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코레아
Matias Corea
뉴욕 ▶ 우수아이아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내가 알던 삶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방향은 상실된다. 비극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떠안고 살아가야 할 주름 같은 것이다. 한 번 새겨지면 영원히 남는다. 2015년 마티아스 코레아는 여동생을 잃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몇 달이 지나고 그는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그 여행만이 당장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동생을 잃고 8개월이 지난 후 그는 절친 조엘과 함께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발해 미 대륙 최남단 도시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까지 긴 여정을 떠났다. 주름은 그렇게 익숙해진다.
1985년형 BMW R80G/S 파리-다카르
1985년형 R80G/S 파리-다카르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독일 라이더 가스톤 라히에는 BMW R80G/S를 타고 파리- 다카르 랠리에서 1984년과 1985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모델답게 파리-다카르 에디션이 존재한다. 이제는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티아스는 이 역사적인 모델을 타고 대륙 횡단을 시도했다. 이 모델을 택한 이유는 멋스럽기도 하지만 작동하기 쉬운 간단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에는 기계식 모델이 적합하다. “칩, 컴퓨터, 센서도 없어요. 모든 부분이 기계식이라 세계 어느 곳에서든 수리가 가능합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기계식 바이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또 있다. 그에게는 캠핑 장비다. 오지를 여행하다 보면 언제나 따뜻한 침대에서 잠들 수는 없다. 숲속이든 사막이든, 산꼭대기든 밤이 찾아오면 텐트를 쳐야 하고, 허기가 지면 식사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행하죠. 제게는 캠핑 장비가 가장 중요한 준비물입니다.” 마티아스는 다음과 같은 준비물을 추천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줄 캠핑 텐트는 가장 중요하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펼치면 자동으로 공기가 충전되는 매트리스도 유용하다. 체온을 보호해줄 침낭도 필요하고. 어디서든 요리할 수 있는 스토브도 빼놓을 수 없다.
안데스산맥의 아름다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울창한 밀림, 높은 산맥과 굽이진 도로. 남미는 경이로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마티아스는 몇 가지 놀라운 풍경들을 떠올렸는데, 그중 페루 안데스산맥의 ‘코르디예라 블랑카(Cordillera Blanca)’를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열대 산악 지대인 코르디예라 블랑카는 해발 6,768m에 달한다. 깊은 협곡 사이에는 수많은 개울과 빙하호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마티아스는 호수를 내려다보며 경이로움과 동시에 평화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산과 하늘의 균형 사이에선 제 자신이 아주 작게 느껴집니다. 대자연이 저를 웅크리게 만들죠.” 페루에서 즐거웠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티아스는 페루의 산속에서 길을 잃은 적 있다. GPS 수신 상태가 불안정했다. 지도도 명확하지 않았고. 해가 지면 온통 어둠뿐이라 위치 파악이 쉽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큰길을 찾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운이 지지리도 없었죠. 숲속을 헤매다가 어느 순간 광산처럼 보이는 곳으로 우회했습니다. 다행히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저희에게 하룻밤을 허락했어요. 물과 담요를 주고, 텐트 칠 수 있는 장소까지 데려다주었죠. 그들은 저희를 몰랐지만 믿어주었어요.” 여행하며 만난 낯선 사람들의 친절은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사랑하기 위해서
“모터사이클 여행은 지루하지 않아요.” 마티아스가 말했다. 그에게 장거리 라이딩은 단순히 이동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질문들을 되새김하게 되는 시간이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끝이 없는 도로처럼 계속된다. “그건 명상이나 다름없어요.” 마티아스는 매일 경험하는 새로운 장소와 풍경이 계속 달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 새로운 경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한 행복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바이크였을까. 자동차도 있는데. “바이크를 타고 세상을 보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바이크가 그렇게 만들어요.” 마티아스는 말한다. 도로에서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고.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이 한 번의 생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티아스는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깨우침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전환점이 된 사고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사고는 마티아스의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전환점이 되었다. 그의 1985년형 BMW R80G/S 파리- 다카르 앞바퀴가 모래 속 바위에 부딪혔다. 그 순간 마티아스는 통제력을 상실했고, 바이크는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가 그에게로 떨어졌다. 마티아스는 길 한복판에서 쓰러졌다. 다행인 점은 다친 상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아찔한 경험은 그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바이크를 탈 때 위험하다고 여기던 기준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항상 편안하고 안전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이 중요해요.”
