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카>는 매주 화요일에 정치 이슈 한 가지를 담은 뉴스레터를 구독자의 메일함으로 보낸다. 밀레니얼 유권자를 독자로 특정하는 <폴리티카>에게 중요한 과제는 맥락 중심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 이들은 속보나 인용 중심의 기사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 이슈가 지닌 쟁점과 구도를 정리해 맥락을 설명한다. 이슈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독자 스스로 정치적 관점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폴리티카>가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폴리티카>에게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무엇이었나?
사용자 경험 개선이었다. 소비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 우리가 뉴스를 통해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기존의 정형화된 뉴스 템플릿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템플릿에 맞춰 적당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최적화된 템플릿을 만들기로 했다.
직접 템플릿을 개발해 사용하면 발행 시 여러 가지 수고로움이 동반되지 않나?
물론 번거롭다. 이메일은 웹에 비해 템플릿 수정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지메일, 네이버, 아웃룩 등 독자가 사용하는 이메일 서비스마다 지원하는 코드도 다르기에 발행할 때마다 코드를 수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자체 개발한 템플릿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챗박스’ 중심의 템플릿이 발행되고 있다. 챗박스로 정치인들의 발언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이슈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도록 돕는다. 매번 뉴스레터 상단을 장식하는 카툰도 중요한 요소다. 신문의 만평처럼 비평적인 의미를 넣은 부분이다. 우리만의 톤을 만들어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독자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뉴스레터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폴리티카>가 이메일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뉴스레터는 구독자 중심이다. 콘텐츠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게 아니라 관여도가 높은 독자에게 주로 전달된다. 이는 핵심 이용자를 발굴하기 쉽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를 통해서라면 개인화 및 자동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가능하다.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적고, 고객 이메일에 1:1로 콘텐츠를 보내기 때문에 반응률도 높다. 유료 구독을 통한 수익 창출에도 적합하다. 광고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미디어를 신뢰하는 독자들이 구독을 선택하는 만큼 콘텐츠의 질도 향상된다. 이메일 뉴스레터는 진행 중에 독자들과 소통하며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뉴미디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수익 시스템은 무엇일까? <폴리티카>는 사업적으로 어떤 방식을 택하고 있나?
미디어 스타트업은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폴리티카>는 서비스 기획부터 유료 구독을 통한 뉴스레터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 광고나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들과 소통하며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적합한 수익 모델이다. 다만 유료 구독 전환은 구독자 수, 발행 주기, 콘텐츠 볼륨 등 충분한 서비스 규모를 갖추고 검증한 후에 진행하려고 한다. 구독 모델이 남기는 건 수익보다도 독자 커뮤니티다. 미디어에 신뢰를 갖는 독자들이 많다면 미디어도 얼마든지 이에 기반한 다른 서비스들을 새롭게 시도하거나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뉴스란 무엇일까?
자신에게 필요하고 또 자신이 알 수 있는 뉴스. 젊은 사람들이 뉴스를 안 본다는 이야길 하는데, 뉴스가 더 쉽고 간편하고 의미 있다면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고 접근성도 높은 젊은 세대가 뉴스를 안 볼 이유가 딱히 없지 않을까. 진짜 질문은 이것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뉴스를 보지 않게 만드느냐는 것.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할 수 있는 주제, 그들의 일상이나 문화와 밀접한 스타일, 더 나은 리터러시를 제시하는 뉴스 서비스라면 얼마든지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의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독자의 습관, 일상, 라이프스타일이 되어가야 할 것이다. 단순히 콘텐츠를 매개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지닌 세계관과 정체성이 공유되어야 한다. 미디어가 지닌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한 고민도 깊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밀레니얼이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점 3가지를 꼽아본다면?
오디언스 퍼스트, 콘텐츠 틸팅, 수익 모델.
정보력, 접근성, 사회적 트렌드 등 밀레니얼 세대는 뉴미디어의 어떤 점에 반응할까?
콘텐츠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미디어는 많다. 미디어가 말하고 싶은 것보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것이 뭔지를 알고 그것에 관해 말하는 것. 미디어가 말하는 것을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런 상호성이 중요하다. 개별 독자의 미디어 경험을 향상시키려면 독자와 미디어가 1:1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의 활용과 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모바일 앱 중심의 뉴스 서비스, 챗봇 뉴스 등의 시도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는 기술적인 장벽과 초기 투자 비용이 걸림돌이다. 또한 이런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때, 독자와 소통하면서 발전시키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면 뉴스 제공자의 자기만족적인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미디어에게는 무엇이 관건일까?
누구와 무엇을 공유하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어떤 독자를 타깃으로 어떤 콘텐츠를 내보내고,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미디어가 불특정 다수 혹은 50대 이상 남성 독자에게 주목해왔다면, 이제 미디어는 저마다 다른 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순히 미디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독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게이트 키핑보다 미디어와 독자의 상호적인 관계, 공유하는 세계관, 정체성 같은 요소들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닷페이스>를 꼽고 싶다. <닷페이스>가 만드는 콘텐츠도 물론 훌륭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촉발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기존 언론이 잘해내지 못한 일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닷페이스>가 웹사이트에서 직접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닷페이스>에게 적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고민을 하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디어다.
최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뉴미디어는?
<뉴닉>과 <듣똑라>. <뉴닉>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뉴스레터를 통해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디어다. 브랜딩과 콘텐츠의 수준도 높지만, 완전히 독자 우선 서비스를 만들어가려는 방향성 자체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듣똑라>의 경우 메인 플랫폼은 팟캐스트이지만, 뉴스레터와 영상 등 콘텐츠 재목적화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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