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뉴요커에게 식물 키우기를 권하는 브랜드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브랜드, 식물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어느 날 뉴욕에 플랜트보이스가 등장했다. 새로운 보이 밴드 이름 같지만, 이들은 지금 뉴요커의 일상 대화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회사인 루티드(Rooted)를 공동 창업한 한국계 미국인 라이언 리와 케이 킴을 가리킨다.
루티드는 식물을 판다. 자신들이 살던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식물을 팔기 시작했는데, 파티를 열고 지인을 초대해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 가꾸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알음알음 플랜트보이스로 불렸다. 이후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한 창고를 개조해 매장을 열었고, 1년 동안 큰 성장세를 보이며 맨해튼으로 진출했다. 차이나타운 중심부에 매장을 연 루티드는 뉴욕에서 가장 건강한 식물들을 판매한다.
루티드는 지금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식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트너 묘목장(원예장)에서 직접 기른 아름답고 건강한 식물을 소비자의 문 앞에 보내고 있다. 물론 흙에 심은 식물 자체를 박스로 배송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행착오도 겪는다. 기존 네모난 박스 포장에서 한 단계 진화한 화구통 모양의 패키지를 만들어 개선할 계획이다. 패키지는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단순히 식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일까? 루티드는 조금 특이하다. 직접 옷을 고르듯 상품 페이지의 사진과 설명들을 읽으며 원하는 식물을 골라도 좋지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식물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지, 방에 햇빛은 얼마나 들어오는지 등에 대답을 하면 나에게 맞는 식물을 보여준다.
질문도 예사롭지 않은데, 방에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가 하는 질문의 객관식 답에 ‘던전 수준’이라든가, 애완동물이 있는가 하는 질문의 답에는 ‘나 자신을 감당하기도 힘들다’라는 묘사도 루티드의 색을 보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좋아하는 식물이 선정되면, 제인, 올리비아라는 이름의 식물들이 등장하는데, 마치 데이팅 앱을 연상시킨다. 루티드에서는 어려운 식물 종의 이름 대신, 식물 하나하나에 사람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고무나무’인 피쿠스 엘라스티카(Ficus Elastica)종은 레오(Leo)라는 이름으로, ‘기도하는 식물’이 별칭인 마란타 류코뉴라(Maranta Leuconeura)종은 가브리엘(Gabriel)이라 부른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실비아와 함께 브라질 열대 지역에서 왔고, 달빛 아래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상세 설명도 남다르다. 얼마만큼의 햇빛이 필요한지, 얼마나 자주 목욕을 시켜줘야 하는지(물을 준다는 의미), 애완동물과 함께 살면 해로운지, 혼자 두고 긴 여행을 다녀와도 되는지,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만큼 신경을 안 써줘도 되는지 등 애완동물 입양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루티드는 식물 구입을 ‘감정적인 구매’와 ‘예술을 사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식물에게 이름과 성별을 부여하기를 권한다. 식물에게 인격과 개성을 입히고,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 연구를 통해 식물과 나누는 좋은 대화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하지만,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루티드는 식물과 대화가 통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킵고잉해보길 권한다. 이젠 식물과 사랑해도 된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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