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PENNY LOAFER
강재영(유니페어 대표)
페니 로퍼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태생은 캐주얼 슈즈지만, 포멀과 캐주얼의 기준이 크게 달라진 요즘 두 영역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쉽게 말해 수트부터 트레이닝 셋업까지 페니 로퍼 하나로 웬만큼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링에 필수적인 아이템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산 페니 로퍼는 뭔가?
대학생 때 부모님이 사주신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검은색 스웨이드 로퍼. 명동 신세계백화점에서 구입했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핫’한 구두였다. 중요한 행사가 있거나 나이트클럽에 갈 때 주로 신었다. 그때마다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페니 로퍼는 뭔가?
브룩스 브라더스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산 언라인드 코도반 페니 로퍼. 라이닝이 없어 처음 신을 때부터 부드럽게 발을 감싸는 게 특징이다. 알든이 유일하게 다른 브랜드 로고로 생산한 신발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단종됐다. 부자 아저씨같이 보이고 싶어 개인 주문한 까르미나 도마뱀 가죽 로퍼도 있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갈색 로퍼지만 보기와 달리 실제 착용하면 뭔가 어색해서 잘 안 신는다. 미우미우 남색 페이턴트 로퍼도 잠깐 신었다. 이탈리아에 출장 간 동업자를 통해 구입했고, 바나나처럼 생긴 신발 모양이 귀여워 처음에 정말 자주 신었다. 좀 신다가 너무 패셔너블한 느낌이 들어 결국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줬다.
평생 단 한 켤레의 페니 로퍼만 신어야 한다면 어떤 신발을 고를까?
에드워드 그린 피카딜리. 페니 로퍼 중 실루엣이 가장 이상적이며, 캐주얼 슈즈도 우아할 수 있음을 처음 알려준 모델이다. 수트와 타이 차림에 어울리는 몇 안 되는 페니 로퍼라고 생각한다. 한 켤레 더 고를 수 있다면 알든의 페니 로퍼를 택하겠다. 페니 로퍼는 미국에서 꽃피운 신발인데, 그중에서도 알든의 구두가 최고다. 특히 밴(Van) 라스트로 만든 페니 로퍼는 형태와 밸런스가 굉장히 훌륭하다. 아이비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색깔별로 구비해놓아야 한다.
또 사고 싶은 페니 로퍼는 없나?
존 롭의 로페즈 비스포크 로퍼를 갖고 싶다. 로페즈는 에드워드 그린 피카딜리와 함께 고급 페니 로퍼의 투 톱으로 꼽힌다. 기성 라인의 로페즈는 이미 갖고 있지만 존 롭 워크숍에서 만난 비스포크 로페즈는 기성 제품과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완벽한 페니 로퍼를 경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평소엔 페니 로퍼를 어떤 식으로 신나?
다양한 스타일로 페니 로퍼를 신는 편이다. 특히 여름에는 정말 아무 옷에나 페니 로퍼를 신는다.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아이비 스타일로, 체크 셔츠와 스웨트 셔츠, 데님 팬츠를 입고 에크루 색상 양말과 매치하는 거다. 옥스퍼드 셔츠에 레지멘털 타이를 매고 블레이저를 입을 때도 페니 로퍼를 신는다.
페니 로퍼를 신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면?
헤더 그레이 멜란지 스웨트 팬츠에 스포츠 양말을 신고 페니 로퍼를 신으면 생각보다 무척 귀엽다. 하지만 나는 그보단 수트에 타이를 매고 비교적 우아한 형태의 페니 로퍼를 신는다. 좀 더 날라리 아저씨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다.
반대로 보고 싶지 않은 스타일링도 있나?
발목 양말(특히 스포츠 양말 원단으로 만든 것)에 신는 페니 로퍼는 정말 끔찍하다. 차라리 맨발이 낫다.
➋
DENIM PANTS
신대성(모드맨 대표)
데님 팬츠를 꼽은 이유는 뭔가?
