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생겼다. 이런 말 들으면 어떤가?
귀가 얇은데, 주변에서 “넌 잘생겼는데 매력이 없다”고 해서 얼굴에 불만이 있었다. 자신이 없어 모자를 쓰고 다녔다.
생각지도 못한 답이다.
쑥스러움이 좀 많다. 모두가 날 보면 얼굴이 빨개진다.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어떤가?
처음 연기할 땐 스태프들이 많아 긴장됐는데, 캐릭터의 감정을 연구하며 풀어나갔다. 연기할 때 감정 연구가 잘 안 되면 자의식이 개입하더라. 카메라가 보이는 거다. 그렇지만 감정을 깊게 연구하고 극 중 인물로 그 자리에 서면, 상대 배우밖에 안 보인다. 이젠 연기할 때 떨리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았나?
엄청. 아직까지 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찾고 있다. 배우를 시작하고 일기를 매일 써봤다. 노트 한 권을 다 쓰고 두 권째인데, 오늘 뭘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땐 어땠나 들춰보면 도움이 되더라.
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 촬영을 마쳤다. 은둔형 외톨이 소년이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세상을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고생스러운 촬영이었겠다.
초반엔 정말로 집에 가고 싶었다. 하하. 온몸에 피 분장을 해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액션도 거의 다 직접 했다. 살도 많이 빠졌다. 그래도 힘든 만큼 재미있더라. 장르물이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극한까지 몰리는 이야기라 감정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다.
현수는 어른스러운 척하지만 사랑받고 싶은 아이 같은 내면을 지녔다. 중·후반부터 감정 신이 많아지면서 힘들어지더라. 한 번은 우는 신이 아니었는데 현수에게 몰입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문에 없는 눈물이었다.
현수와 송강은 닮은 점이 있나?
내면이 비슷하다. 정적인 모습도. 감독님은 내가 현수와 닮아서 같이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난 연기 경력도 별로 없는데, 1인 2역에 우울한 면과 공격적인 면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걱정됐다. 다행히 연기할수록 나다워졌다. 감독님도 디렉션 없이 자유롭게 풀어주셨다.
현수가 자신을 깨고 나아가는 것처럼, 송강도 현수를 연기하며 성장했나?
그랬다. 현수를 연기하며 나도 바뀌었다. 남들 앞에서 잘 울지 못하는 성격인데, 현수로서 마음껏 울고 화냈다. 하고 싶은 말도 속으로만 앓았지만, 요즘엔 꼭 해야 하는 말은 담아두지 않는다. <스위트홈>을 찍으며 정말 많이 변했다.
바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촬영에 들어갔다. 괴물의 세계에서 청춘의 세계로 가니 어떤가?
너무 좋다. 현수는 온몸이 찢기고 피투성이가 돼서 맨발로 다녔는데, 선오는 부자에 차 타고 다닌다. 하하. 어제는 촬영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못 잤다. 시즌1 때보다 깊은 감정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다. 뭔가를 깊게 생각하면 아침에 피곤해도 빨리 눈이 떠지는데, 요즘 그런 상태다. 촬영장 가는 날엔 계속 조조 생각을 한다.
송강은 ‘좋아하면 울리는’ 앱이 출시되면 설치할 건가?
아니. 인생이 너무 힘들어질 거다. 지금도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잠 못 자는데, 어휴. 강박증 생길 거다. 하하. 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게 힘들다. 혼자 풀려는 타입이다. 남에게 의지하면 편하다는 건 알지만 혼자인 게 좋다.
잘 때 무슨 생각이 그렇게 꼬리를 무나?
별 생각을 다 한다. 요즘 자기 전에 매일 긍정의 문장 한 줄을 읽는데, 희망을 가지라는 문구를 보면서 잠들면 그치,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그러다 장애물도 만나겠지, 이런 식으로 밤을 새기도 한다. 하하. 생각이 너무 많다.
성격 유형이 ‘INTP’ 맞나?
다른 인터뷰에서 ENTP로 잘못 말했다. 어떻게 알았나?
내향적이고 논리를 펼치니까. 최근 밤잠 설치게 한 생각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송강에게 행복이란 뭔데?
잘 모르겠다. 일의 행복과 사적인 행복은 다른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밖에선 행복했는데 막상 집에 들어오면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소소하게 좋을 땐,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책을 볼 때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거든.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처럼 바쁠 땐 이동하며 음악 듣는 게 낙이다. 찰리 푸스와 그린데이 노래를 들으면 편안해진다. 시간이 날 땐 라이딩도 즐긴다.
슬슬 라이딩하기 좋은 날씨인데 좋아하는 코스 있나?
팔당댐까지 7시간 달린 적이 있는데 가다 죽을 뻔해서 추천은 못하겠고. 하하. 남양주로 자주 간다.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게 좋다. 풍경 보며 걷는 것도 행복하고. 그럴 땐 자신을 잠깐 잊으며 자의식도 옅어진다.
오늘 집에 가서 일기장을 펼친다면 어떤 이야기를 쓸 건가?
나는 누구일까.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거다. 나에 대해 다 털어놨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날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런데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송강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뭔가 시도해봤나?
현대무용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몸과 내면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몸을 잘 못 쓰더라. 영상을 찍어봤는데 걷는 것도 어색하고 동작 표현도 못하는 거다.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면 나를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자의식 강한 사람들이 춤을 못 춘다더라.
맞다. 정말 그렇다. 그게 내 성격이겠거니 한다.
송강에게 연기란 뭔가?
성장. 배우란 직업은 내게 양면의 칼날이다. 늘 새로운 일을 하니 매번 신비롭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계속 노력하게 된다. 끝없이 숙제를 받는 게 배우의 일 같다. 난 모두와 어울리며 연기하고 다 같이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떨어진 배우가 아니라, 같은 숨을 쉬며 연기하는.
다음엔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나?
누아르 장르를 해보고 싶다. 올백 헤어에 카리스마 있는 남자. 나와 상반된 사람을 좋아하거든. 톰 하디 같은.
배우를 하면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송강의 화두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그럴 거다. 앞으로도 캐릭터 고민을 하면서 나는 어떻지? 끊임없이 생각하겠지. 현수와 선오가 도움을 준 것처럼, 그 캐릭터들도 나를 조금 더 알게 해줄 거다.
송강은 뭘 믿나?
나 자신을 믿는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의지대로 하면 오히려 자의식이 옅어지더라. 남들이 아니라 해도 나를 먼저 믿는다. 이젠 귀가 좀 두꺼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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