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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 플레처(Barny Fletcher), 1998년생 @barnyfletcher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에미넴이 ‘Slim Shady’ 가사를 쓸 즈음 태어난 바니 플레처를 설명하기 위해 가정해보자. 에미넴이 1998년 잉글랜드 서머싯에서 태어나 영국 문화를 섭취하며 자랐다면 어땠을까. 영국식 억양으로 랩을 하고, 가사에는 ‘몬티 파이튼’과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 같은 다분히 영국적인 대명사가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외모도 조금 닮았다. 어쨌든 바니 플레처는 그가 태어날 즈음 유행했던 일렉트로닉 멜로디에 연관성도 보이지 않는 단어들을 속사포로 내뱉는다. 예측 불가능한 가사다. 그런데 흥미롭고 흥이 난다. 젠지인 그는 믹스테이프를 들고 공연장과 레이블을 전전하는 것보다 클라우드 시스템이 익숙하다. 19세부터 작곡을 시작해 매주 한 곡씩 약 4개월간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발표했다. 미친 듯한 열정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떡잎 잘 찾는다는 레이블 TAP(라나 델 레이와 두아 리파가 소속)에서 지난해 바니 플레처를 영입했다. 그는 지금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젠지 래퍼다. -
002
쿠코(Cuco), 1998년생 @cucopuffs
팔팔 끓는 보사노바에 팝을 한 스푼 넣고, 힙한 비트로 간을 잡은 다음 멜랑콜리한 감성으로 마무리했다. 쿠코의 음악은 느릿하면서도 신나고 대낮에도 새벽의 감성을 이끌어낸다. 감성에 취기를 더하는 것은 라틴 음악의 멜로디고. 그 외에 사이키델릭, 재즈, 힙합 등 경계를 가리지 않고 흡수하는 능력도 갖췄다. 쿠코는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멕시코인이 절반 가까이 거주하는 LA 남부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음악적 토양에 라틴 정서가 또렷이 녹아 있는 이유다. 신비로운 기타 리프는 케빈 파커의 영향이 크다. 쿠코는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사춘기부터 케빈 파커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는 18세의 나이에 인디 신에 데뷔했으며 이미 빌보드 상위권을 휩쓴 좀 나가는 스물둘이다. 멕시코 국경에는 장벽이 세워졌지만, 젠지들은 멕시코와 미국의 문화가 융합된 쿠코의 음악을 듣고 기도한다. 제발 틱톡 배경음이 되지 말아달라고.
003
맷 옥스(Matt Ox), 2004년생 @mattox
12세 아이가 랩하면서 춤을 춘다면 어찌할 텐가? 맷 옥스는 2017년 초딩 바이브가 넘치는 진지한 힙합 곡 ‘Overwhelming’을 발표했다. 3천만 뷰에 달하는 이 뮤직비디오의 압권은 초딩 친구들과 함께 스피닝을 돌리는 신이다. 미성으로 랩하던 어린이 시절은 지났고, 지금 맷 옥스의 음악은 좀 더 과격하다. 중2병과 허세, 변성기가 삼합을 이뤘기 때문. 그런데 반응은 꽤 좋다. 맷 옥스의 날 선 플로가 미국 중딩들의 감성을 깊게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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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턴 크리스 앤서니(Deaton Chris Anthony), 1994년생 @deatonchrisanthony
일렉트로닉 팝과 R&B를 넘나드는 뮤지션 디턴 크리스 앤서니. 특기는 바느질이다. 버려진 천 조각을 잘라내어 스웨터나 후드에 꿰맨다. 일종의 업사이클링인 셈. 유튜브를 보고 독학으로 배웠다는데 솜씨가 아주 꼼꼼하다. USB가 달린 모자도 만들고 그 외에 다양한 의류들이 많다. 획기적인(?) 의류는 그의 웹사이트에서 살 수 있는데, 가격은 5백 달러에서 8백 달러 정도. 수제품이라 좀 비싸다. 본업은 뮤지션이다. 전설적인 스케이터에 대한 곡 ‘Tony Hawk’를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 토니 호크도 출연한다. 이어 발표한 ‘Racercar’에선 클레어오, 클레어 클레어 등 요즘 잘나가는 젠지 뮤지션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참고로 클레어오의 랩을 들을 수 있는 귀한 곡이다. 다양한 목소리와 사운드, 샘플링을 모아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솜씨가 그의 옷을 닮았다.
