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사진가)
2019. 09 ‘Starlight’
작년 여름날, 야밤의 자동차 촬영 로케이션을 위해 빛이 하나도 없는 곳을 찾아달라고 했다. 기자는 밤 12시에 여주로 가자고 했다. 내 어시스턴트들은 빛 한 점 없는 곳에서 온갖 색의 조명을 휘둘렀다. 그에 맞추어 곤충 백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기이한 장관이 연출됐는데, 거기서 얻은 진실은 곤충들은 빨간 조명을 더 좋아한다는 거.
이우성(시인·미남컴퍼니 대표)
2015. 08 ‘이불의 모호함’
<아레나>에 있을 때 이불 작가를 두 번 인터뷰했다. 디올이 DDP에서 <에스프리 디올 - 디올 정신> 전시를 할 때 이불 작가랑 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디올에서 매체 인터뷰를 준비했고, 5분씩 준다고 했다.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라고 해서 보냈는데, 이불 선생님이 이 질문은 5분에 답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불 선생님이 작업실로 초대하신 거지.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작업실 천장에는 미완성 작품이 걸려 있었다. 여러 작업자들이 진지하게 작품을 바라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끝나고, 작업실 나올 때 선생님이 나를 보면서, ‘또 만나요’ 웃으면서 그러셨다. 그리고 1년 후에 또 만났고, 다시 인터뷰를 했다. 내가 아주 잘한 거 같다.
박지호(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 대표·현대카드 고문·대림문화재단 이사)
2009. 01 ‘A-Awards’
<아레나>의 상징과도 같은 에이어워즈의 현재 위상을 생각하면 상상이 잘 안 갈지도 모르지만, 1회와 2회 때까지만 해도 수상자 섭외가 정말 힘들었다. 하긴 매거진 한곳이 이제 막 신설한 시상식에 참여할 셀럽을 모으는 게 쉽다면 그게 더 이상할 터.
3회 때가 정말 중요했다. 앞으로 에이어워즈가 롱런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하는 행사. 12월에 진행되는 행사의 섭외를 9월부터 시작했다. 서울 전역을 휘젓고 다닌 것은 물론, 멀리 강원도 춘천과 화천까지 대여섯 번 이상 왕래해야 했다. 3개월간 각고의 노력 끝에 섭외를 다 마쳤지만 또 다른 난관이 불거졌다. 7명의 수상자를 인터뷰하는 중에 당시 피처팀과 같이 이동하는 차량이 교통사고가 나서 반파된 것. 그 무수한 난관을 딛고 표지는 완성되었고, 시상식은 성대히 끝났다. 나중에 편집장으로 무수히 많은 에이어워즈 시상식 무대에 섰지만, 가장 또렷이 기억나는 건 그 첫 출발점이었던 제3회 에이어워즈다.
김원중(모델)
2011. 12 ‘Black to Red’
신인 시절 작업했던 ‘Black to Red’ 화보가 기억에 남는다. 화보의 오프닝 페이지는 아니고, 다음 페이지쯤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턱을 잡고 있는 사진이 있다. 구체적으로 왜 이 사진이냐면, 처음 해외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만든 첫 번째 컴카드에 메인으로 사용했던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이상엽(사진가)
2014. 01 ‘Here&There’
2013년 겨울 메추리 섬으로 촬영을 떠났다. 프레임 속의 모델은 고요하다. 프레임 밖은 분주하다. 해는 떨어지고, 물은 차오른다. 양해를 구할 여유는 없다. 마지막 한 컷을 위해, 찍는 자는 낚는 자들을 피해 바쁘게 셔터를 누른다.
