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JACQUEMUS
2018년 마르세유 해변에서 첫 남성 컬렉션을 선보인 자크뮈스는 어느새 여름 남성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선명한 색감과 강렬한 프린트,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따뜻한 프랑스 남부 바닷가에서 자란 디자이너의 성장 배경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자크뮈스엔 태양을 닮은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2020 S/S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인 만큼 엑상프로방스의 드넓은 라벤더 밭에 핑크색 런웨이를 깔고 여름색이 선연한 옷을 줄지어 내보냈다. 수채화풍의 꽃무늬, 석양을 연상시키는 오묘한 그러데이션, 붓으로 슥슥 그은 듯한 줄무늬는 파스텔 톤의 버킷 해트, 개나리색 쇼츠와 짚으로 촘촘하게 엮은 가방, 알로하셔츠, 앙증맞은 액세서리와 어우러져 자크뮈스의 여름을 눈부시게 보여준다. 모든 룩에서 이 계절의 낭만이 물씬 풍긴다.
② GRAY MALIN
뉴욕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그레이 말린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해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Beaches>는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은 각국의 바다 사진을 모은 책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찍은 그의 사진들은 우리가 흔히 보기 힘든 시점으로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반짝이는 모래와 알록달록한 파라솔,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비치 베드, 그리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 화각에 담기는 풍경은 아찔하도록 넓지만, 그 안에 담긴 여름 풍경은 오히려 더 압축적이다. 사진을 보면 볼수록 다른 표정이 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다에 가고 싶을 때, 여름이 그리울 때, 그레이 말린의 사진집을 펼치면 순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③ PAULINE A LA PLAGE
휴가, 사랑, 해변, 궤변과 거짓말, 누벨바그, 무구한 소녀의 얼굴. <해변의 폴린느>는 1980년대 프랑스의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다. 어른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는 10대 소녀 폴린느와 불타오르는 사랑을 찾는 마리온, 자유를 추구하는 앙리, 마리온에게 끝없이 구애하는 피에르…. 폴린느는 또래 소년 실뱅과 풋풋한 감정을 나누지만, 어른들의 거짓말에 휘말리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이고 만다.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특히 해변 장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영화가 끝나면 맨발로 해변을 걷고 싶어진다. WORDS 이예지
④ HOTEL DU CAP EDEN ROC
세상에 예쁜 바닷가 호텔은 많다. 하지만 남프랑스 앙티브에 위치한 호텔 뒤 카프 에덴 로크만큼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간직한 곳은 또 없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마르크 샤갈, 마를레네 디트리히, 윈스턴 처칠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명사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모두 이곳을 선택했다(심지어 케네디 가문은 여름휴가를, 윈저 공은 허니문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은 밀월 여행을 보냈다). 호텔의 역사는 1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잡지 <피가로>의 발행인 이폴리트 드 빌메상(Hippolyte de Villemessant)이 지은 빌라를 앙투안 셀라(Antoine Sella)가 구입해 호텔로 개장한 것. 그리고 20세기 들어 호텔 뒤 카프 에덴 로크는 바다와 연결된 아름다운 수영장,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철저한 보안, 완벽한 서비스로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한번쯤 가고 싶어 하는 휴가지가 되었다. 일 년에 4개월 정도 문을 닫고, 오로지 호텔 웹사이트에서만 예약할 수 있으며, 가장 저렴한 방도 1박에 1백만원 정도 하는 등 여러모로 콧대 높은 호텔이지만, 고풍스러운 정취와 은밀한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 호텔에 하룻밤만 묵어보면 왜 아직도 세계적인 셀럽들이 여름마다 이곳을 찾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고.
⑤ MISSONI MARE
여름 해변에서 입고 싶은 단 한 벌의 수영복을 고른다면 그 선택은 당연히 미쏘니의 비치웨어 라인 미쏘니 마레다. 바닷가에선 컬러와 패턴이 화려할수록 더 기분이 나니까. 미쏘니 특유의 지그재그 무늬는 수영복 위에서도 빛을 발하고, 오묘하고 우아한 색감은 파란 바다와 하늘, 눈부신 태양 아래서 한층 도드라진다. 스윔 쇼츠와 비키니뿐 아니라 볼드한 컬러의 티셔츠, 얇은 로브 등 해변에서 입기 좋은 비치웨어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고르면 된다.
