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냈나?
세훈이와 앨범 준비하고 있다. 곡 작업을 하고 보컬 레슨도 다닌다. 드럼과 영어 레슨도 하고 운동도 한다.
다 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내가 워낙 배우는 걸 좋아한다. 레슨받으러 가는 길부터 기분이 좋다. 또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없다.
배움에 대한 욕구가 크다. 어떻게 된 건가?
학생 때는 공부가 싫었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좋아하는 것들을 순차적으로 하다 보니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뭐든 배우려고 한다.
팬데믹 시대는 자기 계발의 시대인 것 같다. 다들 무언가 배우고 있더라.
레슨이라도 안 받으면 게임만 할 것 같다. 그래서 게임의 승부욕을 대체할 거리를 하나씩 찾아서 배우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컴퓨터 게임만 하고 지냈다. 그 이후로는 컴퓨터 게임은 안 하지만.
어떻게 끊었나?
게임만 하니 정신이 피폐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게임과 멀어졌다.
20대 초반에는 마음껏 시간을 탕진하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세상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가 엿보인다.
하하. 맞다. 내 직업은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참아야 하는 게 많다. 그럼에도 그 생활에서 겪은 일들이 다 좋은 경험이 되어서 작업에 도움이 된다.
창작에 영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20대 때는 감성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그 감성은 방황하며 고민했던 날들에서 비롯될 테고. 게임에 빠진 자신을 돌이켜보며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
과거엔 밝은 사랑 이야기만 쓰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내 이야기를 한다. 내 어두운 부분,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작업실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작업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말했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작업에 나를 담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자연스레 정리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음악으로 이 순간을 기록한다는 점이 제일 좋다. 데뷔 초부터 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때는 능력이 부족했다. 지금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여유가 생겼다.
작업은 자신을 발견해가는 좋은 방법이다. 사진을 찍으면 그 순간의 감성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음악은 어떤가?
최근 세훈이와 솔로 곡 가사를 썼는데, 작업 당시 생각한 것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지금도 그 곡을 들으면 그때 느낀 감정이 되살아난다. 엑소 앨범에 수록한 곡을 들을 때도 작업 당시 했던 생각, 고민이 생생하다. 작업해놓은 트랙만 들어도 그렇다. 그런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더 많이 작업하려고 한다.
요즘 고민하는 주제는 뭔가?
중학생 때부터 별에 관심이 많았다. 천문 캠프도 매년 다녔거든. 우주는 알수록 신비롭고 뇌가 열리는 기분이다. 자기 전에 우주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한다.
유튜브 보다 보면 늦게 잠자리에 들지 않나?
엄청 늦게 잔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가 어떻게 탄생했고, 살아야 하는지 그 의미도 궁금해진다. 그러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대충 살자는 생각도 들고. 하하. 우주에 대한 인식이 매일 바뀌는 것도 신기하다. 내 일상은 똑같은데, 우주를 받아들이는 신경은 다른 것 같다.
우주는 신비로우면서 동시에 다양한 개념이 적용된 세계로 이야깃거리가 많다. 작사에 큰 도움이 되겠다.
맞다. 달을 보거나 별을 본다든지, 야경을 보면 마음에 다가오는 게 많다. 또 새벽은 ‘센치’해지는 시간이라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작년에는 한강에서 혼자 농구 하다가 달을 봤는데, 그 옆에서 무언가가 밝게 빛났다. 앱으로 찾아보니 목성이더라. 천체망원경 들고 학교 운동장 가서 다시 봤는데, 목성 무늬와 위성까지 보였다. 멍해질 정도로 신비로웠다. 가사를 쓰고 싶었는데, 마음에만 담았다.
나라는 존재에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렇다. 최근 <매트릭스>를 다시 봤는데, 그동안 상상해온 게 사실은 이 영화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막연히 생각했던 게 세밀하게 묘사됐다. 지금 이 순간도 사실은 가상현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고. 하하.
가상현실 맞다.
아 그런가? 하하. 어려서부터 게임을 너무 많이 했고, 만화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상상에 자연스럽게 휩쓸리는 것 같다. 가상현실 게임도 엄청 열심히 했거든. 지금 우리 생활이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으니까. 맞다는 증거도 없지만. <매트릭스> 보고 내가 실존하는지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의미는 없지만, 재미는 있다. 혼자 운전할 때도 생각하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너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조금은 우주의 기운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 상념이 이어지다 보면 고민의 근원을 발견하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주인공 성향은 아니다. 영화를 예로 들면, 사건의 중심은 아니고, 주인공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MBTI 검사를 했을 때도, 세 번 다 ENFJ 언변능숙형으로 나왔다. 서포터 성향인데, 나와 너무 잘 맞는다. 귀가 얇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내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도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나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종교에 기대는 생각도 해봤다. 어렸을 때 교회에 다닌 적도 있고, 어쨌든 주인공이 나를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면 나서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결론 짓게 된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건가?
조금은 그렇다. 영화 <메시아>를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지금 내 앞에 메시아라는 존재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확실한 무언가를 본다면 따를 것 같다.
지금까지 음악으로 본인의 인생 아카이브를 차곡차곡 쌓아왔는데, 모르는 사람 쫓아가면 아쉽지 않겠나?
하하. 영화에서처럼 초현실적인 현상을 보면, 그대로 믿어버릴 것 같다.
불교에 ‘너는 우주의 아이다’라는 말이 있다. 너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알라는 뜻이다.