정소영(프리랜스 에디터)
2011. 01 ‘클래식 수트의 101가지 이야기’
클래식 무드가 점령하던 흐름에 맞춰 ‘블랙칼라 워커가 알아야 할 101가지 클래식 법칙’을 정리하면 어떨지 기획했고, 취재와 구성 과정 속에서 일은 점점 커져 단행본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단 20일의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어야 했기에 함께 일했던 동료 모두에게 나는 ‘단기 악마’였다. 1박 2일 밤을 꼬박 새워 촬영을 하며 스태프들과 함께 치맥을 했던 것, 도서관에 이틀을 처박혀 수트를 공부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제본을 모두 읽은 편집장님이 판권에 적힌 내 이름을 크고 굵게 키우신 것. 에디터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칼럼이다.
안성현(편집자)
2007. 01 ‘2006 A-Awards’
<아레나>를 2006년 2월에 창간했다. 그해 8월쯤이었나 보다. 신생 매체의 이미지를 뒤엎을 기획이 필요했던 우리는 ‘올해의 남성 시상식’을 하기로 했다. 지면으로 말고 진짜로. 조명 팍팍, 효과음 팍팍, 박수 팍팍! 우리가 직접 수상자를 정해서 그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자. 반대가 많았다. 일차적으론 섭외 문제, 그다음은 돈 문제. 아, 그반대던가? 하지만 해보기로 했다. 앞뒤 재다 보면 용기가 사라질 거다. 섭외 시작과 함께 돈 구하러 길을 나섰을 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0월 초였다. 아마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누가 포기하고 확 뻗어버리면 슬쩍 묻어갈 텐데… 으슬으슬 한기가 들었다. 그런데 돈이 구해졌다. ‘사회문화를 이끈 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은다’에 마음이 동한 브랜드를 만난 거다. 대관령에 첫 얼음 소식이 들리던 10월 말. 아우디, 아르마니, <아레나>는 동지가 됐다. 세 개의 이니셜 ‘A’가 뭉친 건 우연한 일이었다. 그게 신기해서 우리끼리 킬킬대며 시상식의 이름을 ‘에이어워즈’로 해버렸다. 돈이 구해졌고 이름도 정해졌다. 아, 이제 뒤돌아갈 수 없는 거다. 남은 섭외 문제는 오직 편집부의 몫. 코끝이 시리던 11월 하순의 새벽. 이런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김인식 감독이 섭외되었습니다.’ 휴, 다 이루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인 2006년 12월 11일, 첫 번째 에이어워즈가 있었다. 그러니까 첫 책이 나오고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신파 같지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곡절의 5개월이었다. ‘대체 <아레나>가 뭐요?’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받으며 영화사로, 야구장으로, 방송국으로 뛰어다녔던 날들. 그래서 제1회 에이어워즈 현장 스케치 기사를 보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징글맞게 흥분된다. 그때 <아레나>와 팀원들은 합주의 힘을 깨달았고, 끊임없이 당돌한 꿈을 꿀 에너지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기사가 좋다. 늘 새롭고 싶어 하는 <아레나>의 욕망이 보인다. 두근거린다.
성범수(<인디드> 편집장)
2012. 03 ‘La Dolce Vita’
2012년 3월호 커버다.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이너들이 한국에 왔고, 배우 정우성과 촬영을 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날이었는데, 왜 내 기억에 남았을까? 두 명의 디자이너가 촬영장에 차려놓은 음식 냄새를 부담스러워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임에도 예상보단 그리 까칠하지 않아서? 그냥 얼마 전까지, 배우 정우성이 SNS 프로필로 내가 기획하고 진행한 화보 사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얼마 전에 바꿨더라. 당시 프로젝트도 내 기억에서 서서히 잊히겠지?
이자경(디자인 에디터)
2012. 09 ‘Men’s Collection 2012 F/W’
매달 수많은 칼럼의 디자인을 맡았는데 곁다리 같은 부록이나 별책에 더 애착이 가는 건 왜일까. 9월호는 새로운 시즌과 뉴 아이템을 소개하느라 유독 정신없이 바쁘다. 2012년 9월에는 도시별로 F/W 시즌 컬렉션을 리뷰하는 북인북을 제작했다.