자연과 교감하는 일
마티아스의 여정은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늘 절친 조엘이 있었다. 둘이 함께 달리니 외로움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물론 그도 혼자 여행한 적은 있다. 홀로 달리며 외로움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임을 깨달았다. 바이크 위에서는 그 사실이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달리고 있는 지역의 지형, 그곳만의 냄새, 정글의 습도, 사막의 먼지, 산속의 차갑고도 신선한 공기를 느끼게 된다. 보고 듣는 것과 전혀 차원이 다른 교감이다.
모터사이클은 삶의 방식
모터사이클로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마티아스는 모터사이클은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일단 모터사이클 여행에 중독되면 비견할 만한 것이 없어요. 뭐랄까요. 이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에게 모터사이클은 자유와 독립, 운동과 자립을 의미한다. 그가 가고 싶을 때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는 두 바퀴다. 미 대륙을 횡단한 그에게 남은 대륙은 몇 개일까. 그의 다음 여행지는 유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을 지나 그리스까지 가고 싶어요. 그다음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남아공까지 달릴 거고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이 두 남자의 바이크를 애타게 기다린다.
마이클 오코너
Michael O’Connor
영국 ▶ 칠레
꿈은 크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바이크를 타고 대륙을 달리고 싶지만 지금 해치워야 할 업무는 산재해 있다. 업무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과 의무는 늘어난다. 직장인만의 일도 아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면 긴 휴가를 가는 것은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마이클 오코너도 꿈꾸는 현대인이었다. 그는 10여 년 동안 모터사이클 여행을 꿈꿨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끝낸 이후 긴 휴가를 즐기겠노라 다짐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곧바로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그의 고향인 영국 맨체스터 인근 지역에서 출발해 칠레까지 도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2016년형 KTM 690 엔듀로 R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을 10여 년 동안 꿈꿔왔다는 것은 곧, 10여 년 동안 엔듀로 모델을 지켜봐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이클이 선택한 바이크는 2016년형 KTM 690 엔듀로 R 모델이다.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바이크다. 무척 가벼워서 이동이 쉽고, 온로드에서도 상대적으로 강력하다. 참고로 KTM 690은 엔듀로 바이크 중에서 가장 큰 모델이다. 매우 강력한 싱글 실린더 엔진을 탑재했다. 무게는 가벼워 오프로드에서 유용하고, 동시에 긴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험로와 포장도로 모두 든든하다.
준비물은 취향이어라
마이클은 일을 마치고 곧장 여행을 시작할 정도로 결단력이 빠르다. 그에게 여행을 위해 준비할 것을 물어보니, 모터사이클과 여권을 꼽았다. 그 외의 것들은 옵션이라는 뜻이다. “125cc 스쿠터에 우유 박스를 싣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습니다. 놀라운 광경이었죠. 또 한 번은 거대한 BMW 바이크에 주방 싱크대 두 대를 싣고 다니는 사람도 봤습니다.” 어떤 장비를 챙길지는 여행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물건을 챙기면 된다.
