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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FTA를 타고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걸쳐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한미 FTA 협상 체결을 패션 분야라고 해서 강 건너 불구경할 순 없다. `그렇다면,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질까?`이 질문에 대한 학자의 학문적 접근과 실무자의 실용적 답변을 들어봤다. <br><br>[2007년 6월호]

UpdatedOn May 20, 2007

Photography 김지태 Assitant 문한얼 Editor 김현태

수입품을 싸게 살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기 위해 거리를 점령하고 단식을 하며 분신 자살까지 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주요 쟁점이 되는 농·축산을 떠나 우리(여기서 ‘우리’라 함은 패션에 죽고 사는 이들)에겐 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는 희소식이 있다. 의류 분야의 관세가 철폐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수많은 브랜드를 좀 더 쉽고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두리정’이나 ‘리처드 채’ 같은 브랜드는 디자이너가 한국인임에도 미국 출신이라 오히려 역수입하여 같은 민족으로서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어 억울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저렴하게 그네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Zac Posen, Peter Som, Derek Lam, 3.1 Phillip Lim’ 등은 앞서 가는 트렌드세터들의 레이더망에 걸린 재능 있는 미국 출신 디자이너다. 그동안 롯데 에비뉴엘의 ‘엘리든’ 이나 ‘분더샵’ 그리고 여러 멀티숍을 통해 안 그래도 고가에 관세까지 더한 가격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해왔다. 좀 더 영악한 소비자들은 Net-a-porter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결제를 해보지만 결국 관세로 국내 매장과 별 차이 없는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는 점과 사이즈 교환이나 환불할 경우에는 배송료도 본인 부담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 그쳤었다. 이런 상황에서 FTA 협상 체결은 트렌드세터들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본격적으로 FTA가 발효되면 ‘폴로와 게스’ 같은 미국의 대중 브랜드는 적어도 가격 면에선 국내 내셔널 브랜드 정도로 친근해질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미국 브랜드라고 모두 관세가 철폐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갭’이나 ‘바나나 리퍼블릭’ 같은 경우 그들의 태생은 미국일지라도 그들이 자란 곳, 즉 생산지는 인도, 중국 등 제 3세계라는 것. 결국 지금과 동일하게 관세가 붙는다.
반대로 이번 FTA 체결에 따라 중국·베트남 등에서 섬유를 수입하던 미국 바이어의 약 55%가 수입선을 한국으로 전환활 것이라는 소식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45%가 한국산 의류 수입을 10%까지, 응답자의 27%는 50% 이상까지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패션 업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트렌디하고 독특한 상품들을 기획 개발함에 따라 패션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일명 ‘짝퉁’이라 불리는 카피 제품들이 근절되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롯데백화점 해외 명품팀 Chief MD 신용호>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한미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된 이후 섬유·패션 의류 산업이 가장 큰 수혜 산업으로 부각되었다. 우선 한미 FTA 체결이 패션 의류 산업에 미치는 가장 큰 효과는 대미 수출 시장에서 관세 철폐로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 의류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8%에서 2006년 1.3%로 급감하였다. 이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후발 개도국의 값싼 노동력과 미국, EU 등의 쿼터 폐지 때문이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한국 패션 산업에 있어 이번 협상 타결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의하면, 2006년 미국의 수입 금액을 기준으로 한 국산 수출 의류 제품의 62.6%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5년 내에 철폐되는 품목까지 포함한다면 이 비중은 83.1%로 확대된다. 더구나 즉시 관세가 없어지는 62.6%의 의류 제품에 대해서는 가중 평균 과세 15.8% 만큼의 가격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제 3세계 의류 제품과 비교해서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더 낮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전체 의류 제품을 말하는 것이고, 전체 의류 수출량의 57.9%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 품목인 화학섬유 의류의 경우만 따지고 보면 가격 인하 혜택은 더욱 커진다.
한편 한미 FTA의 협상 결과 섬유 원산지 규정으로 원사 기준의 적용을 받게 된다. 원칙적 특혜 관세 대상인 미국의 ‘얀 포워드’(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 방식)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원사부터 국산 제품을 써야 한다. 그와 더불어 미국산 원사를 사용할 경우에도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유일한 원사 기준 예외 품목으로는 여성 합성섬유 재킷 및 남성 화학섬유 직물 셔츠가 있다. ‘얀 포워드’를 바라보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이 우리의 수출을 가로막기엔 그 영향이 미미하다. 조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에 수출한 의류품의 약 80%가 이 조항을 만족시킨다고 한다. 정작 이 규정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 3국산 섬유가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유통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또한 우리 섬유 업체들의 원산지 입증 관련 정보를 취합해 미국 세관에 제공해야 한다. 즉 우회 수출 방지를 위해 사전 고지 없는 공동 실사, 한국 세관이 섬유 수출품의 원산지를 미리 검증하는 원산지 간접 검증 등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한미 FTA의 체결은 국내 섬유 산업의 대미 수출 및 생산 구조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철폐에 따른 단기 관세 인하 효과가 예상되기도 하지만 대미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산 및 미국산 원사를 사용하여야 하며, 원산지 입증 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는 행정 절차상의 의무 조항도 수반된다.
한미 FTA는 이미 체결되었다.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이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할 때다. 관세 인하에 따른 단기 효과에 안주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국과 물량 중심의 가격 경쟁을 피하고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패션 의류 제품의 고기능화, 차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원사 기준의 원산지 규정과 우회 수출 방지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한국산 원사나 직물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 연구원 섬유·패션 부문 연구위원 이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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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김지태
Assitant 문한얼
Editor 김현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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