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풀썩 주저앉았다. 잠을 못 자서 얼굴이 부었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꾹꾹 누르면서. 바쁜 건 당연하니까. 어떻게 바쁜지, 왜 그렇게 바쁜지 소파에 기댄 보이콜드에게 물었다. 보이콜드는 <쇼미더머니 8>을 가장 먼저, 뒤이어 남아 있는 음악 작업들에 대해 나열하듯 쭉 이야기했다. 보이콜드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다.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바쁜 건 아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책임감’이었다. 보이콜드는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어쩌면 보이콜드에게 책임감은 이해와 비례 관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서 보이콜드가 만든 음악은 아티스트의 음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티스트라는 우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니까, 보이콜드가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 촬영이다. 평소라면 깨어 있을 시간이 아니지?
피곤하다. 요즘 너무 바쁘다. 살면서 가장 바쁜 4개월을 보내고 있다. <쇼미더머니 8(이하 ‘쇼미’)> 방송도 있지만, 그전에 진행했던 것들, 또 해야 할 다른 작업들까지 정말 너무 많다.
<쇼미>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앨범 내고 공허하던 때 연락이 왔다. 잘됐다 싶었다. 공허하고 조금은 심심했으니까. <쇼미>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어서 한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는데, 뭐,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볼까, 하는 마음에 선뜻 나섰다. 이후에 달리 오가는 이야기가 없어서 심사위원 라인업도 제작발표회 당일, 현장에 가서 알았다.
어떤 심사 기준을 세워뒀을까?
우선은 신선한 걸 하고 싶었다. 인트로 듣자마자 어? 할 정도로 신선한 거. 지금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돌아보면 잘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지 않은 부분에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선택적인 아쉬움보다 시간 여유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것들.
방송이 굉장히 빠듯하게, 빠르게 돌아간다고 들었다.
굉장히. 하루 종일 혹은 길게 24시간 촬영할 때도 있으니까. 2차 때는 40시간 넘게 녹화했다. 화면에 잡혔을지 모르지만, 그럴 때는 거의 반 좀비 상태다. 거기에 리얼리티 녹화도 있으니까 적어도 일주일에 1~2번은 꼭 촬영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고, 음악에 집중해야 하는데 체력이 못 따라오는 상황이 아쉽다.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으니까.
<쇼미> 출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을까?
아직 커다란 변화는 없다. 진행 중이니까. 그래도 변화라면 많은 관심? ‘대중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거지. 요즘 그렇다.
어떤 종류의 시선일까?
댓글? 하하. ‘나’를 몰랐던 사람들이 ‘보이콜드’를 알게 되면서 주고받는 이야기들. 악플도 달려보고 뭐. 그런데 내가 ‘음악이 별로다’라는 평가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거든. 나한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런데 별로다, 뻔하다,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까 지치더라. 그래서 이제는 악플 안 본다. 다른 것보다 내가 흔들리게 되니까. 프로듀싱을 하다가도 ‘아, 이거 욕먹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고, 별로다.
신경 안 쓸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근거 없는 이야기나 상대할 필요 없는 것들에는.
그랬다. <쇼미> 나오기 전에는 나도 댓글이 내 인생에 전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겪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흔들리게 되더라. 이렇게 바쁜 것도, 많은 사람들을 음악적으로 만나는 것도 처음이니까. 나는 작업할 때 은둔형인데, 대중의 한가운데 서게 됐으니까. 꼭 댓글이 아니어도 흔들렸을 것 같다.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또 심사위원 중에 비트를 만드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출연을 결심하고 무엇보다 서로 윈윈하길 바랐거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프로듀싱 기준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빈티지와 트렌드의 중간을 유지하려고 한다. 거기에 아티스트나 외적 요인들을 조율하고 더하는 식이다. ‘보이콜드’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도 캐릭터에 맞게, 상황에 맞게 음악을 만들면서부터다. 이번에 ‘땡땡’이라는 곡을 작업할 때도 그랬다. 참가자들에게 6~7개의 비트를 들려주고 투표를 했다. 아티스트의 개성이 전부 다르니까. 그런데 방송에서는 좀 다르게 편집됐지. 마치 몇몇 아티스트에게는 맞춰주지 않은 것처럼. 뭐,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개개인에게 맞춰서 곡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투표까지 했는데, 방송에는 그렇게 나갔으니까.