하늘과 맞닿은 험로들
마이클은 모터사이클 여행 중 경험한 최고의 도로를 꼽았다. 먼저 타지키스탄의 바탕 밸리(Bartang Valley)다. 길이만 200km가 넘는 오프로드 트레일이다. 협곡의 깊은 강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또 해발 고도는 4,000m에 달한다. 이 높고 험한 길은 파미르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이로운 풍경에 놀라고, 험하고 난이도 높은 노면 상태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수많은 길들로 둘러싸인 파미르산의 경이로움은 꼭 경험해보길 바라요.” 그가 꼽은 다른 도로는 파키스탄에 있다. ‘페어리 메도 도로(Fairy Meadows Road)’는 폭 3m 정도의 좁은 산길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가파른 절벽으로 추락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도로 10위에 꼽힐 정도로 위험하다. 그 외 호주의 깁 리버-윈덤 로드(Gibb River-Wyndham road)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친절한 사람들
모터사이클로 여행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난다는 의미다. 마이클은 여행 중 가장 큰 감동으로사람들을 꼽았다. “항상 느껴요.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감동을 느껴요. 어느 나라든, 얼마나 가난하든 사람들은 제게 음식을 주고 잘 곳을 마련해줘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도시 생활자들에게는 생소한 일이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친절함이란 보편적인 행동 양식임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
길게 뻗은 온로드를 장시간 달리는 것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 연유로 마이클은 가능한 한 오프로드를 많이 즐기는 편이다. 지루함을 피하는 그만의 여행 노하우이기도 하다. 그럼 모터사이클을 타고 대륙을 누비는 그는 무엇을 깨우쳤을까.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과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였어요. 새로운 관점이 생겼죠.” 바이크와 탁 트인 도로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동안 쌓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회생활이나 모든 것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대화의 힘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은 다른 모터사이클 여행자를 만나는 일이다. 마이클은 그들과 맥주를 마시며 다양한 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를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카슈미르에서 연료 트럭에 치였을 때는 아찔했죠. 바이크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했습니다.” 마이클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바이크를 수리하러는 가는 동안 다리를 절뚝였다고 한다. 무서운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그들의 화젯거리 중 하나다. 그는 여행 중에는 너무 바쁘거나 피곤하기에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오지를 탐험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언어가 다를지라도 소통이 가능하다. “여행 중 피로가 절정일 때는 큰 도시나 마을로 향하죠. 호스텔에 머물며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입니다.”
모터사이클이라는 자유
모터사이클은 자동차나 버스와 다르다. 박스에 가두지 않고, 육로로 여행할 자유를 선사한다. 환경이나 날씨, 소리와 냄새도 경험한다. 그것이 모터사이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다른 여행과의 차이라고 마이클은 강조한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가장 기초적인 교통수단은 모터사이클과 스쿠터입니다. 어딜 가든 대화 거리가 있다는 뜻이죠.” 마이클은 진정한 여행을 경험하기에 모터사이클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그에게 모터사이클이란 자유를 의미한다.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죠” 마이클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칠레에서 끝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중단된 것이다. 그는 다시 남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남미를 횡단하는 것이 지금 그가 꾸는 꿈이다.
이바나
Ivana
스페인 ▶ 6대륙
행성을 한 바퀴 도는 것.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우주선을 타고 하는 게 아니다. 고무를 뭉쳐 만든, 무릎까지 오는 두 바퀴로만 여행하는 것. 그것이 모터사이클 여행자 이바나의 목표였다. 그녀는 과거 3개월간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여행의 교통수단은 1970년대 클래식 모터사이클이었다. 두 바퀴로 한 첫 여행이었다. 바이크 여행의 후유증은 길었다. 전 세계 여행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고, 그 꿈속에는 항상 바이크가 있었다. 그녀는 세계 여행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만 했다. 비용을 충분히 모은 다음 스페인을 기점으로 세계 투어를 시작했다. 지구를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었지만 아무런 계획도 없이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전에는 절대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확고한 결심은 모든 대륙을 경험하는, 말 그대로 행성을 한 바퀴 도는 업적으로 이어졌다.
2011년형 야마하 테네레 XT 660 Z
그녀의 여행 파트너는 야마하의 2011년식 테네레 XT 660 Z 모델이다. 그녀는 바이크를 선택할 때 세 가지를 유의해서 살핀다. 먼저 큰 연료 탱크다. 사막 같은 곳을 달릴 때 연료 부족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기계식 모터사이클이다. 스크루와 볼트만 있으면 고칠 수 있어서다. 기계식은 말라위나 맨해튼 어느 곳에서든 고장이 날 경우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아도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전자식 모터사이클이라면 오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손쓸 방도가 없다. 마지막은 어떤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듀얼 퍼포스 바이크다. 세상의 모든 길이 아스팔트인 것은 아니다. 모래나 진흙도 있다. 듀얼 퍼포스 바이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어느 노면에서도 한계를 모른다. 덧붙여 그녀는 모터사이클 여행자의 필수품 네 가지를 꼽았다. “카메라, 텐트, 스위스 군용 칼, 돈이나 여권을 넣을 작은 주머니.”