친구에게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렇다. 우리는 태양계 안에, 은하 안에 지구라는 작은 곳에 사는 너무 미미한 존재 아닌가.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도 하나의 우주고, 모두들 저마다의 우주라고 정의하게 된다. 그 덕분에 주눅 들지 않게 된다. 나도 우주고, 너도 우주다.
찬열의 우주 중심에는 무엇이 있나?
중요한 게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도 내 의지가 중심이다. 하고 싶은 것과 싫은 게 분명하다. 하기 싫은 것을 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큰 힘을 갖는다고 믿는다. 재밌는 게 좋고, 노는 것도 좋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하다 보면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좌절을 겪기도 한다. 슬럼프를 극복해본 적 있나?
목 수술했을 때 더 이상 노래 못 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 달 동안 말 못 하던 때가 너무 힘들었다. 수다쟁이인데 말을 못 하니까. 그때 깨달았다. 너무 각박하게 살았구나, 여유를 가졌어야 했는데, 놀러 가서도 실리를 중요시했다. <탈무드>가 극복에 도움이 됐다. 지금은 내가 느끼는 게 진심이겠거니 하고 흘러가는 대로 살고자 한다.
종합종교인 같다. 기독교와 유대교, 불교를 오간다.
하하. 게다가 지금은 묵주 반지를 끼고 있다.
아이돌로서 청춘을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연습생을 시작한 게 17세 때다. 당시 록 음악에 빠져 있었고, 막연히 밴드를 할 줄 알았다. 그리고 21세에 데뷔해 인기를 얻었다. 가장 혈기왕성하고 친구들과 노는 거 좋아할 시기에 그러지 못했다. 만약 내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어떤 시절을 보냈을까. 하지만 전부 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운이 좋았다.
운 좋았다고만 하기에는 찬열은 성실의 아이콘이다.
과거에는 게을렀다.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났고, 학교에서 매일 자는 천하태평 낙천가이자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연습생 때는 드럼과 기타만 쳤고. 수능 끝나고 숙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내가 안무를 너무 못 쫓아가서 팀원에게 피해를 주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춤 연습을 했고, 생활도 규칙적으로 바꿨다. 그때 성취감이라는 달콤한 맛을 봤다. 목표를 넘어섰을 때 뿌듯했다. 승부욕 강한 사람은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볼링 칠 때도 그렇다.
볼링은 얼마나 치나?
한창 때는 평균 180~210점 정도. 처음에는 친구와 재미로 볼링을 쳤다. 그러다 친구가 다른 친구를 불렀는데, 엄청 잘 쳤다. 그때 불 붙었지.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했다. 행당동에서 프로 선수한테 배우는데 그분의 스승이 내게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스승의 사부님. 왜냐면 매일 열두 시간씩 볼링을 쳤거든. 밥도 안 먹고 볼링만 쳤다.
팔이 남아나나?
근육이 생기니까 괜찮더라. 한 달 뒤에 엄청 성장을 이뤘다. 그 맛에 취해 세 달 정도 하루 종일 볼링만 쳤다. 볼링장 앞 사우나에서 잠자고. 그때 사부님이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불태웠다. 결국 프로 테스트를 앞두고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하드웨어가 끝장날 때까지 한 거네?
맞다. 뭐든지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하다.
최근 가수 이선희와 작업했다고 들었다.
선생님이 나와 작업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 믿겨서 몇 번이나 물어봤다. 무조건 한다고 말해놓고는 ‘멘붕’에 빠졌다.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고, 좋은 결과물만 생각하다 보니 시작을 못 하겠더라. 그런데 선생님이 하던 대로 하는 게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부터 작업이 풀렸다. 데모테이프를 보내드렸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잘했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녹음 때 직접 디렉팅도 해주셨다. 긴장 안 하는 성격인데도 너무 떨리더라. 편안한 분위기 만들어주셔서 막바지에는 즐겁게 마무리했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음악 하기 잘했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가?
음악 하는 순간이다. 음악만큼 만족감을 느끼는 게 없다. 최근 레이든 형과 ‘Yours’라는 곡을 작업했다. 서먹했는데 술 한잔하면서 친해졌다. 우리가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같더라. 유학 시절 밴드도 했었고, 음악 코드가 잘 맞아 지난 일요일에 함께 합주했다. 일부러 멀리 했던 록 스피릿이 터지더라. 아드레날린이 최고치까지 솟았다.
어릴 때 밴드 음악을 하다가, 10년 후 다시 악기를 잡았다. 합주실에서 연주하다 보면 다시 나로 돌아왔다는 기분도 들 테고, 가수 활동이 꿈처럼 느껴질 법하다.
맞다. 이 모습도 나고, 저 모습도 나다. 하지만 첫 합주에서 첫 곡을 연주했을 때의 느낌은 마지막 합주했던 고3 밴드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타임리프되는 느낌이었다.
<매트릭스> 맞다니까.
역시 그런 것 같다. 지금 이게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하.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욕심이 너무 많다 보니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조건 잘해야 된다고 느껴지니까 좋아하는 것도 싫어지더라. 적당히 할 줄 알되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냥 흐르듯이 살자는 거지?
누구에게 뽐내야 할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 장르를 하려고 한다. 그 경계선을 잘 찾으면 나만의 것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어디든 다 좋은 곳일 거다. 좋은 곳이라기보다 좋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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