔기도 하고. 종합된 콘텐츠가 주목받을 것 같다. 그러니까 게임, 음악, SNS가 하나로 묶인 거대한 콘텐츠의 등장 말이다. 개인이 콘텐츠를 사고파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 그 안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스타가 될 거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는 뭐해 먹고 살아야 할까?
뭐라도 해야지. 정말 뭐라도 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나 역시 유튜브도 틱톡도 뭐라도 하는 거다. 그게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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