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The new GRANDEUR
전장 4,990mm 전폭 1,875mm 전고 1,470mm 축거 2,885mm 공차중량 1,660kg 엔진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 배기량 3,342cc 최고출력 290hp 최대토크 35.0kg·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복합연비 9.7km/L 가격 3천5백78만원
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① 잔인한 부분 변경
자동차 업계에는 ‘변경 주기’라는 게 있다. 신차가 나오면 3년 정도 지나 부분 변경을 하고, 또 3년 뒤 전체를 다 바꾸는 풀체인지를 한다. 그랜저가 나온 지 3년이 됐다. 그래서 부분 변경을 했는데, 너무 많이 바꿨다. 통상 앞뒤 범퍼와 램프류 정도를 바꿔 새로움을 ‘살짝’ 주지만, 그랜저는 앞문짝 두 개 빼고 다 바꿨다. 너무 많이 바꿔서 ‘부분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모델과 완전 딴판이다. 앞과 뒤가 다른 건 물론이고, 앞뒤 바퀴 사이 길이를 4cm나 늘리면서 뒷좌석 공간이 4cm 늘어났다. 부분 변경할 때 실내는 대부분 거의 손을 안 대는데 이번엔 실내도 대폭 바꿔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냈다. 기존 그랜저 오너들은 ‘이게 무슨 부분 변경이냐’며 볼멘소리다. 반면 기존 그랜저 오너를 제외한 다수는 이번 변경을 반기는 분위기다. 전에 없이 새롭고, 예상보다 고급스러워지면서 그랜저의 가치를 살짝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
② 엔진도 그대로가 아냐
부분 변경답지 않게 겉과 속은 왕창 바꿨지만, 엔진은 거의 그대로다. 기존 2.4L 가솔린 엔진이 2.5L 엔진으로 바뀌었지만, 이미 기아 K7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3.3L와 하이브리드 모델도 기존 동력계를 그대로 썼는데, 그냥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많이 만진 느낌이다. 기존보다 한결 매끄러워지고 똘똘해졌다. 특히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돌아가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두 동력계 간의 조화가 더욱 완벽해졌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간의 진동과 약간의 소음, 약간의 예민한 동작 등이 있었지만,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시종일관 매끈하게 달렸다. 주행감이나 승차감도 여러 방향으로 만진 느낌이다. 기존보다 약간 부드러워지면서 코너링도 잘 받쳐주도록 진화했다. 현대자동차는 요즈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
③ 그랜저는 성공?
1986년에 처음 나온 그랜저는 성공의 상징이었다. 당시 가격이 2천만원 정도로 아파트 한 채 값이었으니, 성공을 하지 않고는 그랜저를 살 수 없었다. 반면 지금 그랜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다. 매월 1만 대가 팔리면서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의 발이 됐다. 성공한 사람들이 제네시스나 수입차를 타면서, 그랜저는 그냥 그렇고 그런 차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그랜저에 다시 성공을 집어넣으려 한다. 광고를 통해 젊은 성공의 이미지를 넣으려 하지만, 약간 무리수로 보인다. 디자인을 젊게 하면서 고급 소재도 아끼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는 성공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차가 많다. 신형 그랜저는 매우 잘 만든 차다. 동급 일본 차를 역전한 듯하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일본보다 힘차고 매끈해졌다. 새 차 상태에서는 동급의 어떤 차와 겨뤄도 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길 것 같은 각종 버그가 마음에 걸린다. 품질만 깔끔하게 다지면 세계적인 명차가 될 듯하니, 부디 신형 그랜저에서는 이상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
+FOR 4천만원에 이렇게 널찍하고 조용하게 달리는 차 흔치 않아.
+AGAINST 흔해도 너무 흔하다. 신형은 디자인이 튀어서 더 흔해 보일 것 같다.
고정식 <모터트렌드> 디지털 디렉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조사하느라 시간 다 보내는 ‘문송한’ 자동차 기자.
① 끌리진 않아
흥미롭지만 끌리지 않는다. 신형 그랜저의 외모를 본 내 솔직한 소감이다. 발표 행사에서 베일을 벗은 실물을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떡해’라고 내뱉었다. 당시 내 옆에 있던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게 ‘네?’라고 물었는데, 난 예의상이라도 괜찮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멋쩍게 웃어버렸다. 새로 나온 그랜저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자동차의 세대 변경 주기가 보통 6~8년인데, 이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에 이런저런 부분을 소소하게 개선해 일종의 개정판을 낸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완전 변경 수준으로 부분 변경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의 아반떼, 올해의 그랜저가 그렇다. 달라진 외모만 보면 둘 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랜저가 파격적일 수 있었던 건 구매층의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파격이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은지 모르겠다. 시대를 앞서간다거나 시류를 이끈다거나 하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다. 몇 년 전 꽤 좋아한 노래 제목이 생각난다.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
② 확실히 좋다
시승한 모델은 3.3L 가솔린 엔진을 품은 그랜저 3.3이었다. 신형 엔진은 2.5L 가솔린이었지만, 이 엔진의 성향이 그리 호쾌하지 않아 시승 행사에서는 3.3L 모델만 제공한 듯했다. 엔진이란 자고로 연료를 실린더 안에 직접 분사해야 더 큰 힘을 낸다. 이게 바로 직분사다. 그랜저에 들어간 V6 3.3L 가솔린 엔진이 직분사 방식이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kg·m를 발휘하는데 꽤 강력하다. 언제든 넉넉한 힘을 발휘해 가뿐하게 가속한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 올려도 출력 저하가 크지 않은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미 충분히 검증받은 엔진답다. 반면 승차감은 꽤 부드럽다. 부분 변경 이전보다 살짝 단단하지만 여전히 말랑하다. 외모만 파격적일 뿐 주행감은 전형적이다. 스포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려하거나 세련된 감각이 없다. 현대자동차 웹사이트 그랜저 페이지를 접속하면 실제 ‘퍼포먼스’ 항목의 내용이 가장 짧다. 할 말이 없을 거다. 한 게 별로 없으니. 어쩐지. 한동안 자동차의 본질을 이야기하더니만, 언젠가부터 쏙 들어갔더라. ★★★
③ 기술을 통한 진보
그랜저의 완전 변경급 부분 변경에서 칭찬받을 부분이 있다면 바로 실내다. 종전에도 충분히 만족스럽던 실내를 훨씬 더 고급스럽게 매만졌다.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색상의 구성과 조화, 소재의 선택과 배치까지 모든 부분에서 격을 높였다. 버튼과 토글 스위치, 터치스크린을 함께 사용한 공조장치 제어부도 만족스럽다. 디스플레이 원가가 뚝 떨어지면서 자동차 회사에서도 디스플레이 사용을 대폭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버튼이나 다이얼의 고급스러움을 디지털은 아직 대체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으로 나선 그랜저이기에 이런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 뒷좌석 만족도도 상당하다. 휠베이스가 4cm 길어지면서 공간이 더 넓어졌다. 여기에 스웨이드로 만들어 따뜻하고 보드라운 목베개까지 더했다. 한껏 대접받는 기분이다. ★★★
+FOR 고급스러운 실내가 탐난다면.
+AGAINST 이상야릇한 외모가 별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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