005
케시(keshi), 1994년생 @keshi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시대다. 수십여 가지 사운드가 층층이 연결된 하이파이 뮤직이 대세인 와중에 케시는 로파이 뮤직을 만든다. 깨끗하게 정제된 사운드 대신 날것의 거친 소리들로 완성된 음악은 아날로그적인 맛을 선사한다. 베트남계 미국인 케시는 로파이 음악의 선두 주자다. 음악에 물방울이나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 등 다양한 생활 잡음을 섞는다. 그가 23세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악이 인기를 얻으며 미국 내 커뮤니티와 음악 플랫폼에서 주목받았다. 그 역시 컴퓨터로 프로듀싱하지만 여전히 작업의 시작은 기타다. 뮤지션으로 전향하기 전에는 간호사를 병행하며 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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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로즈(T. Roadz), 2006년생 @t.roadz
티 로즈가 싱글 ‘Anthem’을 유튜브에 게시한 것은 2018년이다. 그의 나이 12세 때다. 들으면 자동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비트에 공격적이고 빠른 랩을 구사한다. 미성의 가냘픈 목소리로 기관총처럼 쏘아대는 가사들은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학예회 수준이 아니다. 그보다 두 배는 더 나이 든 사람들도 어깨를 들썩인다. 그는 ‘BL@CKBOX’라는 영국 힙합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영국 전역에 알렸다. 이후 ‘Grime MC’ ‘Jump On The Riddim’ 등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변성기를 겪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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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디 맥코이(Blondey McCoy), 1997년생 @blondey
블론디 맥코이는 영국 유스 서브컬처 신을 이끄는 스케이트보더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패션계를 종횡무진한다. 아디다스와 협업하기도 했고, 패션 브랜드 팔라스의 메인 모델도 겸하고 있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도 영국 스트리트 신의 아이콘인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스케이트보드계와 패션계를 휘어잡은 그는 이후 아트 신으로 진출했는데, 무려 데미언 허스트와 협업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직접 영화를 만들며 필름 메이커 경력도 추가했다. 아,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 크리에이터이자 사업가다. 블론디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좋아하는 게 있다면 파고, 유명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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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 레몬(Quil Lemons), 1997년생 @quillemons
“이봐, 페탐 걸어도 될까?” 퀼 레몬의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띄는 게시물은 페이스타임으로 촬영한 초상화 시리즈 ‘Hey, Can I Ft You’다. 우리는 전화나 편지보다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는 게 익숙하다. 그렇게 변했다. 하지만 그다음 의사소통 방식은 무엇이 될까. 퀼 레몬은 페이스타임이야말로 자신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말한다. 상대의 목소리와 표정, 행동, 환경 등을 모두 공유하기에 더욱 세밀하게 상대의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퀼 레몬은 페이스타임 중 사진을 찍었고, 9컷의 사진을 모아 하나의 게시물로 만들었다. 9컷으로 만든 페이스타임 초상화 시리즈는 총 26편이며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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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 1999년생 @gracieabrams
인스타그램 스타는 많다.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자랑하는 이미지들로 팔로어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인스타그램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녀가 침대나 소파에서 직접 부른 자작곡 영상 정도. 그녀의 인스타그램이 유명해진 것은 뉴질랜드 팝스타 로드가 ‘그 노래 나한테 보내줘’라고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으며 지난해 뮤지션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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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클레어오(Clairo), 1998년생 @clairo
20년 전에는 차고에서 합주하는 개러지 밴드가 있었다면, 이제는 침실에서 음악 하는 ‘베드팝’ 시대인 듯하다. 2015년 미국 매사추세츠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클레어오는 기숙사 방에서 음악을 만들고, 노트북 웹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Pretty Girl’은 단순하지만 리듬이 경쾌한 곡이다. 여기에 솔직하고 강렬한 가사는 반전 매력. 또 옆방에 들릴까 봐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부르는 창법은 이제 클레어오만의 특색이 됐다. 그녀의 영상은 몇 년 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인디 뮤직 팬들을 끌어모았고, 현재는 코첼라 같은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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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우조쿠부(David Uzochukwu), 1998년생 @daviduzochukwu
젠지 사진가인 데이비드 우조쿠부를 보면 자화상을 그리던 근대 미술가들이 떠오른다. 데이비드 우조쿠부는 자화상을 촬영하는 사진가다. 모래 사막이나 부서지는 꽃, 거대한 잎사귀, 페인트 등 초현실적인 세계에 파묻힌 취약한 자신의 모습을 강렬한 색감과 정적인 포즈로 그려낸다. 자신을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데 열중하는 다른 젠지들처럼 그 역시 디지털 사진 작업을 통해 자아를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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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오(LoveLeo), 1998년생 @loveleo
러브레오는 유쾌하다. ‘Boyfren’을 비롯한 그의 뮤직비디오는 모두 난해하고 기괴하며 매우 팝아트적이지만 동시에 재밌다. 특히 달걀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것과 화면에 자신의 모습을 잔뜩 합성해놓은 것이 핵심이다. 러브레오는 얼마 전 그러니까 10대 시절에 값싼 마이크를 구해 음악 실험을 벌였다고 한다. 3분간의 연속된 휘파람 멜로디에 드럼과 베이스 비트를 얹고, 일렉트릭 사운드를 더해 완성하는 식이다.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단편 영상도 만든다. 영상 역시 그만의 색이 두드러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을 공부하기도 했다. 패션 디자인을 하고 음악, 영상을 만드는 그에게 장르란, 경계란 의미가 없어 보인다.
