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방한이다. 오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벌어질 행사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로리 린 스타크(이하 ‘L’) 맞다. 오늘 크롬하츠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국 론칭 10주년 기념 파티를 연다. 크롬하츠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 지금의 청담동을 비교하면 정말이지 트렌디하게 변모했다. 이런 변화에 크롬하츠가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 한국 시장에서 크롬하츠의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우리 브랜드를 이해하는 한국만의 방식이 남다른 것 같더라. 그것 역시 흥미롭다.
청담 플래그십 매장은 크롬하츠의 국내 첫 번째 매장이다. 도착하자마자 매장부터 꼼꼼하게 둘러보던데 소감이 어떤가?
L 우선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크롬하츠의 벤치나 야외 테이블 같은 야외용 가구를 처음으로 전시하고 선보인 매장이라 다시 봐도 인상적이었다. 집에도 이런 가구 하나쯤 두고 싶은데 아직 없거든.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이곳 분위기도 좋아한다. 크롬하츠는 각 매장마다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매장을 쭉 둘러보면서 청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 장식한 매장의 주요한 색상이 노란색과 주황색인데, 이 두 가지가 서울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L 각 도시별로 고객과 매장 직원들이 선호하는 색상을 그 도시의 색으로 선정했다. 그래서 매장뿐 아니라 론칭 10주년을 기념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에서도 서울의 색을 볼 수 있다.
크롬하츠가 요즘 가장 욕심내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L 알다시피 크롬하츠는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된다. 우리는 맨 처음 브랜드를 설립할 때 1백50년 역사를 이루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품질과 진정성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삼았다. 사실 이런 것들은 보이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덕분에 일정한 유행에 따라 흘러가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 집중고자 하는 분야는 하이엔드 주얼리다. 하이엔드 주얼리 라인은 다른 분야와 달리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우리는 고객이 상자를 열자마자 정말 질 좋은 다이아몬드임을 바로 알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있다. 이 정도 품질의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안정적으로 진입한 만큼 더 노력해서 인정받으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크롬하츠가 주얼리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데, 크롬하츠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상은 ‘크롬하츠에서 아직 안 만든 건 있어도 못 만드는 제품은 없다’는 것이다. 사무용품은 물론이고 성냥 케이스, 주방 도구도 만들지 않았나?
리처드 스타크(이하 ‘R’) 망치와 톱을 만든 적도 있다.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건 무궁무진하다.
이런 다양한 시도를 솜씨 좋게 해내는 모험심과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R 만약 계속 보석만 만든다면 자칫 너무 진지해지고 지루해졌을 것 같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물들을 만드는 건 생각하는 과정부터 정말 재미있다. 그러면서 균형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이런 것들은 생산량이 굉장히 적어서 보유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 역시 나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크롬하츠의 폭넓은 컬렉션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가죽과 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수많은 재료들 중 이 두 가지에 특히 애착이 깊은 이유가 있나?
R 우선 가죽은 크롬하츠를 설립하기 전부터 작업을 해왔던 소재라 매우 특별하다. 크롬하츠 이전에 바이크 라이더들을 위한 가죽 바지나 재킷 등을 만들었다. 크롬하츠 탄생 이후 록 밴드나 영화배우와의 작업이 많았는데, 이들 역시 가죽으로 된 제품들을 많이 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일부가 됐다. 은도 크롬하츠 초창기부터 많이 사용한 재료인데, 액세서리뿐 아니라 남들이 만들지 않는 문고리나 힌지, 옷의 단추에까지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그 자체를 하드웨어가 아닌 주얼리라고 생각하고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게 크롬하츠만의 방식이 아닐까.
크롬하츠 제품들은 두 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터프하고 섬세한 완성품이 아닐까?
L 우리는 항상 안테나를 세워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성비는 거의 같지만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항상 여러 의견들이 나온다.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환경이 거친 소재로 아주 섬세한 디테일을 만드는 데도 충분히 반영되는 것 같다.
R 쉬운 예를 들자면 지금 내가 입은 복장 그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것? 이런 상반되는 면모가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균형을 이루고 있다.
로리 린 스타크의 꾸준한 비주얼 작업은 여전히 크롬하츠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몇 년 전부터는 제시 조 스타크까지 합세했다. 스타크 가족의 패밀리 워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L 어느 정도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조율했다기보다는 다들 좋아하고 잘하는 걸 자연스럽게 담당하게 됐다. 예를 들어 리처드는 주로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제시 조는 밖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쌍둥이 형제는 이제 열여섯 살인데 본인들이 원해서 벌써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아까 말한 것처럼 크롬하츠는 1백50년 이상 역사를 지속할 기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우리만의 유산을 만들어가고 있다.
크롬하츠는 많은 셀럽들과 마니아층이 유독 열광하는 브랜드다. 그럼에도 크롬하츠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나 두 사람인데, 크롬하츠를 더 ‘쿨’하게 연출하는 팁을 알려준다면?
R 남성에게 제언하자면, 누구나 매일같이 벨트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들 똑같은 정장에 똑같은 벨트를 차고 있다. 그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크롬하츠의 벨트를 시도하면 신선한 연출이 가능할 거다. 게다가 주말에 입을 청바지와도 분명히 잘 어울릴 테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롬하츠 벨트에 익숙해진다면 그다음엔 커프링크스나 아이웨어로 접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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