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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비 유니버스!!

개그우먼 김신영이 밥집 아줌마, 목욕탕 세신사, 주부노래교실 강사를 거쳐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김다비로 돌아왔다. 김신영이 따라하는 아줌마들이 웃긴 이유, 그리고 그 웃음에 꺼림칙함이 없는 이유는 뭘까? 그가 넓히고 있는 판을 들여다봤다.

UpdatedOn May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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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랩 시소

빠른 45년생, 7학년 7반, 인생은 한 번 노래는 두 번. 혜성처럼 등장한 트로트 신인가수, 둘째이모 김다비의 뮤직비디오가 2백만 뷰를 넘겼다. “물개 박수 한번만 주세요, 함 더 줘요, 난 둘째니까!” 좌중을 휘어잡는 구성진 말솜씨에 빨간 골프웨어를 빼 입은 그는 흡사 복대를 연상시키는 힙색을 둘렀고, 업스타일 헤어엔 큐빅 머리핀을 주렁주렁 달았다. 진한 ‘루주’를 앞니에 묻힌 채 활짝 웃는 미소가 포인트. 어디서 많이 본 동네 미용실 원장님, 문화센터 강사, 부동산 사장님,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머릿속을 우르르 스치고 지나간다.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는 우리 주변에서 속칭 ‘아줌마’로 불리는 어떤 중년 여성 군상들을 집약해 과장해 놓은 인물이다. 억척스럽고 부산스럽고 정 많으며, 힘 줘야 할 때는 등산복이나 골프웨어를 입고, 짙은 다홍색 루주를 바르며, 직접 캔 약초로 장아찌 담아 주는 걸 좋아하는 그들 말이다. 말투며 억양, 몸짓이며 제스처까지, 어쩜 그리 찰떡 같은지 볼수록 기가 막혀 웃음이 비식비식 새어 나온다.

전설의 시작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출처 | <무한걸스>

일찍이 김신영은 인물 모사와 콩트 연출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무한걸스>에서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와 “6시 제일 바쁜 시간에 소고기 하나, 불백 하나, 짬뽕, 계란말이 누구야!”라며 호통을 쳤던 밥집 아주머니는 그 전설의 시작이다. “언니가 해초 마사지를 하지 않는 이상은”이라며 강매하던 목욕탕 세신사, “자아, 근강 박수 시~번!”을 외치던 주부 노래 교실 스타 강사, 계곡 옆에서 오리백숙 파는 식당 아주머니, 김신영 본인의 고모며 어머니까지 전국 팔도의 수많은 ‘아줌마’들이 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눈 여겨 볼 것은 김신영이 연기하는 ‘아줌마들’이 우리 곁에, 주변에 있는 서민적인 인간 군상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과 함께 부대꼈고, 오랜 시간 아주 주의 깊게 지켜 봤을 것이다. 남으로 웃기려면, 그리고 그 웃음에 꺼림칙한 구석이 없기 위해선 그 웃음의 바탕은 애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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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지적 참견 시점>

출처| <전지적 참견 시점>

둘째이모 김다비의 데뷔곡은 근로자의 날에 공개된 ‘주라주라’다. 일명 ‘근로자들의 캐롤송’이자 그가 소속된 비보웨이브의 송은이 대표 헌정곡이라고 한다. 김신영이 작사한 이 곡의 가사는 이렇다.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부터 ‘마라마라 야근하덜 말아라/낄낄빠빠 가슴에 새겨주라/칼퇴칼퇴칼퇴 집에 좀 가자’,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가족 같은 회사/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가족 같은 회사’에서 가‘족’에 강세가 들어가니 당신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는다면 참고할 것.) 노동자들의 심금을 절절히 울리는 곡이다. 트로트하면 통속적인 사랑 타령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데뷔하자마자 한국관광공사의 광고 모델이 되어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까지 홍보하고 있으니, 단순히 심금을 울린 것뿐 아니라 근로자의 공익에도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땅의 ‘아줌마’들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가사뿐인가? 가창력도 수준급이다.(물론 립싱크만 한다.) 김다비에게 목 푸는 법을 묻자 “내 아들이 셋이요. 말을 드릅게 안 들어. 두 번 말해선 들어먹질 않어요. 이노무시끼야! 되도 않는 개똥 같은 말을 해쓰까! 이게 머라이어 캐리 음역대랑 비슷해. 내지르면 되는 거야. 얼마나 소울풀하노?”라고 시원히 답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비결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웃고 잘 놀고 노래도 부르면 즐거운 인생이야. 방귀도 참지 마라. 펑펑 내질러!”라고 일갈하고,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를 꼽으며 “다 나가라 할 거야, 나 혼자 살 거야. 시어머니고 뭐고”라고 답한다. 이 땅의 아줌마들의 인생 역경과 지난한 세월의 억압, 고난이 사무치는 말들이다. 웃기려고 하지만 단지 웃을 수만은 없다. 이 신인가수를 단순히 설정이라고, 웃기다고만 보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공감하는 개그우먼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출처 |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김신영은 8년 째 매일 같이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을 진행 중이다. 그는 청취자들의 사연에 귀 기울여 공감하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능하다. 지방 청취자들과 전화 연결을 할 때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오가며 걸진 수다를 풀어내기도 한다.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사회초년생에게는 외식 상품권을, 막 창업한 자영업자에게 화환을 보내고, 4년 만에 아이가 생겨 신 게 당긴다는 임산부에게는 한라봉과 아기 침대를 사비로 선물하는 통 큰 진행자이기도 하다. 남에게 너그러울 수 있음은 대체로 공감에서 비롯되는 능력이다. 김신영에겐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섭렵하여 동생들의 육성회비를 충당했던 과거가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 코미디언이었다. 집에서는 웃을 수가 없었고, 성공해서 판잣집 아닌 벽돌집에 살고 싶었다. 가난해도 당당하게 사는 게 목표였다”며 어릴 적 자신을 지탱했던 꿈을 밝혔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웃고 싶고, 누군가를 웃기고 싶었던 소녀는 자라 어떤 모습으로든 분할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이 사회의 다양한 서민적 인간 군상들이 녹아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다. 더불어 그가 부르는 노래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곡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주변부를 향한 오랜 관심과 애정이 깃들어 있다.

코미디의 영역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안 본 눈 삽니다’ 뮤직비디오>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출처 | VIVO TV

김신영이라는 뛰어난 개그우먼, DJ가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가수로서 트랙을 넓히는 것도 유의미한 시도다. 유재석의 유산슬이 먼저가 아니냐 묻는다면, 김신영이 소속된 셀럽파이브가 먼저다. 셀럽파이브를 하자고 판을 벌리고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를 끌어들인 장본인이 김신영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그가 씬의 경계를 허물고 앞서가는 인물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흰 원피스에 화관을 쓴 채 아련한 노래를 부르는 청순한 여자 아이돌부터 골프웨어를 차려 입고 구성지게 트로트 가락을 뽑아내는 기 센 ‘이모’까지, 김신영은 현재 한국이 가진 여성상을 때론 우스꽝스럽게 비틀고 때론 진지하게 반영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가 넓히고 있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자, 개그우먼의 영역이고, 나아가 코미디의 영역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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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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