작업복이었던 데님 팬츠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건 불과 70여 년 전 일이다. 그 이후로 데님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은 아이템도 없다. 데님 팬츠는 여러 시대와 유행을 거쳐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로 발전했고,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옷이 되었다.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청바지 몇 벌은 갖고 있으니까. 다른 바지에 비해 활용도가 높고,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도 장점이다.
청바지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
한때는 브랜드나 제조 지역, 인지도 같은 조건을 많이 따졌다. 이제는 ‘나와 잘 어울리는가’를 우선적으로 본다. 아무리 좋은 청바지라도 내 옷처럼 느껴지지 않으면 손이 안 간다. 다만 지금도 원단과 봉제의 퀄리티, 부자재의 조화는 깐깐하게 체크한다.
유독 기억에 남는 데님 팬츠가 있나?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의 위어드 가이 딥 인디고 셀비지 데님 팬츠. 입으면서 나만의 워싱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15온스의 두껍고 뻣뻣한 원단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패브릭이 너무 딱딱해 첫날엔 제대로 앉지도 못했지만, 길들인 후에는 1년에 3백50일 이상 입었다. 이 바지 덕분에 생지 데님의 매력에 빠졌고 결국 지금은 데님 전문 편집 매장 모드맨의 대표가 됐다. 학생 때 빈티지 매장에서 산 리바이스 청바지도 기억이 난다. 오랫동안 잘 입었는데 허벅지에 묻은 페인트가 사실 피라는 사실을 알고 나선 바로 버렸다. 그 이후로는 빈티지 매장에서 옷을 잘 안 산다. 또 뒷주머니에 나뭇잎 로고가 있는 퓨어 블루 재팬의 XX-005, 내 체형에는 슬림 스트레이트 핏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해준 풀카운트의 1108W, 일반적인 레플리카 브랜드와 달리 테일러드 봉제로 만든 레일카 파인 굿즈의 데님도 아주 좋아한다. 남들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생지 데님이지만, 자세히 살피면 각자 다른 디테일과 의도가 담겨 있다.
평생 한 벌의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면?
풀카운트의 베이식 데님 중 하나를 고르겠다.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12가지 실과 봉제 방법이 각각의 위치와 용도에 맞게 적용되었다. 무엇보다 원단 자체가 굉장히 부드럽고 편해서 자주 입게 된다. 오랫동안 입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워싱 역시 큰 매력이다.
꼭 손에 넣고 싶은 청바지가 있나?
리바이스의 1940~1950년대 빈티지 데님. 워크웨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하던 시기의 역사적인 데님을 입어보고 싶다.
평소엔 데님 팬츠를 어떻게 입나?
데님의 디자인이나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실루엣에 통일감을 주는 식으로 입는다. 슬림한 셔츠엔 허벅지가 딱 맞는 스트레이트 핏 청바지를 입고 얇은 두께의 벨트를 착용하는 식. 이때 신발은 로퍼나 날렵한 부츠를 신는다. 반대로 밀리터리 아우터나 빈티지한 스웨트 셔츠를 입는다면 통 넓은 청바지, 투박하고 두꺼운 벨트, 벌키한 부츠나 스니커즈를 매치한다.
데님을 입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면?
요즘은 소재와 염색 기술이 발달해 활동성 높고 이염 걱정도 없는 데님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다른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홈웨어나 등산복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데님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➌
CANVAS BAG
안주현(프리랜스 에디터)
캔버스 백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가방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애지중지 모시는 가방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캔버스 백은 가볍고 어디에나 들기 좋고, 망가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유행하는 ‘잇 백’을 들다가도 결국 한 달 뒤면 다시 캔버스 백으로 돌아온다.
어떤 캔버스 백을 좋아하나?
일단 단단하고 빳빳한 원단으로 만든 것. 아무것도 넣지 않고 바닥에 툭 놔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가방을 좋아한다. 둘째는 심플한 디자인일 것. 요란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패턴이 있는 것보다 두세 가지 색이 섞인 간결한 디자인을 고른다. 마지막으로 손잡이와 스트랩까지 캔버스일 것. 가죽을 덧댄 건 왠지 ‘고급스러운 척’하는 것 같아 별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가방은 뭔가?