나미비아의 모래 폭풍을 뚫고
이바나는 대륙 횡단을 앞두고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따로 배운 적 없다. “도로를 달리며 경험하고 익혀왔죠. 여행하며 겪은 모든 도로들은 최고의 라이딩 코스였어요.”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길이 쉬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녀는 몇 곳의 도로 풍경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동남아시아 라이딩 중 만난 거센 장마비, 나미비아 사막에서 겪은 모래 폭풍을 떠올렸다. 그녀가 꼽은 최고의 코스는 타지키스탄 파미르산이다. 그곳에서의 추억은 깊고 뚜렷하게 남아 있다. “9월이 되면 꼭 파미르산으로 향했죠. 해발 5,000m에 위치한 도로가 서바이벌 게임 수준으로 험해지거든요.” 일부러 험로를 찾아 달리는 그녀에게 강습은 필요 없을 듯하다. “여행 철칙 중 하나는 호텔을 피하는 거예요. 4년 반 동안 지역 주민에게 매일 머물 곳을 물어야 했죠.” 그녀는 숙소를 목표로 달리지 않는다. 밤이 되면 그 지역 사람들과 같은 곳에서 자고 생활했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죠.” 이바나가 말했다.
여행에서 발견한 능력
이바나는 길고 외로운 도로를 달리는 것을 사랑한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달리지만 그녀는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배운 것들을 설명했다. “제가 성장하는 것을 느껴요. 삶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죠. 장거리 여행은 명상에 최적의 환경이에요.” 여행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지루한 순간은 절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녀는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이 자신감을 북돋아줬다고 말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 앞에서 창의적인 해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생겼어요.” 또한 그녀는 세계의 여러 잡지에 자신의 사진과 이야기를 게재하는 에디터의 능력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바나는 말한다. “사람과 문화, 전 세계의 다양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죠.”
꿈을 이룬 순간
4년 반 동안 라이딩을 했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그녀가 꼽은 가장 즐거운 날은 고향으로 향하던 날이다. “집으로 돌아오던 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여정이 끝나서 행복했던 건 아니에요.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했죠.” 시작 전에는 두 바퀴로 지구를 돈다는 게 불가능한 도전 같았다. 물론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세상의 별별 곳을 다니다 보면 두려운 순간도 마주한다. “타지키스탄 산속을 지날 때 눈 폭풍에 갇힌 적이 있어요. 해발 4,500m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춥고 거친 길이었죠.”
지구와의 교감
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불쑥 외로움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지구 반대편, 아무것도 없고, 어딘지도 모르는 길에서 그녀는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했을까. “기나긴 여행을 하는 동안 지구와 또 우주와 교감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도 없는 수백 킬로미터 길이 저를 감싸고 있는 듯하죠. 그럼 그 길에서 제 자신을 돌이켜보고, 솔직한 제 자신을 마주하게 돼요. 그 순간 외로움의 감정은 사라지죠.” 하지만 그녀가 꼽은 모터사이클 로드 트립의 가장 큰 매력은 진정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장소를 가죠, 극한의 추위를 겪기도 하고요. 사하라의 열기나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느끼기도 해요.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면 숨을 곳이 없어요. 오직 저 자신과 지구만이 존재할 뿐이죠.”
두 바퀴가 닿을 곳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면 언제 어디서 도로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크 위에선 모든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럼 그녀에게 바이크란 어떤 의미일까. “가족이자 여행 메이트죠.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요. 평생 함께하고 싶어요.” 라이딩할 때만큼은 자유롭다고 이바나는 말한다. 내면에서 꿈틀대는 감정이 얼마나 슬프든, 그 슬픔의 크기가 어떠하든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릴 때만큼은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고 한다. 그녀는 두 바퀴로 지구와 교감했다. 4년 반 동안 70개국을 여행했다. 물론 유엔 회원국이 1백93개에 달하니 아직 그녀는 세상의 절반만 여행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알려지지 않은 길,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지역을 두 바퀴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온 그녀에게 묻는다. 어떻게 겨우 모터사이클로 여행할 생각을 했는지. “이 세상에는 크고 비밀스러운 곳들이 가득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앞으로 그녀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두 바퀴가 아직 닿지 않은 나라는 1백여 개가 넘는다.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장소는 주로 사막과 외진 곳이죠. 그래서 몽골에 가보고 싶어요. 제 버킷 리스트에 오래전부터 자리하던 곳이거든요.”
