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2>와 이어지는 이야기다. 사실상 3부작의 3편인 셈이다. 팬들에게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그냥 말한다. 완전히 다른 스토리지만 제임스 캐머런의 지문이 잔뜩 찍힌 새 <터미네이터> 영화라고. 린다 해밀턴의 흔적도 잔뜩 있다. 말하자면 오리지널 <터미네이터>로 돌아간 것이다. 기존의 그 어떤 <터미네이터>보다 액션이 많다. 더욱 독특한 액션이 말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시각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제임스 캐머런, 린다 해밀턴과의 재회는 어떤 기분이었나? 1984년으로 돌아간 듯했나?
1984년보다는 1984년과 1991년이 합쳐진 때로 돌아갔다. 함께 다시 작품을 하니 정말 좋더라. 1편에선 <이색지대>의 율 브리너 연기를 참고했다. 율 브리너의 연기는 너무 인상적이고 자연스러워서 그와 똑같이 연기하고 싶었다.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그래서 제임스 캐머런을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어야 하고 터미네이터의 행동이나 태도는 어떠해야 하고 등을 이야기했는데, 그가 나에게 터미네이터 역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원래 리스(인간 시간여행자) 역으로 이야기를 나누러 간 것인데, 그는 내가 터미네이터를 잘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캐스팅되었다.
린다 해밀턴은 1편 때 자신이 ‘거들먹거리는 뉴욕 여배우’였다고 하더라. 당신이 기억하기에 그녀가 그랬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1편 때 그 누구에게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만의 껍데기 속에 있었다. 나는 터미네이터였으니까. 촬영장에 출근해 내 분량을 촬영하면 바로 돌아갔다. 일부러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고. 게다가 1편 때 내 캐릭터는 후반부에야 ‘사라 코너’를 만난다. 그 후 기억나는 것은 내가 방으로 들어갔더니 린다가 도망친 것뿐이다. 1편 때 그녀는 내가 나타날 때마다 반대편으로 도망쳤다!(웃음) 함께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때 내 모습이 좀 그랬다. 눈썹은 반쯤 타버리고, 타버린 삐쭉삐쭉한 가발을 썼고, 얼굴도 타서 한쪽 눈은 사라진 상태였다. 단정한 외모는 아니었지. 그래서 그녀도 나와 어울려 놀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2편에 대한 기억이 좀 더 많다. 촬영 시작 전날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그녀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놀라웠다. 그녀가 몸을 단련한 것에 감탄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보니 무기도 정말 잘 다루더라. 세련되고 강렬했다.
그동안 제임스 캐머런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했나?
우리는 1983년에 처음 만났는데 정말 잘 통했다. 둘 다 어린아이 같고 취향이 비슷했다. 둘 다 나이프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어느 업체가 어떤 나이프를 만드는지 잘 알았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우리는 수공예 나이프와 고정식 나이프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제련을 일곱 번이나 거쳐서 만드는 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무기를 잘 알았고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이 끝난 날 아침에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러 갔다. 지금도 여전히 주말마다 오토바이를 탄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이 있고 나도 그가 생일 선물로 준 <터미네이터> 2편의 할리 데이비드슨을 갖고 있다. 그는 언제나 훌륭한 친구였다. 우리는 함께 작업하기를 좋아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트루 라이즈>를 함께했는데 늘 즐거웠다.
팀 밀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팀 밀러 감독을 좋아한다. <데드풀>이 정말 좋았다. 처음 미팅 당시 그는 <데드풀 2>를 맡을 계획이었는데 내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연출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결국 그는 <데드풀 2>에서 하차하고 이번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우리는 돈독한 친분 관계를 쌓았다. 그는 배우들을 격려하며 소통하길 좋아한다. 그는 모든 작업을 팀워크라 여긴다. 이 영화에는 그런 방식이 필요했다. 그는 협업 정신이 뛰어나다.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는 110%의 에너지를 쏟았고 영화를 멋지게 완성했다. 그가 나에게 작품 전반에 관해 설명했다. “린다 해밀턴도 복귀시킬 거고 그녀가 이번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할 거다”라고 했다. 기대되더라. 촬영장의 모든 조건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정말 대단했다.
이번 영화에서 당신의 역할을 조금만 설명해준다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자세히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여전히 ‘T-800’이고 전편보다 조금 더 인간화되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
1편에서 당신은 사라 코너를 전화번호부에서 찾아야 했다. 현재 제임스 캐머런이 1편에서 상상했던 수준까지 기술이 발달했다.
제임스 캐머런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미래를 예측했다. 그가 쓴 각본에서 현실로 이루어진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그 예측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는 게 중요했다. 이번 영화에는 놀랍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것들이 많다.
새로운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브리엘 루나와의 작업은 어땠나?
‘Rev-9’ 역의 가브리엘 루나를 보니 로버트 패트릭 생각이 많이 나더라. Rev-9은 더 가볍고 잔인한 버전의 터미네이터인데 단지 힘과 속도만 향상된 게 아니라 여러 능력을 갖췄다. ‘T-1000’보다 능력이 더 많다. ‘Rev9’이 만들어지는 모습, 능력은 무척 충격적이다. 가브리엘 루나가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이 영화는 물론 나에게도 중요했다. 몸이 꼭 거대할 필요는 없어도 훌륭한 근육과 빠른 속도와 유연성을 지녀야 했거든. 그는 매일 두세 시간씩 훈련받았는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단련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50년 이상 보디빌딩을 했기에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짧은 시간 동안 가브리엘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매일 아침 함께 훈련하고 식단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는 훌륭한 학생이었다.
가브리엘 루나의 말로는 당신이 종종 아침으로 단것을 먹는다던데 단것을 좋아하는가?
그렇다. (브라우니 접시를 들어 올림) 물론 건강과 체력이 중요하고 (시가를 피움) 비건 식단도 중요하다. 하지만 워낙 단것을 좋아하고 슈납스(진 비슷한 술)도 가끔 마신다. 둘 다 내 나쁜 버릇이다.
팀 밀러 감독은 1, 2편이 존이 아닌 사라 코너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나?
맞다. ‘사라 코너’의 이야기다. 그녀가 항상 이야기의 중심점이었다. 제임스 캐머런의 각본이지 않은가. 그는 영화에서 남자를 영웅으로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여성을 영웅으로 그리는 시나리오가 별로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 할리우드의 그 누구보다 여성을 영웅으로 그리고자 노력하는 영화인일 것이다. 그의 각본이 그렇다. 1, 2편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사라 코너’는 훌륭한 영웅이다. 전부 다 린다 해밀턴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아무리 각본이 훌륭해도 그녀가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녀는 무척 강하다. 나탈리아 레예스도, 매켄지 데이비스도 모두 강하다. 셋 다 영웅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잘 소화했다. 하지만 린다 해밀턴은 정말이지 강하다.
과거로 돌아가 딱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미국에서 전기 자동차로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자연 가스나 수소, 가솔린, 디젤을 선택할지 공방전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1백 년 전에 전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세상이 자연히 그 방향을 선택했을 것이고 지금 이렇게까지 환경이 파괴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게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구온난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화석 연료가 일으킨 오염을 말하는 거다. 오염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내가 터미네이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 그린 에너지의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할 것 같다. 지금은 돌이키기가 너무 어렵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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