친구에게 선물받은 더풀아오야마의 캔버스 백. A4 용지가 딱 들어갈 만한 크기에 디자인도 단정했다. 가볍고,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고, 웬만한 소지품은 다 넣을 수 있을 만큼 수납공간도 넉넉해 매일 들고 다녔다. 아직까지도 종종 메는 가방이다. 하도 빨아서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테노아의 캔버스 숄더백도 요긴하게 드는 가방 중 하나다. 소재가 두껍고 바닥이 넓어 소지품을 많이 넣을 수 있다. 바이 에딧의 캔버스 가방도 있다. 디자인이 예쁘고 실용적이라 남색과 노란색, 네온 핑크와 완두콩색, 올리브색과 네온 그린 등 다른 컬러 조합으로 5개 정도 구입했다. 가장 최근에 산 건 퍼시픽 토트 컴퍼니의 캔버스 백이다. 색깔 조합이 밝고 귀여운 데다 내가 좋아하는 톡톡하고 견고한 캔버스 재질이라 더 마음이 갔다. 요즘 제일 편애하는 가방이다.
평생 단 하나의 캔버스 백만 들어야 한다면?
퍼시픽 토트 컴퍼니의 가방. 잘 만든 캔버스 백이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충족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색깔도 굉장히 많아서 지겨워지면 다른 색 가방을 들면 된다. 이런 가방을 든 할머니를 길에서 만난다면 분명 반하고 말 거다.
꼭 가지고 싶은 캔버스 백이 있나?
딱히 없다. 캔버스 백의 매력은 실용적이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것. 예쁘다고 생각한 가방은 웬만큼 샀고, 비싼 캔버스 백은 별로 들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걸 사서 들 거다.
평소엔 캔버스 백을 어떤 식으로 드나?
요즘엔 플리스 점퍼와 통 넓은 바지, 반스 슬립온에 캔버스 숄더백을 멘다. 여름이 오면 머슬 슬리브리스 톱, GMBH 청바지, 플립플롭에 어깨끈이 넓은 캔버스 백을 매치할 거다.
캔버스 백을 드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면?
캔버스 숄더백을 접어 클러치처럼 들거나 팔 사이에 끼는 방식을 컬렉션에서 종종 본다. 하지만 솔직히 나조차도 그런 식으로 들어본 적은 없다.
➍
WHITE SHIRTS
남호성(10 꼬르소 꼬모 서울 바이어)
흰색 셔츠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흰색 셔츠가 주는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좋다. 디자인이나 소재, 디테일에 따라 분위기가 확확 달라진다는 점도 매력적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흰색 셔츠를 정하고 나서 나머지 옷을 고른다.
처음으로 산 흰색 셔츠는 뭔가?
본격적으로 흰색 셔츠를 입기 시작한 건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기억나는 건 입사하기 직전, 피렌체 아웃렛에서 산 질 샌더 셔츠. 캠페인 이미지처럼 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히든 버튼 셔츠였다. 이 셔츠는 항상 목 끝까지 단추를 채워 입었다.
그 밖에 어떤 셔츠들을 샀나?
편집매장에서 10년 넘게 바이어로 일하다 보니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의 흰색 셔츠를 경험했다. 특히 발렌시아가는 출장 때마다 할인을 하고 있어 1년에 한 장 이상은 꼭 샀다. 칼라를 리본처럼 묶을 수 있는 로에베 셔츠, 소매가 없는 라프 시몬스 슬리브리스 셔츠, 소매 부분을 입체적으로 재단한 꼼 데 가르송 셔츠처럼 디테일이 독특한 셔츠도 있다. 또 피비 파일로 시절의 셀린느 셔츠도 갖고 있다. 그녀가 셀린느를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구매했는데, 남자가 입어도 어색하지 않아 가끔씩 입는다.
평생 단 한 장의 셔츠를 입어야 한다면?
아마도 프라다가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브랜드이기 때문에 패션쇼나 캠페인에 등장한 흰색 셔츠 이미지가 아직까지 판타지처럼 남아 있고,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에도 가장 부합한다. 폴리아미드를 섞은 프라다 특유의 원단도 좋아한다.