미하엘 셸러
Michael Scheller
독일 ▶ 호주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 집에 도착해 뜨거운 물에 지친 몸을 씻어내면 여정이 끝나는 것일까.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자에게 일상으로의 복귀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미하엘 셸러는 지금 호주에 있다. 바이크를 타고 독일에서 출발한 지 2년이 지났다. 목적지는 인도였으나, 인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두 바퀴를 굴리며 19개국을 지나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장거리 여행을 꿈꿔왔다. 그가 언제 다시 고향인 독일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복귀한다 하여도 그것이 여행의 끝은 결코 아닐 것이다.
1995년형 BMW R100R 에어헤드
“단순하고 꾸밈없는 선들이 매우 아름다워요.” 미하엘이 클래식 에어헤드 모델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평범한 로드 바이크에는 탐험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어드벤처 바이크가 존재하지 않은 시대에는 로드 바이크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정신이 로드 바이크에 새겨져 있다. 미하엘의 애마는 1995년형 BMW R100R 에어헤드다. 카뷰레터를 더한 공랭 복서 엔진을 탑재해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샤프트 구동 방식이라 정비도 쉽고 간단한다. 정비할 것이 적어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다. 미하엘은 모터사이클 여행자에게 정교한 장비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한다. “준비해야 할 것은 여행을 하려는 의도와 배우고자 하는 자발적인 태도, 일상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다른 모든 건 자연스레 따라올 겁니다.” 미하엘이 말했다.
최고의 라이딩 코스는 어디였나?
미하엘은 최근 호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를 달렸다. 아웃백, 그러니까 호주 사막을 관통하는 1,100km의 직선 도로인 데다 자갈로 이루어져 달리기 쉽지 않다. 미하엘은 3일 내내 아웃백을 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루했던 것은 아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문명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죠. 온통 붉은 대지와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 지대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평화롭고 경이로웠죠. 진정으로 자연과 하나 되었다고 느꼈어요.” 감동적인 순간은 인도에서도 있었다. “꽤 힘든 여정이었죠. 열대 우림을 가로지른 다음 사막을 지나 히말라야로 향했어요. 제 자신을 그곳으로 이끈 순간들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부유해지는 길
결코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있다. 바이크를 타는 즐거움과 자유의 맛이다. 미하엘은 모터사이클 여행 중에는 한곳에 머물고 싶은지, 계속 이동하고 싶은지 스스로 여유를 두고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런 선택을 계속하다 보면 지루할 수가 없다. 그에게 모터사이클 여행이란 무슨 의미일까? “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제 자신을 관찰하곤 해요. 나이 들었을 때 제 삶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요.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죠.” 그는 노후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의구심을 갖는다. 그 돈이 삶을 얼마나 좋게 만들어줄지 알 수 없다. “모터사이클 여행이 우리를 물질적인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을 부유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미하엘이 확신을 갖고 말했다.
진실을 마주하다
미하엘은 여정을 돌이켜보면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했다고 말한다. 국경을 넘어 첫 목표인 인도에 들어섰을 때다. 당시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 폐쇄 의식이 자신을 위한 환영식처럼 느겨졌다고 한다. “초현실적인 광경이었어요. 이정표는 타지마할, 페트로나스 타워, 울루루까지 가리키고 있었죠.” 비행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 앞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후 인도에서 그는 환대를 받았다. 식사하러 갈 때에도 길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나며 수많은 아름다운 경험을 맛봤다.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인도네시아는 교통체증이 심하다. 무서운 순간도 있었다. “때로는 트럭이 서로 추월하며 저를 밀쳐내려 했어요.”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멀리 떨어진 나라의 군사 검문소에 가는 일이 이상하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홀로 하는 여행이기에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잘 못되어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점차적으로 깨달았다. “세상은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밝은 곳이에요.”
