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청 일찍 일어났다며? 매니저에게 들었다.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화보 촬영을 한다고 하니까 무슨 일인가 싶었지. 난 아침에 잘 붓는 편이거든.
자연광 아래서 찍고 싶었다. 그 모습이 무척 예쁠 것 같아서 어떤가? 오늘 촬영처럼 소유의 인생에도 햇빛이 들어오고 있나?
글쎄, 지난해는 애매하게 바빴다. 처지는 감이 있었다. 차라리 바쁠 때 확 바쁘고 쉴 때 팍 쉬는 게 좋다. 작년에는 서핑이라는 새로운 취미에 빠져 행복한 여름을 보냈다. 올해는 서핑을 못해도 좋으니 더 바쁘고 싶다.
SNS에서 봤다. 서핑 실력이 선수급이던걸. 근데 작년이 처음이었다고?
그동안 몇 번 파도 맛을 본 적은 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며칠씩 강원도에 머물며 배운 건 그때가 처음이다. 29년 만에 처음 생긴 취미다.
서핑의 매력이 뭔가?
원래 물을 좋아한다. 바다에 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들어서 좋다. 파도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하는데 좋은 파도를 놓치면 뭔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파도와 나’밖에 없는 느낌이다. 사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기도 하고.
흔히 서핑은 인생과 비슷하다던데.
기다림의 연속이다. ‘저 파도를 타야지’ 했는데 놓치는 순간, 더 좋은 파도가 오기도 하거든. 인생도 마찬가지다.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참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으니까.
지금 무언가를 참고 기다리는 중인가?
기다리기보다는 이제 많이 내려놓았다. 급급한 마음은 없어졌다. 그래서 작년에 음악을 많이 발표했다. 예전에는 음악을 내면 기사도 많이 보도되고 음원 순위도 높았다면 이제는 ‘응? 소유 음악이 나왔어?’ 이런 반응이다.
본인도 그렇게 느꼈다니, 근데 음원 시장이 많이 변했다.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고.
그것과는 별개다. 팬들과 SNS 라이브를 하거나 같은 분야 사람들을 만나면 늘 물어본다. ‘노래 언제 나와요?’ 난 이미 냈는데! 2년 전부터 음원 순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요즘 음원 사재기, 순위 조작으로도 시끄러운데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대중의 취향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야 하는 건지,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한다는 건 결국 순위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일련의 고민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데 2년이 걸린 듯하다.
<무소유>를 지은 법정 스님을 인터뷰하는 기분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썸’이라는 노래가 히트한 후부터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이것보다 더 좋은 노래가 나와야 하는데’ ‘다음 곡이 안 되면 어떡하지?’ 등. 근데 어떻게 활동할 때마다 1위를 하겠나. ‘썸’은 노래가 좋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주제인 데다 운까지 따라준 곡이다.
‘썸’ 이후 수많은 곡 작업, 피처링 제안이 쏟아졌을 것 같다. 협업 가수, 곡 선정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끌리는 지점은 무엇인가?
목소리가 특이한 가수, 색깔이 강한 뮤지션, ‘저 사람과 노래하면 어떨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곡은 내가 자주 듣는 음악 장르거나 가사가 좋거나, 도입부가 정말 끝내주거나. 사실 3번 정도 들었을 때 좋으면 무조건 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는 안 하나? 물론 소속사 계정으로는 브이로그가 몇 개 올라와 있긴 한데, 다른 일상도 궁금하다.
팬들도 원하고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물어본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어떤 콘텐츠로 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왔다.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서 구독과 좋아요를 외친다.
유튜브를 하고 싶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첫 번째는 팬과의 소통. 두 번째는 내가 너무 집에만 있다 보니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누구보다 외향적이고 돌아다닐 것 같은데 집순이라니.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간단한 이유는 만날 사람이 없다.(웃음) 평일에 일반인 친구들은 다 출근한다. 퇴근 후 결혼한 친구는 집으로 가고 미혼 친구는 남자친구 만나러 간다. 난 이성 친구가 많은데 그들은 거의 다 군대에 있다. 연예인 친구들은 해외에 있고 방송하느라 바쁘고. 그들이 한가해지면 내가 바쁘고. 그러다 보니 집순이가 됐다.