사보고 싶은 흰색 셔츠가 있나?
다양한 흰색 셔츠가 있지만, 딱 하나 없는 게 있다. 바로 턱시도 셔츠다. 블랙 타이로 차려입을 일이 거의 없어서 아직까지 살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옷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살 일이 있겠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평소엔 흰색 셔츠를 어떤 식으로 입나?
여름에는 소매를 걷어서, 겨울에는 니트 안에 이너로 많이 입는다. 일교차가 큰 계절엔 오버사이즈 셔츠를 아우터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바지는 검은색 크롭트 팬츠나 통이 낙낙한 것을 선호한다. 가끔은 셔츠 위에 니트나 스웨트 셔츠, 카디건을 입고, 흰색 아디다스 스탠스미스나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는다. 좀 더 포멀한 느낌을 내고 싶을 때는 단정한 검은색 로퍼를 고른다. 이때 단추는 반드시 목 끝까지 잠근다.
흰색 셔츠를 입는 새로운 스타일링 방식이 있다면?
요즘은 셔츠를 아우터처럼 많이 입는다. 오버사이즈 셔츠는 안에 티셔츠를 입고 블루종처럼 연출하면 의외로 꽤 멋지다. 원피스처럼 긴 셔츠도 좋아하는데, 특히 여름에 반바지나 7부 팬츠와 함께 입으면 시원하면서도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반대로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링도 있나?
스타일링에 대한 얘기는 아니지만, 과한 프린트나 큼지막한 로고가 있는 셔츠는 거의 사지 않는다. 새하얀 캔버스처럼 깔끔한 것이 가장 흰색 셔츠답다.
➎
BLACK SWEATER
김영진 (스타일리스트)
검은색 스웨터를 꼽은 이유는 뭔가?
검은색을 좋아한다. 옷장을 열어보면 검은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상당수가 니트다. 검은색 스웨터를 입었을 때 나 자신이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이상적인 스웨터의 조건은 뭔가?
네크라인의 크기와 모양, 소재, 전체적인 실루엣을 중요하게 본다. 입었을 때 탄력 없이 축 늘어지는 니트는 별로다.
유독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나?
울과 실크를 혼방한 마르지엘라 스웨터. 여주 아웃렛에서 구입했는데 실로 포인트를 준 리브 디테일이 참 예뻤다. 지금은 그때보다 몸이 커져 입지 못하지만 한동안 정말 많이 입었다. 올이 풀려 구멍이 날 정도로. 팔꿈치를 휑하니 뚫어놓은 프라다 캐시미어 스웨터, 허리 부분을 스트링으로 조일 수 있게 만든 사카이 니트도 좋아했다. 해진 것처럼 디테일을 넣은 생 로랑, 두툼한 라프 시몬스, 울과 나일론을 섞어 관리가 편한 발렌시아가 스웨터도 자주 입는다.
꼭 손에 넣고 싶은 제품도 있나?
몇 년 전 프라다에서 출시했던 보트넥 캐시미어 스웨터. 그때 왜 사지 않았는지 두고두고 후회 중이다. 비슷한 스타일이 다시 나온다면 반드시 살 거다.
평생 단 하나의 스웨터만 입어야 한다면?
마르지엘라. 지금까지 입어본 마르지엘라 니트는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유독 애착이 간다. 마르지엘라 스웨터만큼은 작아지거나 해져도 버리지 못한다.
검은색 스웨터를 어떤 식으로 입나?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하는 편이다. 니트만 입어도 좋고, 티셔츠나 셔츠, 재킷과 함께 입기도 한다.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입는다. 일단 검은색 니트를 정한 다음 나머지 옷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좀 더 특별한 스타일링 방식이 있다면?
긴소매 티셔츠와 레이어드하는 것. 니트 소매를 살짝 걷어 올려 티셔츠의 긴소매가 드러나도록 입는다. 이때 티셔츠는 군데군데 구멍이 있거나 소매가 해진 것이 좋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스웨터를 입을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네크라인이 너무 넓거나 늘어진 스웨터는 안에 셔츠나 티셔츠, 터틀넥 스웨터 등을 겹쳐 입는 게 좋다. 네크라인이 벙벙한 니트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남자는 생각보다 별로 없으니까.
