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촬영한 ‘쇄빙선’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1백만 뷰를 찍었다.
지조 갈까 말까 하다 갔다. 빙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머릿속에 떠오른 지역이 알래스카였다. 그런데 알래스카는 비자가 필요하다. 웃긴 건 래원과 리뷰어 모두 비자는커녕 여권도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일단 여권부터 만들었다. 비자 없이도 여행 가능한 곳이 뉴질랜드였다. 당시엔 그랬다. 우리가 다녀온 직후, 비자가 필요한 상태가 됐다.
갈까 말까는 왜 했나?
지조 ‘오바’인가 아닌가 생각하느라. 이미 ‘쇄빙선’에 대한 관심이 뜨뜻미지근했거든. 고민 좀 하다가 그래도 가보자 해서 떠난 거다. 경유 2번 해서, 23시간 정도 걸렸다.
<쇼미더머니 8(이하 쇼미 8)>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리뷰어 열심히 커피 만들고 있었다.
래원 그사이에 앨범을 냈다.
지조 나도 작은 거 하나 내려고 하다가, 앨범 단위로 발매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미뤘다. 앨범 작업도 이제는 내가 할 부분 끝냈고 피처링 추가하고 조금 다듬으면 된다.
어쨌든 지조의 탈락을 두고는 말이 많았다.
지조 에이 나쁜 놈들.(웃음) 농담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달리기 기록처럼 객관적인 수치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경연 프로그램의 경쟁은. 취향이 갈릴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나는 <쇼미 8>에서 뭔가 만들고 싶었으니까. 탈락하던 당시에는 스트레스 좀 받았지. 너무 일찍 떨어졌는데. 개망신이다.
원래의 목표는 뭐였나?
지조 1차 무반주, 2차 불구덩이까지만 살아남자. 원래는 소화기 들고 가려고 했다. 웃기기라도 하려고. 웃겨서 예능 방송에라도 나가려고.(웃음) 그런데 솔직히 너무 떨려서 소화기고 뭐고 눈에 안 보이더라. 한 번만 더 올라가면 더욱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떨어진 거지.
그래도 <쇼미 8>이 남긴 건 오직 ‘쇄빙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쇼미 8>의 최대 수혜자로 ‘쇄빙선’ 팀을 꼽는다. 본인들 생각은 어떤가?
지조 나는 혜택을 받은 게 없는 것 같은데. 래원과 리뷰어는? 있지 않아? 얘기 좀 해봐. 형이 많이 응원해줬잖아. 그리고 이 팀도 내가 결성해줬잖아. “저랑 할래요?” 해가지고. 김밥 꽁지처럼 남아 있을 때 말이지. 디보랑 스웨이디, 짱유, 릴타치 등이 함께했는데 걔네가 앞에 있어서 이 둘이 남더라고. 그래서 내가 우리끼리 하자고 했지.
래원 ‘쇄빙선’ 팀의 탄생 비화다. 수혜라… 우리 곡 이름이 뭐지? ‘쇄빙선’이지. 쇄빙선. 수애빙선. 수혜빙선. 하하. 나는 솔직히 쇄빙선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쇄빙선이 없었으면 나는 그냥 편집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방송이 그렇다. 뭔가 없으면 통편집이다. 분명히 경연 때 있었는데 방송에 안 나오는 사람들이 90%다. 임팩트가 없으면 아예 조명받을 수 없다.
‘쇄빙선’ 팀이 <쇼미 8>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사실이다.
지조 맞다. 그건 사실이다. 재미 하면 우리였지. 내가 수도 없이 말했지만 음악은 ‘Fun’이다. 음악인데, 즐겨야지. 음악이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래원 이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지조 형의 좌우명이다.
셋이 함께 있으면 지조의 가치관이나 좌우명에 래원과 리뷰어가 끌려가는 건 아닌가? 지금도 지조가 말하는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은데.
지조 억지로 끌고 간다, 내가. 하하.
리뷰어 반대하면 개인 면담 시간 가져야 한다.
지조 (리뷰어에게) 나도 면담하기 싫어. 나도 시간 없어.
래원 근데 사실 우리는 뭐든 즐겁게 이야기하는 편이라, 진지한 말은 거의 안 한다.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만 한다.
리뷰어 지조 형님이 워낙 잘 받아주고. 서로 의견 대립될 일도 없었다.
‘쇄빙선’ 싱글 음원 녹음할 때도? 의견이 달라 부딪친 적 없나?
리뷰어 지조 형님이 내 랩의 배치를 바꿔보자고 했다. 예를 들면 16마디인 랩을 뒤의 8마디는 앞으로 넣고, 앞의 8마디를 뒤로 보내는 식이다. 지조 형님이 그렇게 바꾸면 멋있을 것 같다고 해서 바꿔봤는데….