집의 매력이 있다면?
딱히 없다. 편한 거. 그게 전부지. 누워서 TV 보고 책 읽고….(웃음) 그래서 지금 방영하는 드라마를 거의 모두 섭렵했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즌 3도 봤고, <위쳐>도 다 봤고. 요즘은 <프렌즈>를 정주행하고 있다.
새로운 드라마를 추천해줘야 하나?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나 외로워. 힘들어’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팀 해체 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늘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없어지니까 공허하기도 했고.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만 이런 거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니까.
왠지 외향적이고 마당발에 매일 약속이 있을 것 같은데 의외다. 대중이 생각하는 소유, 인간 강지현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많다.
눈치도 많이 본다. 매우 조심스럽다. 예능에서는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재치 있게 말하고 싶었다. 솔직한 모습이 누군가에겐 버릇없어 보인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점점 소심해졌다. 해가 갈수록 재미없어지는 느낌이다.
눈치를 본다는 건 그만큼 나이를 먹었고 성숙한 어른이 됐다는 반증이 아닐까?
맞다. 옛날에는 어렸으니까 더 편하게 말하고 당당했다. 또 그걸 이해해주는 분위기였으니. 근데 나는 성숙해지고 싶지 않은데.(웃음) 철들고 싶지도 않고.
충분히 철든 것처럼 보인다. 어느새 나이의 앞자리도 3이 되었고. 서른으로 살아본 며칠은 어땠나?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그럼 더 안정감이 생기겠지’ ‘무언가를 선택할 때 더 확실한 기준이 생기겠지’ 하는 마음에서. 근데 똑같다. 바뀐 게 하나도 없던걸.
어렸을 때 소유가 생각한 어른의 모습은 어땠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점점 많아지는 게 어른 아닐까? 어릴 때는 ‘외로워’를 입에 달고 살았다면 ‘어른이 되면 누구나 외롭지’ 하며 의연해지는 것처럼.
그래서 어른이 되었나?
후배나 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있다. 사실 나도 멘털이 약한 편이고 그들에게 조언을 해줄 입장도 아니다. 단지 내가 겪은 걸 이야기해줄 뿐이다. “힘내!”라는 말도 안 한다. 힘이 안 나는데 어떻게 힘을 내나. “참아”라는 말도. 마음껏 표현하고 살아야지. 참으면 병 되더라.
그럼 어떤 조언을 해주나?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후배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털어놓던가?
악플이지. 작년에 가슴 아픈 일도 많았고. 악플 문화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못생겼다’ 이런 댓글은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겪은 것처럼 말하는 댓글들. 큰 상처가 된다. 그러니까 더 바쁘고 싶고, 취미로 행복한 경험을 쌓아서 잊고 싶은 거다.
2019년을 누구보다 꽉 채워 보낸 연예인 중 한 명일 텐데.
바빴다. <더 콜>이라는 음악 예능도 했고, <썸바이벌>이라는 연애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다양한 협업 앨범도 내고, 연말에는 <때빼고 광내고>라는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연기도 했다.
첫 시작이 주연이 아니라서, 그리고 미니시리즈가 아니어서 좋았다. 물론 연기도 괜찮았고.
연기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가수 이미지가 강하고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넘보지 못한 분야였다. ‘배우, 스태프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우려도 있었고.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역할 자체가 굉장히 작았기에 ‘내 연기가 불편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작은 배역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을 생각이다. 물론 노래도 계속 부르고. 난 죽을 때까지 노래할 거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단막극에 작은 배역이라 큰 반응이나 피드백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생각보다 괜찮던데?”
하하. 댓글도 그랬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촬영장에서도 신인처럼 바짝 긴장했고. 누군가 나를 찾으면 “네! 저 여기 있습니다!” 하면서 달려가고. 현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오나?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많이 냈다니까?(웃음) 올해 초 발매를 목표로 앨범을 준비 중인데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바는 없다.
인터뷰를 열린 결말로 남겨두는 게 <인셉션>급이다. 2020년 소소한 목표가 있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기. 그래야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줄 테니까. 아, 이번 크리스마스는 꼭 좋은 사람들과 보내고 싶다. 내 마지막 20대를 기념하며, 아직 만으로는 29세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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