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새 얼굴’을 기대하고, 또 찾는다. 이번 겨울을 로맨스로 물들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라던 그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이신영은 극 중 북한 특급 장교인 ‘리정혁(현빈 분)’ 대위와 함께 사랑도 지키고 평화도 지켰던 5중대 하사 ‘박광범’을 연기했다. 광범 동무로 말할 것 같으면, 남북한의 서로 다른 이념이 무색할 정도로 모두를 감탄하게 하는 멋진 외모의 소유자다. 과묵하지만 상사인 리정혁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 남한의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조차도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잘생긴 사람은 역시 시크하다”고 인정하며 군인들 중 가장 잘생겼다는 이유로 ‘인류 보배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 장면에서 새삼 광범 동무의 잘생긴 외모가 부각되는 바람에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캐릭터 설명만으로도 참 매력적인 ‘박광범’을 연기한 새 얼굴이 바로 배우 이신영이다.
2018년 웹 드라마 <한입만> <좀 예민해도 괜찮아>를 통해 ‘자꾸 보고 싶은 얼굴’로 기억되던 그는 2019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리정혁 대위와 함께 북한을 지키다 남한으로 넘어와서 활약하는 내내, 시청자는 “저 김수현을 닮은 잘생긴 청년은 누굴까?”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신영은 “광범이는 일단 고지식하고, 심할 정도로 과묵하면서도 본인의 칭찬에 대해서는 꾸밈없고 쑥스러움 없이 받아들이는 친구”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 설명은 그대로 이신영의 자기소개일지도 모르겠다. 광범이보다야 말수는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제법 닮은 것 같았다.
마지막 촬영분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는 말 그대로 홀가분해 보였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랬겠지만, 극한의 추위와 긴장 속에서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일 거다. 이제 막 배우로서 첫발을 디딘 그는 자신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체감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엄청 달렸다. 무선 이어폰 대신 줄을 길게 늘어뜨린 유선 이어폰을 꽂고 촬영장의 모든 사람과 인사를 건네는 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지금도 어리지만, 더 어렸을 때부터 패션모델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인터뷰 촬영 내내 남다른 감각의 포즈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타깝게 지면에 실리지 못한 컷들을 보면 이신영의 매력을 더 잘 알 수 있을 텐데. 북한군이라 군복과 무채색 의상을 입은 모습을 주로 봤지만, 또래 젊은이답게 쨍한 컬러의 과감한 디자인도 꽤 멋지게 소화해낸다. 군복을 벗어던진 광범 동무는 ‘옷빨’이 잘 받는 1998년생, 젠지 세대였다.
“끼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성격도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편이었어요. 치우침 없이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왠지 내내 조용히 있다가 묵직한 한 방을 날려서 친구들을 탄복시키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보게 된다. 촬영 중간, 자신의 사진이 담긴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그에게 매일 출근하던 현장의 마지막 날이라 혹시 울지는 않았는지, 쓸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어, 막상 끝나니까 너무 좋던데요? 하하. 눈물은 나지 않았어요”라고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준다. 이제 막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신인 배우에게 <사랑의 불시착>은 엄청난 기회이자 부담이었을 거다. “드라마 출연이 확정됐을 때, 설레고 기뻤죠. 물론 이전에도 웹 드라마를 통해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로 출연하는 게 흔하게 찾아오는 기회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욱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지만요.”
오디션에서 이신영에게 주어진 장면은 첫 회의 리정혁이 밟은 지뢰를 해체해주는 것이었다고. 또 5중대 대원 중 한 명인 ‘김주먹(유수빈 분)’의 대사도 연습했었다고 한다. “주먹이가 ‘빠다치기(작은 배가 공해상에서 제3국으로 가는 큰 배와 접선하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를 설명하는 장면의 대사를 오디션에서 했어요. 계속 오디션을 보면서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죠.”
결국 이신영은 한 편의 드라마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의 말대로 쉽게 얻기 힘든 기회였지만, 일단 잡은 이상 제대로 살려낸 셈이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특히나 좋은 팀워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우뿐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걸 직접 보니까 느껴지는 게 많더라고요. 현장에서 서로 호흡이 잘 맞아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또 매끄럽게 잘 진행됐어요. 물론 체력적으로 고달픔도 있었지만, 매일 촬영이 즐거울 만큼 모두 똘똘 뭉치는 현장이었죠.”
생각보다 승부욕 있고, 예상보다 집중력이 좋은 배우 이신영은 차분하게 다음 기회를 더 잘 살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벌써 차기작을 확정짓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촬영장으로 떠난다고 했다. “<계약우정>이라는 작품인데요,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는 18세 박찬홍이 돈혁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이야기예요. 많이 봐주세요.(웃음)” 웹툰 원작인 이 작품에선, 교복을 입은 이신영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그저 ‘운이 좋아서’라는 말로 이신영의 성공적인 출발을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실례 같다. 그는 아직도 맨 처음 화면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던 순간을 기억한다. “일단 엄청 부끄러웠죠.(웃음)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막 설레면서 좋았어요.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기보다는 좀 더 파고들어서 연기를 고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더 잘하고 싶더라고요.” 부족한 부분을 정면 돌파하다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런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이신영에게는 있으니까.
올해 벌써 시작이 좋다. 첫 장편 드라마로 얼굴과 이름을 널리 알렸고, 이제 그를 기다리는 팬들과 작품도 생겼다. 2020년 12월 31일에 이신영은 올해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요.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떨어진 배우 이신영은 별다른 흔들림 없이 계속해서 나아갈 거다. 그러니 이 배우의 얼굴과 이름을 다시 한번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앞으로 꽤 자주 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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