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찬 스트레이 키즈
방탄 가방 같은 걸 들고 다닌다.
작업 가방이다. 이동하면서 작업하기에 좋을 것 같아서 샀다. 노트북, 허브들, 라이선스, 미니 키보드, 충전기, USB… 곡 작업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을 넣어 다닌다. 사람들이 무기 같다고, ‘007 가방’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방찬에게는 무기지?
아, 그렇지. 내 무기 맞다. 이걸 들고 다니면 엄청 피곤한 날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신기하게도.
‘007 가방’ 외에 곡 작업할 때 꼭 챙기는 것이 있다면?
음료수나 젤리, 초콜릿. 단것을 먹으면서 해야 뇌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커피는 안 마신다. 카페인이나 탄산음료는 피하려고 하는 편이라.
예전에는 밤에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불을 다 끈 채 곡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요즘은 시간에 상관없이 늘 작업 중이겠다.
맞다. 그때는 곡 작업할 때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했거든. 요즘은 비행기 안에서 엄청 많이 한다. 비행 중에는 딱히 할 게 없으니까. 대기실에서도 작업한다. 최근에 창빈, 승민이와 작업한 곡이 있는데, 스트레이 키즈가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처음 오르던 날 대기실에서 만든 트랙이다.
스트레이 키즈 앨범의 거의 모든 트랙을 방찬, 창빈, 한이 뭉친 그룹 내 프로듀싱 유닛 ‘3RACHA(쓰리라차)’가 만든다. 3RACHA의 협업 방식이 궁금하다.
곡마다 다르다. 창빈이의 멜로디에 한이가 쓴 가사를 얹을 때도 있고… 때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협업한다. 나는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트랙 작업은 내가 거의 다 한다. 창빈이와 한이 그리고 나의 색깔과 기준이 조금씩 달라서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다.
지난 10월 10일에 공개한 스트레이 키즈의 새 싱글 ‘Double Knot’도 3RACHA의 곡이다. 엄청 파워풀하던데? 어떤 곡을 만들고 싶었던 건가?
‘Double Knot’은 신발끈 두 번 묶고 어디든 나가보자는, 패기 넘치는 트랙이다. 일렉트로닉, 힙합 등 강렬한 장르를 섞었다. 미국에서 작곡가 댈러스 케이(DalasK)와 함께 작업했다. C마이너로 쭉 달리는 곡인데, 원하는 사운드와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Double Knot’은 처음부터 C마이너로 가고 싶었다. 처음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코드와 멜로디를 키보드로 쳐보니까 딱 C마이너가 맞더라. D마이너, A마이너에 비하면, 부르기에 조금 더 편하다.
‘Double Knot’을 만드는 동안 생각했던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퍼포먼스에 관해서 생각했다. 퍼포먼스가 엄청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화려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트랙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드롭 부분의 임팩트에 신경 썼다. 아예 어떤 박자는 다른 사운드를 다 비우고 악기 하나만 살렸다. ‘빰!’ ‘빰!’ 이런 식으로. 중점을 뒀던 건 퍼포먼스, 구성, 강렬한 느낌, 패기 등이다. 패기가 중요했다. 패기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트랙 작업은 대개 어떤 방식으로 하나? 특유의 방식이 있나?
경우에 따라 다르다. 드럼으로 시작해 사운드를 쌓을 때도 있고, 코드를 몇 개 쳐놓고 그 코드에 어울리는 다른 코드를 얹을 때도 있다.
작업할 때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인가?
때마다 다른데, 가끔은 어딘가에 꽂혀서 2시간 만에 끝낼 때도 있다. 물론 일주일씩 걸릴 때도 있고. ‘잠깐의 고요’라는 곡이 그랬다. 랩을 정말 빨리 썼다. 거의 한 시간 내에 완성했다. 데뷔 앨범의 ‘Rock’이라는 곡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 걸렸다. 일주일 걸려 만들고서도 버리는 트랙도 있다.
본격적으로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나?
2015년쯤이었다. 원래는 피아노와 기타를 칠 줄 알았고, 그즈음에 로직 한 번 만져보면서 사운드를 만들었는데, 로직이 편하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곡 작업은 잠시 접어두었다 1년 후쯤 큐베이스로 다시 해봤는데 확실히 낫더라. 작업한 지는 이제 3~4년 정도 됐다. 그동안 앨범을 7개쯤 만들었다.
7개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는 않나?
가끔 그럴 때가 있지만 음악의 세계는 참 깊고도 넓어서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으니까. 아직도 곡 작업할 때는 설렌다.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한 이래 줄곧 플레이어이면서 동시에 프로듀서였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하는 입장이기에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중간자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연습생 친구들이 회사에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내가 대신 전달하는 식이었다. 괜찮았다. 어떤 책임을 지거나 감당하길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에겐 그런 역할이 잘 맞았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싶어 하는 성향도 있는데. 장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이런 성격 때문에 병을 앓은 적은 없고,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까 이대로 계속 달려볼 생각이다. 하하.
자신을 아티스트와 직업인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둘 다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냥 음악을 통해 뭔가를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 팬들과 스트레이 키즈 멤버 그리고 나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순간들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어서, 내가 직업인이든 아티스트든 아무 상관없다.
요즘은 음악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어떤 주제에 골몰하게 되나?
다루고 싶은 주제는 언제나 다양하다. 그런데 결국 들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드는 편이다. 3RACHA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곡을 만들다 보면 언제나 그런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최근 머릿속에 떠오른, 개인적인 아이디어 하나를 풀어보자면. ‘이불 밖은 싫어’라는 주제로 잔잔한 멜로디의 곡을 만들어보고 싶다.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 이불 속에 있을 때 느끼는 아늑함이 담긴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샤워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인데 생각만 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좋은 멜로디나 좋은 가사는 항상 샤워할 때 떠오른다.
가장 편안하고, 이완되는 순간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보다.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는 순간이라서. 편안하니까.
음악 프로듀서 중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
힙합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 그리고 드레이크와 트래비스 스콧. 한때 드레이크를 엄청 좋아했다. 드레이크의 엔지니어인 노아 셰비브(Noah Shebib)가 사운드 만지는 걸 보면서 곡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중에 그런 분들과 작업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꿈을 키웠다. 메트로 부민과 드레이크, 노아 셰비브는 여전히 존경한다.
좋은 작업을 하는 에너지는 무엇에서 얻나?
두 가지인데. 하나는 팬들의 피드백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음악으로 좋은 기분을 느꼈다거나, 희망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창빈과 한이가 “엇, 형. 이 트랙 좋은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한마디에 힘이 솟는다. 작업하다 보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는데, 멤버들이 옆에서 해주는 한마디가 엄청난 도움이 된다. 스트레이 키즈 친구들에게 피드백 받는 걸 가장 좋아한다.
프로듀서이자 플레이어로서 요즘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I am> 시리즈와 <Cle′> 시리즈로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방향성이 다른 곡이나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 스트레이 키즈라는 장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관해서 고민한다.
스트레이 키즈라는 장르를 정의할 때, 꼭 들어가야 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에너지. 음악적으로나, 그룹의 정체성 면에서나 ‘에너지’야말로 우리를 관통하는 단어다.
요즘 방찬을 가장 자극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다들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스트레이 키즈라고 그 친구들 참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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