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나?
코로나19 때문에 작업 외엔 할 게 없다. 오토바이 정도?
어떤 작업인가?
정규 4집을 위한 작업이기도 하고 서른한 살의 서사무엘을 준비하고 있다. 1년 남았지. 사실 이상향이 있다. 피사체로서 흥미로워지는 것. 또 사람들이 ‘얘는 정말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이상향에 닿기엔 부족하기에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하는 중이다.
서사무엘은 ‘음악 덕후’ 느낌이 강하다.
아직 멀었다. 이상향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사실상 대중음악이라고 하기 어려운 곡들을 선보이잖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만 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허슬’ 하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
전혀! 오히려 버거운 순간이라 하면 장비들이 과열될 때. 많이 사용하는 아날로그 장비는 회로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장비마다 과열되는 시간 차가 있다.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하다. 하지만 장비를 켜고 예열까지 기다리는 순간은 맑은 날씨를 만끽하는 것만큼 행복하다.
활동 초기 앨범을 들으면 서사무엘의 유년 시절이 머릿속에 스친다. 곡에 유년기를 담는 이유가 있나?
당시엔 할 얘기가 그것밖에 없었다. 예전에 육중완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음악을 하다 보면 처음은 자신에 대해, 다음은 타인에 대해, 마지막은 세상에 대해 말한다고. 나도 그런 것 같다. 나 자신을 이야기하느라 유년기가 담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참 좋기도 했고.
유년 시절이 좋았다고?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만큼 모두가 평등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너도나도 친구가 될 수 있었지.
2015년의 서사무엘과 2020년의 서사무엘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15년에 활동한 음악은 중심을 못 잡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들어도 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더라. 앨범 작업 경험도 부족했고 미성숙했던 거지.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걸 명확하게 안다. 자연주의를 좇고 싶다. 태어난 대로,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것.
자연주의는 음악에 어떤 방식으로 묻어나나?
사람 손을 거친 오가닉이 좋다. 시끄럽게 울리지 않았으면 한다. 컴퓨터 음악은 손을 거쳐 만들어진 소리보다 훨씬 선명하고 크게 들린다. 하지만 소리로 경쟁하고 싶지 않아 오히려 역행하기로 했다. 더 작게 만드는 것. 밖에서 내 노래가 들리면 갑자기 소리가 확 줄어들걸?
음악의 소재가 다채롭고 명확하다. 소재는 곧 영감인데.
영감은 세상에 널렸다. 사실 그렇잖아. ‘Ice Cube’라는 곡도 아침에 일어나 각얼음 씹어 먹다 갑자기 쓴 곡이거든. ‘오늘은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싶어!’ 하며 필이 꽂히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를 먹듯 물질이든 상황이든 꽂히면 음악으로 만든다. 다만 자극 요소가 없을 땐 소리 연구에만 집중한다. 악기별로 소스를 정리해놓는 작업인데 나중에 곡의 레시피에 맞게 버무린다. 재료라고 할 수 있지.
소리들을 버무려 연주한 뒤 가사를 얹나?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가사에 묻히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후 비트를 맞춰간다. 사실 아직 만족스러운 내용은 없다. 그런 곡들은 ‘Let Us Talk’와 3집의 몇 곡 정도?
몇 곡이라면?
예순의 나이에 불러도 감성이 유지될 ‘Ice Cube.’ 또 하나는 ‘Playaplayaplaya’.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여든까지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엔 삶의 애환이 녹아 있고 어린 친구들에게도 가 닿았으면 하니까.
어린 친구들을 챙기는 걸 보니 어른이 되었나 보다.
요즘은 스물다섯도 나이를 먹었다는 표현을 쓰더라. 시간과 사회 분위기에 쫓겨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는 게 싫다. 나이가 무슨 소용인가.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이 중요한 거지. 돌이켜보면 ‘아, 내가 바보같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왜 이렇게 쫓기며 살았을까 싶은 거지.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살아보니 너무 좋다. 나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여러 세대가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많이 만들고 싶다.
서사무엘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
최종 목표는 죽을 때까지 원하는 만큼 음악 하는 거다. 관심과 흥미 있는 건 음악밖에 없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잘하고 싶다. 아! 그리고 일흔여덟 살에 학교 짓기. 앞에는 서사무엘 조각상도 세우고.
EP 앨범을 새롭게 발매했다. <DIAL>이라고.
이번 앨범은 정말 동물적으로 만들었다. 증명하려 하지 않고 온전히 재미만 느끼면서 하면 어떤 게 나올까 궁금했거든.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은 친구들을 찾아가 다짜고짜 ‘앨범 내자’고 했다. ‘콜’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 나온 결과물이다. 타이틀 곡도 ‘개나리’라고 지었다. 한 번씩 뻔뻔한 제목 짓는 걸 좋아하는데 개나리라는 단어가 그렇게 느껴지더라.
자유 영혼 서사무엘의 넷플릭스 취향이 궁금하다.
주기적으로 돌려 보는 건 <본 투 비 블루>. 쳇 베이커는 항상 가슴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브레이킹 배드>.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브레이킹 배드>가 딱 그렇다. 억울한 사람들이 억울함을 털어버리려 ‘꿈틀’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렇다면 넷플릭스에 집중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지하철. 요즘 새롭게 즐기는 취미인데 지하철 타고 한 바퀴 돌면서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운전하는 것도 싫고, 하필 오토바이는 고장이 나버렸고. 그래서 찾은 대안이 내가 합법적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넷플릭스를 시청할 시간을 만들자는 거다. 해봤는데 집중도 잘되더라. 빨려 들어가는 느낌?
요즘 제일 하고 싶은 건 뭔가?
공연하고 싶어 죽겠다. 다른 세상 사는 기분이다. 나가지도 못하고 공연도 줄었으니. 근데 또 좋기도 하다. 대한민국 땅 밟고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맑은 하늘을 연속 7일 이상 볼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요즘은 거의 맑다. 하늘이 깨끗해.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에서 공연을 못 하다니. 너무 아쉽다.
앞으로 서사무엘의 음악은 어떻게 흘러갈까?
내가 재미있는 것들만 골라서 할 거다. 하지만 절대 허투루 하지는 않으려고. 재미있는 걸 하되 허투루 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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