➏
WHITE SNEAKERS
신동민(아이앱 스튜디오 아트 디렉터)
흰색 스니커즈를 베이식 아이템으로 꼽은 이유는 뭔가?
많은 옷에 두루 잘 어울리기 때문에. 흰색 운동화의 깨끗한 이미지도 좋아한다.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해 사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흰색 스니커즈를 많이 갖고 있다.
스니커즈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
디자인을 제일 먼저 본다. 컬래버레이션 제품이라든지, 구하기 힘든 한정판 스니커즈라면 더더욱 좋다.
어떤 흰색 스니커즈를 갖고 있나?
오프화이트×나이키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는 더 텐(The 10) 시리즈 발매 행사에 참석했을 때 받았다. 나는 하이퍼 덩크를, 같이 간 친한 형은 에어포스를 선물받았는데 형이 받은 에어포스가 너무 갖고 싶어 거의 뺏다시피 교환했다. 트래비스 스콧과 협업으로 출시한 나이키 에어포스 1도 있다. ‘벨크로’로 나이키 로고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서 한쪽만 거꾸로 붙여 신고 다녔다. 에이셉 네스트에 한창 빠져 있던 시절 그에게 영감을 받아 산 프라다 스니커즈, 코끼리 피부 같은 패턴의 나이키 에어조던 11 레트로 로우, 라프 시몬스와 협업한 아디다스 라이징 스타 2, 가볍고 편한 나이키 에어 줌 울트라 리액트,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 같지 않아 새로운 피어 오브 갓 나이키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밝은 회색에 가깝지만)도 꽤 자주 신었다.
평생 단 하나의 흰색 스니커즈만 신어야 한다면?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으긴 하지만, 딱 한 켤레의 신발만 신어야 한다면 컨버스 척 테일러 1970 하이를 꼽겠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흰 쌀밥 같은, 기본적이면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신발이기 때문이다.
꼭 손에 넣고 싶었던, 하지만 사지 못한 흰색 스니커즈도 있나?
살로몬과 팔라스가 컬래버레이션한 스피드크로스 4. 옆 라인에 패턴이 있고, 텅 부분에 팔라스 로고가 들어간 흰색 스니커즈였다. 일본과 공식 홈페이지 정도에서만 발매했고, 그마저도 순식간에 팔려 구하지 못했다.
평소 흰색 스니커즈를 어떤 식으로 신나?
오래 입어 부드럽고 물이 다 빠진 청바지와 자주 매치한다. 편하게 입고 싶지만 조거 팬츠는 피하고 싶은 날, 큰 고민 없이 선택하는 조합이다. 물론 비가 오는 날이나 신발이 더러워질 것 같은 날에는 신지 않는다.
흰색 스니커즈를 신는 새로운 스타일링 방식이 있다면?
스니커즈 스타일링은 이미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새로운 게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을 땐 양말에 힘을 주는 편이다. 흰색 스니커즈는 어떤 양말을 신느냐에 따라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 모노톤 양말을 신으면 차분하게 연출할 수 있고, 좀 더 튀고 싶으면 화려한 색감이나 패턴을 더하면 된다. 양말의 소재와 두께, 길이, 질감, 타이트한 정도에 따라서도 스포티한 것부터 캐주얼한 느낌까지 천차만별이다.
흰색 스니커즈를 신을 때 주의해야 할 스타일링 팁이 있나?
신발의 부피감과 바지통을 함께 고려할 것. 특히 어두운 색깔의 바지를 입을 때는 조금 더 주의하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발만 너무 커 보인다든가, 전체적인 비율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➐
SIMPLE WATCH
김창규(프리랜스 에디터)
심플 워치를 꼽은 이유는 뭔가?