⑥ THE CRITICAL SLIDE SOCIETY
TCSS로 더 널리 알려진 크리티컬 슬라이드 소사이어티는 2009년 호주 중부의 한 해안 마을에서 출발했다. 서퍼이자 아티스트인 짐 미첼(Jim Mitchell)과 샘 쿰베스(Sam Coombes)는 TCSS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플랫폼으로 작동하길 바랐다. 이들은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는 전 세계 서퍼와 아티스트, 디자이너, 사진가, 영화 제작자와 함께 협업하며 서핑과 예술에 대한 애정을 창의적인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귀여운 티셔츠와 모자, 디테일이 뛰어난 보드 팬츠, 세련된 웨트수트와 실용적인 토트백…. TCSS가 만드는 아이템을 살펴보다 보면, 바다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서핑을 배우고 싶어진다.
⑦ CASTAÑER
카스타녜르는 에스파드리유를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다. 1927년 스페인 바뇰레스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한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정직하게 만든 에스파드리유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브 생 로랑과 함께 웨지힐 에스파드리유를 만들면서부터. 이후로 여름이 되면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와 유명 인사들이 앞다투어 카스타녜르의 에스파드리유를 신었다.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거치며 카스타녜르의 에스파드리유는 언제 어디서나 여름을 환기하는 마법 같은 이름이 되었다. 이보다 더 여름의 낭만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신발은 찾기 힘들다.
⑧ FRESCOBOL CARIOCA
뜨겁게 쏟아지는 햇빛과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 시끌벅적한 해변, 폭발할 듯 흥겨운 에너지. 여름의 이파네마 해변을 경험한 사람은 그 추억을 더듬다 결국 프레스코볼 카리오카를 만나게 된다. 해리 브랜틀리(Harry Brantly)와 맥스 리스(Max Leese)가 2013년 론칭한 프레스코볼 카리오카는 리우데자네이루 사람을 일컫는 포르투갈어 카리오카에서 추측할 수 있듯 브라질, 그중에서도 이파네마 해변의 라이프스타일을 선연하게 담고 있다. 처음에는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비치 배트와 나무 서프보드를 선보였고, 이후 수영복과 셔츠 등을 제작하며 비치웨어 브랜드로 영역을 확대했다. 해변 보도블록 패턴을 따온 스윔 쇼츠와 티셔츠, 매끈한 비치 배트는 브라질에 가본 적 없는 사람조차 설레게 만든다.
⑨ SURF BANK SOCIAL CLUB
히토미토이의 앨범 <Surf Bank Social Club>은 단편 영화 수준의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졌다. 일종의 미리듣기 성격을 가진 뮤직비디오인데, 여기에서 밴드 자신인 히토미 시모무라는 가장 뜨거운 여름 오후에 키오스크에 들러 윌킨슨(아사히에서 만든 진저엘, 일본만큼 진저엘을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다)을 주문한다. 이 앨범은 시대에 따라 디스코 팝이나 신스 팝으로 불릴 수도 있지만, 당시엔 ‘시티 팝’이라고 했다. 시티 팝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세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가져다놓고 듣기를. WORDS 정우영(프리랜스 에디터)
⑩ COMMA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처드 자만(Richard Jarman)은 시드니 해변가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2016년 콤마스를 론칭했다. 이들이 처음 선보인 것은 정직하게 공들여 만든 스윔 쇼츠. 콤마스는 이내 바다와 파도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이후 바닷가에서 입기 좋은 셔츠와 탱크톱, 보드 쇼츠, 리넨 팬츠까지 소개하며 럭셔리 리조트웨어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리넨과 실크, 메리노 울 같은 고급스러운 소재, 간결한 실루엣과 모던한 디자인, 차분한 색감은 이들의 시그너처. 이제 뭘 좀 아는 남자들은 바캉스를 떠날 때 주저하지 않고 콤마스를 챙긴다.
