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상우는 액션 영화를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올해 선보인 <신의 한 수: 귀수편>은 필모그래피에서 꽤 굵직한 선을 하나 그은 듯한 느낌이다.
액션은 언제나 하고 싶었던 장르다. <말죽거리 잔혹사> <야수> 등 이후 코미디 장르에 머물다 꽤 돌아와서 하게 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영화였다. 신인의 자세로 준비하게 된 작품. 노력도 더 많이 했다. 영화 관계자에게는 인정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하지만 흥행 스코어가 조금 아쉽다. 완벽한 한 획을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보다는 좀 더 높아야 좋았을 텐데.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영화 속과 같은 몸매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몸만 봐도 권상우가 얼마나 영화를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힘들었다. 영화라는 작업은 사실 로케이션 촬영 등이 있을 때 일과 후 감독, 배우, 스태프들이 한데 어우러져 술 한잔하는 것에서 굉장한 재미를 얻는다. 하지만 난 지방에 가더라도 매니저 동생에게 “이 동네에 헬스장은 어디 있니?”라고 물어야 했다. 게다가 고구마를 삶아 먹고 그랬다. 하하. 금욕적인 마인드로 임했다. 그게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게 아니라. 하하.
흥행이 좀 아쉽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바랐나?
3백만 관객 이상? 왜냐하면 전편은 뛰어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재미있다고 말했고, 나 역시 꽤 흥미롭게 보았다. 물론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이기도 하고.
맞다. 굉장히 과감한 시도였다. 신인 감독님이긴 했지만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스핀오프 버전으로서는 박수 받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두번할까요>와 <신의 한 수: 귀수편>으로 2019년을 마무리했다. 올 한 해, 권상우에게는 어떤 나날이었나?
올해 촬영한 작품 <히트맨>이 2020년 1월에 개봉한다. 어찌됐든 2019년은 권상우라는 배우가 다시금 ‘영화판’에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온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맞는 말인 듯하다. 왜냐하면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우리에게 아주 친근하게 다가온 건 꽤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해외 활동, 드라마 등을 오가니 아무래도 좋은 영화를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겉도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시간도 있었다. 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배우의 꿈을 꿨던 사람이다. 이제는 진짜 좋은 작품으로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고, 또 그 덕에 풍년을 위해 좋은 씨앗을 잘 뿌린 한 해라고 믿는다. 2020년부터는 내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권상우가 액션도 좋지만 코미디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탐정> 시리즈를 보면서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곧 개봉 예정인 <히트맨>이 권상우라는 배우의 A와 B를 모두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액션과 코미디를 가미한 작품인데, 액션은 <신의 한 수: 귀수편>보다 세고, 웃음도 많다. 그렇기에 내가 잘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편 안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실 기대도 많이 된다.
멋지고 잘생긴 남자가 화려한 액션과 위트를 겸비했다는 건 축복일 테니, 앞으로 더 잘될 거다.
사실 잘생기고, 멋진 배우는 주변에 아주 많다. 내가 그리 빛나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사실 어릴 때는 작품을 고를 만한 여유도 없었고. 되려 나를 선택해준 작품 속에서 최대한 열심히 할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더 커졌다. 이제야 뭔가를 조금 알 것 같은데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다. 이 시간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쫓긴다는 말이다. 스스로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강한 액션도 해보고 싶고 그렇다. 사실 마음이 조금 급하다. 하하.
내 앞에 있는 권상우는 십수 년 전에 만난 권상우와 굉장히 다르다. 더 고풍스러워졌고, 더 유머러스해진 것 같다.
어릴 때는 남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서 그리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1인 기획사를 운영하다 보니 나를 찾아주는 작품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깨닫게 됐다. 현장에서 내가 꿈꾸어왔던 일을 하고, 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열심히 움직여주는 것.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걸 깨달은 순간부터는 모든 게 재미있어졌다.
그래서일까? 결혼 이후 가장이자 아버지가 된 권상우는 더 멋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가족이 없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는… 모든 아빠가 그럴 거다.
아빠가 먼저 세상을 뜨면 안 된다.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치열하게 살고, 좋은 작품도 남기고 싶다. 아들이 극장 앞을 지나다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이제 아이도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자부심도 느낀다. 이런 아빠의 모습을 아들이 클 때까지 유지하고 싶은 게 내 목표다.
올해 에이어워즈가 14번째인데, 그간 권상우가 한 번도 수상하지 않았더라. 어떤가?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의외로 그런 순간이 많지 않았다. 매거진이 발행되면 제일 먼저 아들한테 보여줄 거다. 2019년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좋은 추억을 선사해줘서 고맙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 같아서 좋다. 2020년에는 <아레나>와 좀 더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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