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8>(이하 <쇼미 8>) 출연 때만 해도 무척 바빴을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부지런히 새 앨범까지 준비했나?
틈틈이 작업했다. 11곡으로 구성된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만들었다. 정규 앨범은 내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전에 먼저 싱글부터 낸 거다. 싱글 <115>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리로 와’ ‘이리로 전화해’ 같은. 11월에 나온다.
작업 과정 얘기를 한다면?
프로듀서 허키시바새키(Hukky Shibaseki)와 함께 작업했다. ‘솔지’라는 곡을 리믹스해준 형이다. 허키 형하고 많이 작업하는 편이다. 작년에 <KOKI7>을 작업했을 때 ‘대중적인 음악 만든 것 같다’ 했거든? 그런데 아니었다. 하하. 그래서 이번 작업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과연 이번 앨범은 또 어떻게 평가받을까’ 하는 기대 혹은 약간의 염려? 내 생각과 대중의 평가는 항상 달랐으니까.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 같았는데 막상 앨범을 내보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구나’ 싶을 때가 많거든. 내가 선 조절을 잘 못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은 그런 짐작. 그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오히려 짱유다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거 아닌가?
그것도 맞다. 평가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쇼미 8>에 출연하면서 안팎으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나는 내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평가에 휘둘리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망칠 것만 같았다. 물론 객관적인 피드백은 받지. 개선해야 할 것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노력하고.
얘기가 나온 김에 <쇼미 8>은 짱유에게 어떤 시간이었나?
부연 설명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얻은 게 굉장히 많았던 시간. 매회 미션을 받고, 하나씩 수행해갈 때마다 계속 뭐든 얻어갔다. 보상을 받는 느낌? 프로가 되는 공부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깨달은 게 정말 많다.
깨달은 거, 하나만 얘기해보자.
음. 마음을 연 거. 가장 크게 얻고, 깨달은 게 있다면 마음을 연 거다. 이전에는 내가 폐쇄적이었다. 낯도 많이 가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별로. 거기에는 시기, 질투 같은 감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쇼미 8>을 통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거만했구나’를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마음을 열게 됐다. 못 보던 것도 서서히 보이고. 사실 그전에는 자존심 때문에 안 보려고 했던 게 많았다. 그런데 그게 깨졌다. <쇼미 8> 출연하면서.
그럼 짱유의 음악도 변했을까?
그건 아니고. 하하. 더해졌다. 많이 배워서 더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변한 점을 꼭 하나만 이야기해야 한다면 가사? 사실 이것도 변했다기보다는 정화된 쪽이 맞다. 예전 내 음악의 가사들은 대부분 감정을 배출해낸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듣는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기 좋은 단어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짱유의 가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한데?
픽션이 1이라면 수필이 99다. 오로지 경험을 토대로 삼는다. 그다음에는 의식이 흐르는 대로.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건 아니고. 나는 단어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있다고 믿거든. 그 에너지가 듣는 사람에게 오롯이, 가장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와 단어의 조합이 중요한데, 신경이 참 많이 쓰인다. <KOKI7>도 그렇게 가사에 집중한 앨범이고.
이번 앨범 <115>에서도 가사에 많은 비중을 뒀나?
가사도 물론 많은 신경을 썼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음악적 무드. 분위기였다. 물론 음악 작업을 앞두고 ‘이런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정말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좋은데 새로운 거.
짱유의 음악관을 정리하자면 ‘새로운 것’일까?
그렇지. 새로운 거. 말 그대로 창작. 그런데 나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새로운 ‘힙합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아니다. 랩을 할 뿐이다. 나는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 전자음악도, 록도, 발라드도. 굉장히 많은 걸 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런 시도들이 ‘새로운 것’일 수도 있고.
좋은데? 요즘은 영역을 구분 짓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니까.
밴드 음악도 좋다. 프로디지(The Prodigy)의 음악도 많이 듣는다. 관심도 많고.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나 너바나(Nirvana)의 음악도 좋아한다. 예전에는 뮤지션의 캐릭터를 좋아했다면 지금은 그 사람의 사상이나 정신, 오라 같은 것들? 뮤지션들을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얘기를 듣다 보니까 뭐랄까. 넓어진 느낌이다. 짱유라는 뮤지션이 더 성장한 느낌?
비슷한 맥락인데, 내 몸에 있는 타투는 전부 타투이스트 화로의 작품이다. 아티스트로서 존경하는 분인데, 그런 화로의 철학이, 생각이 멋있어서 그것들을 온전히 내 몸에 품고 싶었다. 담고 싶었던 거다. 나는 스스로를 ‘걸어다니는 작품’으로 바라보는데, 나를 액자로 봤을 때 내가 담고 싶은 작품들을 하나씩 완성해나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내 철학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내가 하는 음악도 그런 의미에서 작품이 됐으면 하는 거고.
짱유의 작품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
욕심이 생겼다. 잘하고 싶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갈증은 항상 심했지만 글쎄, 오아시스 맛을 알게 되니까 ‘이게 되는구나’ 싶은 마음인 건지 욕심이 난다. 이제 하나씩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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