⑪ A BIGGER SPLASH
호크니의 그림 ‘더 큰 첨벙’처럼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쉬>는 고요한 수면에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는 영화다. 이탈리아 남부의 섬을 찾은 록스타 마리안과 연인 폴이 마리안의 옛 연인 해리와 그의 딸 페넬로페를 만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각자의 욕망이 서로를 팽팽하게 겨눈 끝에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 자크 드레이의 영화 <수영장>이 원작이며, 먼저 리메이크된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스위밍 풀>과 닮은 듯 다르다. 서늘한 서스펜스는 오종이 한 수 위지만, 이탈리아보다 아프리카에 더 가까운 판텔레리아섬의 폭력적으로 쏟아지는 햇빛 속 틸다 스윈턴의 관능과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는 비할 바 없이 매혹적이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여름에 대한 탐닉이 담긴 눈부신 여름 화보집이라 할 만하다. EDITOR 이예지
⑫ LOEWE PAULA’S IBIZA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은 유년기를 보낸 이비자섬을 떠올리며 2017 S/S 시즌부터 폴라 이비자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이비자의 대표적 부티크인 폴라스(Paula’s)와 협업해 만드는 컬렉션은 강렬한 색감, 화려한 프린트와 재기 발랄한 패턴으로 남부 스페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분방하게 드러낸다. 올해의 테마는 시각적인 축제. 레이브 문화, 사이버독 같은 요소를 적절히 버무려 선명한 네온과 빛바랜 올리브색, 석양을 연상시키는 진홍색 등으로 펼쳐놓았다. 문어와 돌고래 모양의 가죽 가방, 해마와 불가사리를 활용한 귀걸이, 금붕어 패턴의 카프리 팬츠가 특히 눈길을 끄는 아이템. 최고급 소재와 장인 정신, 그리고 여름에 대한 명랑한 해석이 섞이면 이토록 귀여운 제품이 나온다. 어느새 로에베 폴라 이비자는 매년 여름을 기다리게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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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YOUR SONG IS GOOD
<Coast to Coast> EP에서 유어 송 이즈 굿은 작정하고 남쪽 섬으로 간다. 지금껏 발표한 그들의 곡을 ‘트로피컬’이라고 수식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 단어에 순응하기보다 극복하려는 태도가 지금의 유어 송 이즈 굿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주위에서 하도 ’투 머치’라고 해서 입지 못했던 하와이안 셔츠를 꺼내 입은 것이다. 하와이 뮤지션 닉 구로사와가 넉넉하게 부르는 ‘We’re Not to Blame’은 휴가가 왜 위로와 가까운 단어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휴가가 곤란한 상황에서 할 일이 뭔지 분명해진다. WORDS 정우영(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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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HOTEL XCARET MEXICO
한두 달을 제외하곤 일 년 내내 여름인 칸쿤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나타나는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 이 지역에 2017년 말 개장한 시카레트 멕시코는 9백여 개의 스위트와 12개의 레스토랑, 11개의 수영장을 갖춘, 전례 없는 규모의 호텔이다. 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까지 결합한 올 펀 인클루시브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 호텔 숙박객은 시카레트, 셀하, 세비지, 소시밀코, 센시스 같은 주변의 거대한 자연 테마 파크는 물론 치첸이사와 툴룸, 세노테 투어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휴식부터 놀이까지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파라다이스인 셈. 뜨거운 햇빛 아래서 시카레트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면 일주일도 터무니없이 짧다.
⑮ MARTIN PARR
<Life’s a beach>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마틴 파가 30여 년에 걸쳐 영국과 칠레, 인도와 중국 등 11개국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을 모은 책이다. 전형적인 해변 사진을 생각하고 이 책을 열었다간 조금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보다 해변가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뱃살을 두둑하게 드러낸 아줌마와 가슴 털이 복슬복슬한 할아버지는 분명 사람들이 즐겁게 상상하는 해변의 모습은 아닐 터. 하지만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의 유머 감각과 날카로운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불량식품처럼 채도가 높은 컬러 사진 안에 담긴 마틴 파식 블랙 코미디. 책을 닫으면 그 어떤 바다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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