013
첼라 맨(Chella Man), 1999년생 @chellaman
첼라 맨은 배우다. 넷플릭스의 <타이탄>에서 언어장애를 겪는 히어로 제리코를 연기했다. 첼라 맨의 배경은 할리우드에서도 흔치 않다. 유대인 엄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딸로 태어나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했다. 그는 자신의 성전환 스토리와 정체성, 장애와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유튜브로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정리하자면 첼라 맨은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연기자인 동시에 대학에서 가상현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공대생이다.
014
타일러 미첼(Tyler Mitchell), 1995년생 @tylersphotos
타일러 미첼은 23세에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최초로 <보그> 커버를 촬영한 흑인 포토그래퍼로 말이다. 그가 찍은 인물은 비욘세다. 당시 타일러 미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흑인과 유색 인종을 현실적이고 순수한 방식으로 묘사한다고 말했다. 본래 그는 영화학도였다. 스스로 유튜브 세대로 칭하며 영상 촬영과 편집을 인터넷으로 배웠다고 했다. 현재 그는 소셜 미디어에 정통한 필름 메이커이자 포토그래퍼로서 패션계에서 굵직한 획을 긋고 있다.
015
애런 필립(Aaron Philip), 2001년생 @aaron___philip
패션계에 진정한 포괄성과 다양성이 펼쳐져야 할 시기라고 애런 필립은 말한다. 그녀는 미국 모델 에이전시 최초의 흑인 트랜스젠더 뇌성마비 패션모델이다. 아직 19세에 불과하지만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로 당당히 런웨이에 데뷔한 어엿한 현직 모델이다. 그녀는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패션은 접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패션은 예술로 이어지고, 예술은 다양성을 다루는 세계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목표는 구찌, 프라다, 디올의 런웨이와 캠페인에서 자신과 같은 모델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그녀는 주목해야 할 젠지 모델 중 하나다.
016
파커 킷 힐(Parker Kit Hill), 1995년생 @parkerkithill
파커 킷 힐은 댄서 출신의 패션모델이다. 학생 때는 바인이라는 쇼트폼 플랫폼에서 기괴한 행동이나 장난, 이상한 춤 등 유별난 영상들을 올리며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되었다. 시작은 놀이였는지 몰라도 유명세는 이후 배우와 모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 시트콤 <브로드 시티>에 출연하였고, 나이키와 M.A.C 브랜드 등의 캠페인 모델로도 활동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친구를 사귀는 법, 살아가는 법, 세상을 배웠다고 한다.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의 최전선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그는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된 아티스트다. 그의 꿈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모아 패션 영화를 만드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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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아자니 러셀(Ajani Russell), 1998년생 @ajvni
아자니 러셀은 브루클린 출신의 배우이자 모델, 출판 편집자, 연극 연출가, 스케이터이자 학생이다. 스스로를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유명인을 뜻하는 ‘멀티 미디엄 아티스트’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이미 베르사체, 아크네, GAP 등 유명 브랜드의 캠페인 모델로 활약했고, 비전통적인 예술 중심의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도 설립했다. 그녀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영화 <스케이트 키친>이다. 영화의 성공 이후 현재 그녀는 HBO 드라마 <베티>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더 많은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당장은 다른 출판사와의 협업, 미술 전시 기획을 준비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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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싱(Christina Xing), 1999년생 @christinaxing
젠지들은 생각한다.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있고, 노트북과 인터넷도 있다.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대중에게 공개하는 데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티나는 성공한 젠지에 속한다. 어려서부터 고전 영화를 보고 자란 그녀의 영화에선 초현실주의와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다. 많은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수상도 꽤 했다. 미국을 넘어 태국에서도 그녀의 작품이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 현재 LA에 머물며 영화 외에도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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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니콜 맥러플린(Nicole McLaughlin), 1993년생 @nicolemclaughlin
업사이클링이라고 해야 할까. 니콜 맥러플린은 테니스공이나 풍선, 배드민턴 셔틀콕, 과자 봉지 등 사용하고 버려지는 물건들을 가져다 슬리퍼나 가방, 의자를 만든다. 그녀의 독특한 커스터마이징의 타깃이 되는 브랜드는 많다.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나 프라다, 랄프 로렌 등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들부터 이베이나, 홀푸드 같은 유통업체도 그녀의 작업에 자주 등장한다. 그녀의 작업, 정확히는 실험 결과물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실험을 강행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 도전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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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 로체(Dylan Roche), 2001년생 @_dylanroche
<SNL>의 코미디 그룹 ‘더 론리 아일랜드’가 결성되던 해에 태어난 딜런 로체. 그는 미국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이름을 알린 10대 코미디언이다. 선배 코미디언들의 기발한 실험을 보고 자랐다. 예를 들면 힙합 그룹을 결성해 우스꽝스러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거나, 웃지 않을 수 없는 가사를 쓰거나. 딜런이 지금 하는 작업들이기도 하다. 그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더 론리 아일랜드를 떠올린다면, 맞다. 젠지가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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