캐릭터에 맞게 음악을 만들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곡 작업 전에 꼭 만나서 아티스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음악 이야기든 뭐든.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전부. 이야기를 하면서 아티스트를 이해하고 공감한 후에 곡을 만들면 잘 나온다.
“곡 작업 전에 꼭 만나서 아티스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음악 이야기든 뭐든.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전부.”
잘 나온 곡들이라면?
식케이와 함께한 ‘하이어게인’도 좋았고. 소코도모랑 함께 작업한 ‘프리덤’도 잘 나왔다. 프리덤은 진짜 힐링되는 음악이다. 당시에 소코도모가 굉장히 힘들어했다. 약간 4차원일 정도로 밝은 친군데 그랬다. 이렇게 밝은 애가 힘들다면, 정말 힘든 거라고 생각하고 소코도모의 감정을 곡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힘들다. 하하하! 그래서 내가 요즘 이 노래를 듣고 있다. 힐링되니까.
보이콜드의 작업 이야기를 해보자. 2018년에는 싱글 <YOUTH!>를, 2019년에는 EP <POST YOUTH>를 연이어 냈다.
<YOUTH!>는 말 그대로 ‘젊음’이라는 키워드로 작업한 싱글이다. <POST YOUTH>는 같은 키워드로 앨범을 만들어보자,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다 넣은 앨범이다. 다양하게 담고 싶었다. 그게 장르건 이야기건. 음악적인 색이 굉장히 다양한 앨범이다. 음악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겠지만 거기에 근접하게 만들어서 아끼는 앨범이다. 아, 나를 <쇼미>를 통해 알게 된 리스너가 있다면 <POST YOUTH>를 꼭 한 번 들어보면 좋겠다. <쇼미>에 출연하면서 음악이 똑같다, 한정적이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앨범만 봐도 난 그렇지 않거든.
더 벗어나고 싶은 거.
보이콜드가 집중하는 ‘요즘 음악’은 어떤 걸까.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음악이 있다면?
요즘 내가 프로듀싱하고 있는 음악들. <쇼미> 음원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은 또 싱잉랩이다, 다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맥락인지 나도 이해한다. 해외 음원 사이트만 가봐도 1위부터 50위까지 전부 싱잉랩이 들어가 있거든. 나도 리스너로서 어떤 느낌인지 안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인 흐름이 그렇다. 이런 요소가 아니면 안 되는 감성이 됐다. 부정할 수 없다.
보이콜드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글쎄. 성장하고 있다는 짐작 정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계획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나는 즉흥적이거든. 바람이 있다면 음악적으로 좀 더 즉흥적이고 싶은 거? 더 벗어나고 싶은 거. 요즘은 노린다고, 계획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시대가 아니니까. 왜, 성공이란 만 가지 요소가 한 번에 맞아떨어졌을 때 찾아오는 거라고 하지 않나. 성공하기 위해 일일이 쫓아가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거, 내가 하던 일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재밌게.
<쇼미>도 이제 거의 다 왔지?
다 왔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말 너무 힘들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다. 원래 계획은 <쇼미>가 끝나면 앨범을 하나 더 낼 생각이었는데, 글쎄…. 하하하! 정말 힘들어서. 나도 예전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쇼미> 끝나고 아티스트의 앨범이 늦게 나오면 조금 불만이 있었거든. 그런데 이번에 출연해보니까 왜 늦게 발매하는지 알겠더라.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하하하. 그래서 걱정이다. 텐션이 뚝 떨어질까 봐.
보이콜드에게 2019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가장 커다란 사건은 ‘소코도모’라는 친구를 만난 것. 그 다음은 <쇼미>. <쇼미>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하. 나중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뭐, 재밌었지’ 이런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좋아하고, 기대되는 아티스트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소코도모, 안병웅, 브린 그리고 서동현. 다 잘한다. 멋지고. 소코도모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될 친구고. 병웅이는 준비가 잘돼 있어서 기대가 큰 친구다. 너무 준비를 잘해서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 친구. 브린은 그냥 신선하고. 동현이는 뭐든 즐겁게 하니까 오히려 그게 더 무섭다. 그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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