시, 분, 초 기능만 갖춘, 가장 기본적인 시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계는 심플 워치를 먼저 디자인한 뒤, 기능을 더한 베리에이션 모델로 확장한다. 다이얼이 정갈하고 케이스가 비교적 얇아 오래 찰 수 있다는 것도 심플 워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심플 워치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
복잡한 문양이나 세공이 있는 모델보다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대신 마감과 완성도는 높아야 한다. 기계식 시계만 고집하진 않지만, 기계식이라면 핸드 와인딩 방식이 좋다.
처음 산 심플 워치는 뭔가?
내가 직접 구입한 시계는 까르띠에 탱크 버메일 빈티지 모델이다. 버메일은 스위스 시계 산업이 어렵던 시절, 케이스를 도금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 컬렉션이다. 종로 예지동 시계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일반적인 탱크와 달리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쓴 모델이라 더 마음이 끌렸다. 나중에 파리에서 열린 까르띠에 행사에 착용하고 갔는데 본사 담당자도 처음 보는 다이얼이라고 얘길 해서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또 어떤 시계들을 샀나?
까르띠에 탱크 버메일을 팔고 드림 워치 중 하나인 클래식 탱크 골드 케이스 모델을 구입했다. 완벽한 클래식 탱크 디자인을 구현한 1980년 무렵의 빈티지 모델로, 절대 되팔 생각이 없다. IWC의 골드 케이스 드레스 워치를 3년 정도 갖고 있었고, 이후 스틸 케이스에 도핀 핸즈 모델을 다시 구해 지금까지 차고 있다. 롤렉스 에어킹은 딱 이틀 소장한 뒤 되팔았다. 왠지 내 시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구입한 론진 찰스턴은 로마 숫자 인덱스를 사용한 33mm 케이스의 스틸 금 도금 워치다. 지금까지 구입한 라운드 워치 중 가장 지름이 작다. 이 밖에 파네라이 라디오미르 PAM00424와 스와치의 심플 워치 3점도 갖고 있다.
평생 하나의 심플 워치만 차야 한다면?
결혼할 때 아내에게 받은 오메가 레일마스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계이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데일리 워치의 조건을 두루 갖춘 모델이기도 하다. 일단 평생 단 하나의 시계만 차야 한다면 소재는 골드보다 스틸이 맞다. 긁힘에 강하니까. 또 방수 기능이 수심 100~200m여야 한다. 100m는 돼야 기본적인 방수가 가능하고, 200m가 넘으면 케이스가 우악스러워진다. 스포츠 워치와 드레스 워치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필드 워치 디자인, 지름 39mm의 표준형 케이스, 10mm의 다소 얇은 듯한 두께도 이 시계를 선택한 이유다.
꼭 손에 넣고 싶은 심플 워치가 있나?
물론 있다.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그중에서도 폴리싱 베젤과 도핀 핸즈, 바 인덱스, 스몰 세컨드를 갖춘 Ref. 96 계열의 옐로 골드 케이스 모델이 이상형이다. 너무 비싸 아직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먼 훗날 은퇴 기념으로 구입할 생각이다.
평소엔 시계를 어떤 식으로 차나?
시계당 최소 3가지의 스트랩을 보유하고, 그날의 구두 색상에 맞춰 교체한다. 빨간색, 초록색처럼 남들이 잘 신지 않는 컬러풀한 구두도 갖고 있어서 독특한 색깔의 스트랩을 많이 산다. 벨트와 가방의 색도 가능하면 맞춘다.
심플 워치를 차는 새로운 방식이 있나?
셔츠 소매 위에 시계를 착용하는 것. 피아트의 초대 회장 지아니 아넬리(Gianni Agnelli)가 개발한 방식이다. 이때 반드시 소맷부리가 좁은 비스포크 셔츠를 입어야 한다. 나는 소매 위에 시계를 찰 때 턴불 앤 아서의 비스포크 셔츠를 입는다.
바람직하지 않은 시계 스타일링도 있나?
팔찌와 시계를 레이어드하는 방식은 칼라트라바나 탱크처럼 얇고 케이스 지름이 작은 정통 드레스 워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시계는 대부분 금으로 만들어 스크래치에 약하다. 그래서 스포츠 워치가 아닌 시계를 팔찌와 함께 찬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해진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