래원 진짜 좋았다.
혹시 셋이 영혼의 단짝인 거 아닌가? 이제 보니 잘 맞는 사람들끼리 뭉친 것 같은데.
리뷰어 그게 지금까지 우리를 있게 한 이유인 것 같다. 오. 이 말 좀 멋있는 것 같네.
<쇼미 8>에서 경쟁하던 래퍼 중 가장 자극이 되었던 건 누구였나?
래원 짱유.
지조 유자가 그렇던데. 물론 실수해서 떨어지긴 했지만.
리뷰어 나는 영비님. 늘 그의 랩에 타격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더라.
래원 아, 그리고 서동현. 1차 때부터 내 옆에 있었거든. 1차 때 나는 버벌진트 형님 쪽에서 떨어지고, 서동현은 붙었거든. 버벌진트 형님이 내 것은 한 4~5초쯤 들었는데 서동현 것은 계속 듣더라.
서동현은 AOMG에 들어갔지?
지조 (래원에게) 서동현이 부럽지는 않았나?
래원 전혀 부럽지 않다. 나는 가치관이 뚜렷하거든. 솔직히 저스트 뮤직이나 AOMG 같은 데 들어가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공연하고 회사 스케줄에 치이면서 살지 않을까?
쫓기듯 바쁘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건가?
래원 시작부터 대단하게 치고 나가고 싶지 않다. 천천히 음악 하는 게 꿈이다. 언젠가 김하온의 인터뷰를 봤는데, 이렇게 말하더라. 정확한 문장은 생각이 안 나지만. 시간이 없다 보니 음악을 그냥 일로만 하게 된다고. 음악이 그냥 스케줄이 되어버리고 피처링 참여 같은 걸 약속된 시간에 맞춰서 마무리짓는 식으로 하다 보니, 이제는 음악이 재미없더라는 이야기였다. 그걸 읽고 엄청 생각이 많았다.
회사 등 외부 요인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잘되면, 잘나가면, 할 일이 많아지고 음악을 그저 스케줄로 봐야 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거다.
래원 그게 만약 커리어의 정점이라면, 나는 다 늙어갈 때 찍고 싶다, 그 정점을.
지조 그땐 불러주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래원 뭐, 어쨌든 나는 어린 나이에 <고등래퍼>에서 우승하는 사람이 딱히 부럽지 않더라.
처음 음악 시작할 때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
래원 (동석한 베이식을 바라보며) 베이식? 하하. 어쨌든 ‘쇄빙선’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내가 그리 다르지 않은 지금이 좋다. 우리는 아직도 옛날처럼 작업하고 있거든. 이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맞지?
지조 너의 생각인데 나에게 허락을 맡고 있으면… 뭐 네 생각이 맞겠지.(웃음)
래원 나만의 템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조 <쇼미더머니> 시즌 2 하고 나서 느꼈다. 방송 이후 다음 단계가 어렵다. 사람들은 이런 거 금방 잊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우리에 대해 잘한다고 느끼기보다 실망할 거다. 이 다음엔 뭘 하든 실망시키기 딱 좋다. 그래도 <쇼미더머니>에 몇천 명이 달려드는데, 이 정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조는 원래 경쟁에 초연한가?
지조 아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기다리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 내가 왜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싶고. 그런데 진짜 좋아하는 걸 하려면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싫은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 아닌가. 유명해지고 싶고 내 음악 알리고 싶다면서 집에서 편하게 좋아하는 일만 하면 뭐가 달라지나.
음악 인생이 <쇼미 8>로 끝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제 다시 시작이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래원 일관되게, 점진적인 발전을 꿈꿀 것이다.
리뷰어 나는 앨범 단위의 작업도 꾸준히 해서 명반 하나쯤 꼭 만들고 싶다. 인생의 목표다.
지조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유쾌하게. 잘 안 풀려서 낑낑대는 순간도 많겠지만 그런 것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돈 벌려고 음악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 버는 게 재미있으면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재미없게 하는 건 안 된다. 재미없어지는 순간 음악인의 생명은 끝나는 거다.
재미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래원과 리뷰어는 어떤가? 지금 두 사람에게 음악은 어떤 건가?
래원 음악이 삶이 되면, 그때부터는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100% 삶이 되는 순간,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뷰어 내 이름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Live your Life’에서 따온 거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때 가장 행복하고, 나에겐 그 일이 바로 음악이다. 하고 있으면 행복한 것. 이 말 별로인가? 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지조 아니야. 꼭 의미 찾지 않아도 돼.
셋이 뭔가 또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조 좋지. 앨범은 어렵더라도 ‘쇄빙선’처럼 셋이 함께 싱글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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