마감 막바지에 인쇄 사고가 크게 날 뻔했던 걸 아슬아슬하게 막아서 등골 서늘했던 칼럼이기도 하고.
박만현(스타일리스트)
2007. 09 ‘Style Nation’
<아레나> 에디터 시절 작업했던 칼럼과 화보들을 생각해보면 항상 이 촬영이 먼저 떠오른다. 홍루 실장과 작업한 수트 화보인데 13명의 모델 군단이 등장한다. 모델 여러 명을 단체로 촬영하는 화보가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그야말로 스펙터클. 새벽 2시 콜 타임에 집합했고, 45인승 관광버스를 대절해 여섯 곳의 장소를 이동하면서 꼬박 하루가 다가도록 찍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없어진 알파메일 페이지에서 이달의 B컷을 소개하는 에디터스 컷에도 이 화보를 올렸고, 그달의 컨트리뷰터로 촬영을 맡았던 홍루 실장을 얘기하면서 화보를 언급했다. ‘<아레나> 데스크의 심금을 울렸다고. ’ 다시 돌아봐도 정말 추억이다. 그땐 내가 미쳤지.
박재근(모델)
2014. 08 ‘Farewell’
여름밤 화보였다. 불빛만 남은 밤에 만나서 늦은 새벽이 될 때까지 촬영했다. 미리 구상했던 컷을 찍은 것들도 있지만, 이날은 즉흥적인 컷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딘가로 이동하다가 괜찮은 곳을 발견하면 그냥 내려서 찍고, 사진가 김참의 아이디어로 자동차 브레이크 등을 조명으로 쓴 컷도 있고. 이후에 책에 실린 사진들은 어쩐지 다른 분위기로 좋아서 더 기억에 남는다.
임한수(사진가)
2010. 11 ‘Man in the Dark’
양평 두물머리의 한 숲에서 찍은 화보다. 제목처럼 새카만 밤부터 해뜰 때까지 조명을 바꾸고 장소를 옮기면서 여러 스태프들이 고생하며 찍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전 작업인 줄은 알았지만 데이터를 찾다가 이게 벌써 10년 전 작업이라는 걸 알았다. 감회가 새롭다.
김현태(자영업)
2006. DUMMY ‘BCWs를 위한 시가 10’
때는 2006년, <아레나> 창간을 준비하면서 만든 더미 책에 실린 시가 기사다. <아레나> 독자들을 칭하는 블랙칼라 워커를 위한 시가 10가지를 소개했다. 사진은 전부 제품이 정직하게 보이는 ‘누끼’ 이미지로 촬영했다. 꽤 간단한 촬영이었고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수월하게 마쳤다. 그때까진 사진이 복병이 될 줄은 전혀 몰랐지. 편집장에게 최종 컨펌을 받는 단계에서 재촬영을 선고받았다. 이럴 수가. 모양도 크기도 별것 없는 시가를 다시 찍는다고? 결국 재촬영을 했고 다시 찍은 사진은 다행히 통과했다. 이 더미 기사는 나중에 발행한 지면에도 실려 진짜 블랙칼라 워커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탈락한 사진과 기사에 있는 사진들의 차이를.
이은혜(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2018. 06 ‘Somehow, Somewhere’
다시 봐도 손에 잡힐 것 같은 바다. 초여름에 찾은 오키나와는 이렇게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했다. 에디터팀인 최태경과 이경진, 사진엔 레스와 김선익, 모델 임지섭까지 모두 한 팀을 이뤄 함께한 이번 출장의 목적은 오키나와 올 로케이션으로 모델 화보와 아이템 촬영, 현지의 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칼럼 등 크고 작은 기사들을 만드는 것. 우리는 오키나와 현지 드라이버 대신 렌털 차량을 운전해서 이동했다. 오키나와 해변과 현지에서 섭외한 장소들을 함께 다니면서 단란한 추억을 많이 쌓았다. 오키나와 스토리를 시시콜콜 늘어놓지는 않겠다. 두고두고 이 책을 펼쳐 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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