혼자라서 외롭지 않아
자신을 알기 위해선 스스로 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미하엘은 강조한다.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과제예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행 중 가장 마음이 편했던 순간은 홀로 여행할 때였죠.” 홀로 여행하지만 역설적으로 혼자라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순간도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선 외국인 특히 유럽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강해요. 중동아시아와 인도,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느꼈죠. 마치 제가 슈퍼스타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사람을 만나는 방법
자동차나 기차 여행과의 차이를 묻자 미하엘은 <젠 그리고 오토바이 유지 기술>의 저자 로버트 M. 피르시그를 언급했다. 그 작가는 여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꽤 자세히 묘사한다. 모터사이클을 타면 주변 환경과 더 많이 연결된다.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처럼 박스에 갇히지 않았다. 사방이 트여 있으니 훨씬 더 즉각적이다. 더위나 추위, 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풍경을 직접 볼 수도 있으며, 현지인과 눈을 마주치고 다가가기도 쉽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을 만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죠.”
모터사이클로 여행하는 이유는 뭔가?
“버킷 리스트를 체크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은 금방 지루해져요.” 미하엘은 모든 장소가 비슷해 보이고, 여행 경험이 꽉 차는 느낌이 들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터사이클 여행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선사한다. 자신의 본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험을 위해 여행할 필요는 없다. 단지 엄격한 일상이나 의무감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에 녹아드는 것. 새로운 상태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다. “편하지는 않지만 더 쉬운 삶을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미하엘에게 모터사이클이란 무슨 의미일까. “아름다운 도구죠. 실용적인 동시에 감성적이에요.” 환경과 쉽게 연결시켜주고, 모터사이클이 신체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제게 모터사이클은 최고의 여행을 위한 방법이에요.”
리카르도 세르파
Ricardo Serpa
플로리다 ▶ 알래스카
모터사이클로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것. 그 여정은 곧 자신을 탐구하는 성찰의 행로라고 리카르도 세르파는 믿어왔다. 믿음이 실천으로 바뀐 것은 약 10년 전 일이다. 지도에 빠져 살았고, 장거리 라이딩 포럼에 참여해 정보를 나눴다. 모터사이클 여행에 앞서 연구 기간만 1년이 걸렸다. 그의 첫 여정은 2013년 시작됐다. 홀로 떠났고, 10주간 도로에서 살았으며, 총 30,500km를 달렸다. 코스는 알래스카 북부의 프루도만에서 돌턴 하이이웨이까지. 리카르도는 이때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그 이듬해, 또 다음 해 그리고 2018년에도 리카르도는 홀로 바이크에 올랐다. 가능한 긴 시간을 들여 다양한 루트를 여행했다. 2018년에는 플로리다에서 알래스카로 향해 4개월간 달려 약 45,000km를 이동했다. 리카르도의 본업은 사진가다. 처음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순수예술 사업을 위해 장거리 모터사이클 여행을 결심했다.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고 독특한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또 몇 달간 여행하기 위한 좋은 변명거리이기도 하고. 그는 현재 지난 네 번의 여행을 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을 완성하기 전, 알래스카를 몇 번 더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평생 지니고 싶은 좋은 추억은 대부분 도로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라고 말한다.
