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훈이 눈을 반짝이며 들어왔다.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2016년 <시그널>로 데뷔한 후 한 걸음씩 차분하게 영역을 넓혀왔다. <전설의 셔틀> <반야>에서는 반항기 어린 눈빛을 연기했고 그 눈빛을 바탕으로 <계룡선녀전>에선 주연을 맡았다. 당대 청춘 배우들이 출연한 <학교> 시리즈에도 출연했다. 현재 드라마 <어서와>의 재선으로 나오며, <그놈이 그놈이다>에서는 도겸으로 분해 촬영 중이다. 서지훈은 4년 동안 차곡차곡 다진 단단한 토양 위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서지훈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는다. 24세의 청년답게 몸 안에 열은 지녔지만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다. 달리지 않고 천천히, 산을 오르듯 그저 묵묵히 나아간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을 안고서.
<어서와>의 재선으로 지내고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재선과 내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라 참고할까 싶었는데 많이 각색돼서 대본만 보면서 캐릭터 연구를 했다. 지금은 시청자의 마음으로 즐겁게 시청 중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 재선은 어떤 사람인가?
어릴 적 겪은 파양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상처로 사람한테 곁을 내주지 못하는 게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재수 없게 행동하는 부분도 보였다.
웹툰 원작 작품은 시청자의 기대가 높다. 부담감은 없나?
웹툰의 캐릭터 그대로 드라마로 가져온다는 게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것보다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웹툰과 드라마는 흐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두 장르의 재미와 감정선이 다르기에 촬영할 때 부담이 심하지 않았다.
악한 캐릭터와 선한 캐릭터를 두루 소화해왔다. 서지훈의 얼굴과 눈엔 강함과 약함이 공존한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것이 배우로서의 목표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눈빛을 지닌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계룡선녀전>도 ‘눈’ 때문에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배우는 눈으로 말한다고 하던데?
어릴 때 눈이 예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배우로서의 눈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눈에 많은 걸 담을 수 있지만 많은 걸 표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그런 눈빛을 가지고 싶다.
다른 질문을 해보자. 24세다. 무엇을 느끼고 고민할까?
배우로서의 고민과 24세 서지훈의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요즘은 비우는 연습을 한다.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며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남들보다 사회생활이 빠른 만큼 두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두려움보다는 설레었다. 기대되는 감정이 앞섰는데 연기를 할수록 두려움이 커졌다. 연기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부담감이 생겼다.
왜 배우가 되고 싶었을까?
고등학생 때 영화 <파수꾼>을 봤다. 그전까지는 배우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파수꾼>을 본 날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같은 17세 고등학생이기도 했고 다루기 무거운 주제라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우리 반에 실제 존재할 것만 같은데 전부 연기로 만들어낸 캐릭터라는 것도 놀라웠다. 그래서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연기가 그렇게 즐거울까?
항상 즐겁다. 연기는 등산과 같다. 끝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가 도착점인지 모르겠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어려운데 내려오는 건 참 쉽다. 그래도 상쾌하게 오르는 중이다. 정상에 오르면 감정이 또 달라질 거다.
등산은 평소에 좀 즐기나?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촬영을 위해 항상 산을 가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지금 서지훈은 산 어디쯤에 있나?
이제 막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등산화 끈 묶고 있나?
그렇다. 앞으로 올라갈 구간이 많다. 힘든 구간도 나올 테고 쉬어갈 약수터도 나올 거다.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오르려고 한다.
훗날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
산을 오르다 보면 땀도 흘리고 흙이 묻는다. 다시 닦고 새로운 흙을 묻히고 입힐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안 해본 역할이 없을 거다. 범죄자와 소시오패스, 장르물… 하나씩 오르며 완벽하게 소화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4년 전 <시그널>로 데뷔한 서지훈에게 한마디 한다면.
집중하자.(웃음) 지훈아, 한눈팔지 말고 집중하자. 그 얘기만 해주고 싶다. 4년 전과 지금 크게 바뀐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만 더 집중했으면 역할을 잘 소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런닝맨>은 어땠나? 예능은 처음이라 긴장했을 거 같은데.
어릴 때부터 좋아한 프로그램이라 재밌게 찍었다. 첫 예능 방송이기도 하고 카메라가 정말 많아 긴장했다. 카메라가 20대도 넘었다.
지금 혼자 사니까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건 어떨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하는 모습이 많이 나올 거다. 한때는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 집이 아지트가 됐다. 이제는 절대 못 오게 한다. 요즘은 혼자 청소하고 요리하며 조용히 지낸다.
앞으로 예능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까?
글쎄.(웃음) 내가 잘할 수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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