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을 세상에 알린 1집 <Apartment>가 2017년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후 아주 바쁜 뮤지션이 되었다. 그 와중에 앨범 작업도 해냈다. 2집 <C>는 어떤 트랙으로 채워졌는지 궁금하다.
일단 처음부터 무조건 록 음반을 만들자고 계획했다. 그냥 ‘록 앨범’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음반 말이다. 하지만 첫 앨범은 록 사운드를 차용한 느낌이 많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2집은 록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전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몇 트랙이 앨범을 채우나?
9곡이다. (정규 앨범인데 곡 수가 좀 적지 않나?) 욕심은 컸다. 하지만 작업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9곡으로 마무리했다.
신보의 타이틀 곡 ‘꿈을 꿨어요’를 전달받아 미리 들어봤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완전한 록 뮤직이라기보다는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었다.
맞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항상 쉽지만은 않다. 나는 어찌되었든 보컬(가창)이 메인이 되는 뮤지션이다. 그래서 악기가 너무 앞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내 목소리랑 함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나의 목소리 이외에 밴드 멤버들의 사운드가 적절히 잘 배치되도록 고려했다. 1번과 3번 ‘꿈을 꿨어요’가 전작과 유사하게 들릴 거고, 나머지는 사이키델릭한 트랙도 있고 다양하게 포진됐다.
그럼 1집을 듣고 카더가든 팬이 된 분들은 이번 앨범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성장했다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꿈을 꿨어요’와 유사하지만 사운드 측면에서 풍성해지고, 보컬은 힘을 좀 뺀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악기 수는 더 줄었다. 하지만 기타 리프는 좀 더 자기 역할을 많이 하고, 멤버들에게 자유를 준 만큼 악기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번 앨범은 직접 프로듀싱을 맡은 것으로 안다. 그래서일까? 1집이 더 대중가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보컬 색채를 스스로 조금 더 뺀 건가?
이번에는 내가 복잡한 기타 연주도 직접 했다. 노래 말고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늘어난 거다. 또 무조건 녹음 사운드와 라이브 사운드가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들린 이유는 아마 내가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져서 그럴 것이다. 하하. 참, 1집 때는 모든 곡에 같은 이펙터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보컬 이펙팅이 꽤 풍요롭다. 그래서 곡마다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게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한다.
<Apartment> 앨범은 ‘서정적 우울’의 정서가 많이 느껴지더라. 무언가를 계속 잃어버리고, 또 놓쳐버린 듯한 감성이 짙게 배어 있다는 이야기다. 아마 당시 20대 차정원의 사유가 내재된 앨범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2년 후 차정원은 어떻게 변화되었나?
2집 앨범의 가사를 고민하며, 메인 테마로 생각했던 건 ‘시간을 자연스럽게 타자’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음을. 또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거였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꿈을 꿨어요’의 가사 내용은 나의 지독했고 뒤돌아보기도 싫었던 유년 시절을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럴 정도의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거다. 이번 앨범 전체에 이와 같은 조금은 성숙하고 열린 시선이 담겨 있다.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 처음 듣는다. 많이 우울한 나날이었나?
그렇다. 아주 좋지 않았다. 뭐 주변에도 많을 것 같은데, 항상 싸우시는 부모님과 가난한 환경 등이 내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아니, 그게 트라우마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 내가 그 시절을 자연스레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음을 느낀다. 이 깨달음을 삶에 대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카더가든의 1집은 트라우마를 가진 청년의 이야기였다면, 2집은 그걸 내려놓은, 자유로워진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될까?
일단 이번 앨범에는 ‘널 사랑해’ ‘헤어져서 너무 슬퍼’ 등의 노랫말은 없다. 대신 내가 겪지 못한 시대의 아픔에 대한, 그러니까 나는 어려서 몰랐던 비어 있는 시간에 대한 사유를 해봤다. ‘비었다’라는 곡이 대표적이다. 영화 <1987>을 보며 괜히 부끄러웠다. 잊어서는 안 될, 그래서 우리 세대도 알아야만 다음 세대로 전해질 희생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시대를 공부하며 그 상황을 곡에도 녹여보았다. 바뀐 게 없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다.
1집은 오혁, 선우정아, 오존이라는 꽤 특색 있는 동료들의 피처링이 있었다. 이번에는?
싱어송라이터 유라(youra)와 함께한 듀엣 곡 빼고는 없다. (오, 그럼 오롯이 자신과 밴드의 힘으로 만들어낸 앨범인가?) 맞다. 이제는 정말 서로 마음이 맞아서 하는 작업이 아니면 그럴 일이 점점 줄어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을 거치며 2018년과 2019년은 카더가든에게 대단히 바쁜 해가 되었다.
그 덕에 내가 목표한 대로 된 것 같다. 나를 원하는 곳이 많아지고, 내 음악을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대단히 잘되었고, 이번 앨범을 만들 때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사실 뮤지션에게는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게 있다. 2집은 하고 싶은 걸 했기에 어쩌면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번 앨범의 성적이 아주 좋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뮤지션들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대중적 요구를 선택하느냐, 내 선택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가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10월 말경에 2집이 정식으로 발매된다. 그리고 뭘 할 계획인가?
현재 서울을 포함한 6개 도시 투어가 계획되어 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춘천 투어다. 투어를 마치고 나면 2019년이 저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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