2012년형 BMW GSA 어드벤처
첫 여행에 사용한 모델은 2012년형 BMW GSA 어드벤처다. 거대한 바이크지만 키가 193cm에 달하는 장신인 그에게는 딱 맞다. “GSA는 온로드 외 캐나다와 알래스카의 험로에서도 아주 훌륭합니다. 무게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동이 쉽고 편하죠. 첫 여행에서는 아무 문제없었고, 타이어 구멍조차 없었어요. 어메이징했죠.” 리카르도가 말했다. 2014년 두 번째 여행 때는 바이크를 워터쿨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이후 여행하며 완벽한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떠나기 전 사야 할 것
알래스카로 모터사이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것들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알래스카 모터사이클 여행을 네 차례나 떠난 리카르도가 추천하는 것들이니 믿고 챙기자. 먼저 바이크 전용 재킷과 팬츠다. 편안하고 내구성 좋은 것들을 구해야 한다. 튼튼한 헬멧도 필요하고. 위 세 가지 아이템을 고를 때는 가성비를 따져선 안 된다. 비싼 값 하는 물건들이다. 라이딩은 자동차와 달리 안전장치가 빈약하다. 또 반듯한 아스팔트만 달리는 것도 아니고. 온갖 위험한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신체를 보호해줄 아이템 장착은 매우 중요하다. 장갑과 부츠 또한 필요하며, 비바람이 강한 기후도 예상해야 한다. 알래스카는 여름에도 상당히 춥다. 체온 유지를 위해 재킷 안에 조끼를 구비하는 게 좋다. 항상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돌턴 하이웨이에서 만난 폭우
리카르도는 브라질에서 성장했다. 어려서는 오프로드 주행에 푹 빠졌다. 그의 첫 번째 라이딩은 엔듀로라는 오프로드 레이싱이었다. 10년 가까이 오프로드를 달렸다. 북쪽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BMW 1200 GSA였다. 거대한 바이크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는 여행 준비만 1년 이상 할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한 여행가다. 무턱대고 꿈을 현실로 옮기지 않는다. 리카르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어에 위치한 BMW 퍼포먼스 센터에 가입했다. 오프로드라면 자신 있지만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오프로드 주행 기술을 알려주는 ‘리프레싱’ 코스를 수료했다. 그는 지금도 그 결정이 매우 훌륭했다고 말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로인 돌턴 하이웨이에서 폭우를 만났을 때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성찰을 위한 가장 완벽한 방법
리카르도가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호기심’ 때문이다. 호기심은 여행의 원동력이다. 집 밖으로 나가 TV나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세상의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뉴질랜드, 유럽, 러시아, 몽골까지 여행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은 모두 놀랍도록 유쾌하고 따뜻했어요.” 그 때문에 그는 낯선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흥미를 갖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려 한다. 모터사이클 여행이 바꾼 가치관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리카르도는 답한다. “장거리 여행은 더 나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요.” 그는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여행한다고 농 섞인 말을 한다. 만일 우리가 바깥 세계를 탐험하지 않는다면, 세상의 진실을 찾아보지 않는다면 분명 두려움에 휩싸일 테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건 전 인류에게 중요한 가치다. “모터사이클 여행은 성찰을 위한 완벽한 방법이죠!”
도로가 가르쳐준 것
200,000km가 넘는 길을 여행한 리카르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는 건 불가능하다.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잊지 못할 순간들을 책으로 담기에도 페이지가 모자라다. 물론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절대 어떤 곳에서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어요. 하지만 도로에서 심각한 사고를 당했을 때는 감당하기 힘들었죠.” 사고에서 배운 것은 식단을 가볍게 하는 것, 그리고 항상 수분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주행 중 피곤을 덜 느끼고 졸리지도 않다. 피로할 때는 잠깐이라도, 단 20분이라도 숙면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홀로 200,000km를 달리는 동안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을까? 그는 단 한 번도 없었노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도로가 제게 가르쳐준 건 외로움과 고독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다는 거죠.” 모든 사람이 바이크를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크를 탄 ‘로드워리어’들은 도로를 집처럼 생각하리라 믿어요. 당신만의 라이딩을 어떻게 즐길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죠.”
내가 달리는 이유
“모터사이클 여행을 지겨워할 날은 절대 없을 거예요.” 리카르도는 요즘은 글로벌한 시대라 세계가 작아지고, 새로운 도로들이 발견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가 우리를 기다린다. 아름답고 작은 세계를 달리는 건 절대 지루하지 않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모터사이클 여행과 다른 여행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탁 트인 도로와 냄새, 풍광이 내가 달리는 도로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라이딩을 하면 주위를 돌아보는 능력이 생긴다. 또 해방감을 갖기도 하고. 모터사이클 여행자가 일종의 부족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길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소속감을 느끼는 건 항상 즐거운 일이에요. 그들 모두 독특한 개성이 있죠.” 리카르도의 다음 목표는 ‘딥트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인도나 중국에서 몇 달간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매력적인 장소들을 완벽히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곳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새로운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