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수업
강소연은 기업에서 투자 부동산을 운영 관리한다. 날 선 긴장을 8시간 내내 안고 작업해야 하는 그녀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려줄 취미가 생겼다. 민화 그리기다. 퇴근 후 그녀는 화실로 향한다.
‘민화’를 취미로 선택한 이유 민화 이전에는 취미가 딱히 없었다. 그러다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건은 하나, 내 노력이 결과물로 드러나면 좋겠다, 싶었다. 예전부터 막연히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그렇게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민화의 매력 민화가 다른 그림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소재마다 특정한 의미와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 부부 화합을 뜻하는 화조도가 그렇다. 보통 민화는 작품을 선물할 대상을 생각하면서 그린다. 민화는 현대적인 공간과 클래식한 공간에 모두 어울린다. 덕분에 두루 선물하기에도 좋다.
민화를 그리며 얻은 것 회사에서 늘 갖고 있던 긴장을 풀기 위해 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민화를 그리는 시간 동안 머릿속에 잡념들이 사라진다. 온전히 나와 색깔만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민화는 큰 기교보다는 묵묵히 색깔들을 겹치고 또 겹치는 작업이다. 정신을 비우고 겹겹이 색을 칠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도 마음도 깨끗하게 비워지고, 그 자리는 다시 ‘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는 듯하다. 일종의 테라피가 아닐까? 실제로 나는 민화를 그리면서 만성적인 불안증도 떨쳐낼 수 있었다.
민화를 그리며 좋았던 순간 화판에 얼굴을 묻은 채 색을 칠하고, 선을 긋다 보면 매번 ‘이번 그림은 망했구나’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안 됐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가 아니니까 완벽하게 그릴 순 없다. 하지만 결과물은 언제나 마음에 쏙 든다. 아름답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할 수 있는데, 이런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순간순간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실수를 통해 더 나은 다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민화를 통해 다시 느꼈다.
나만의 가구 만들기
자영업을 하는 박완동은 취미가 없었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가서 얼른 몸을 뉘였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다 잠을 잤다. 그러다 하루는 인테리어 방송을 보게 됐다. 누워 있던 몸이 절로 일어났다. 가구를 만들고 싶어졌다.
목공을 시작한 계기 셀프 인테리어 방송을 보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이 생긴다면 그 공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구들을 채워 넣어야지. 내가 정성 들여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들로 공간을 채운다면 더 의미 있는 집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목공을 시작했다.
목공의 매력 목공에 집중하다 보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성취감도 크다. 마음속에 그리던 디자인을 내 손으로 직접 구현해 좋은 가구가 탄생했을 때가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 나무 깎기, 망치질, 다듬기.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다. 그중에서 가장 설레고 즐거운 과정은 ‘마감 처리’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친환경 오일을 칠한다. 친환경 오일은 나무가 원래 색을 찾는 걸 돕는 역할을 한다. 오일을 듬뿍 머금어 제 색깔을 찾아가는 나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기나긴 과정 끝에 드디어 마침표 찍는 느낌.
나무와의 교감 결혼 3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한적한 전원주택으로 옮긴다. 곧 아기도 태어난다. 우리 가족이 살 집에 어울릴 만한 가구들을 만들다 보니 공방 한편에 내 작품들이 산처럼 쌓였다. 태어날 아기가 자라서 클 때까지 계속 만들지 않을까?
퇴근 후에 마시는 차
박지애는 아동·청소년 상담사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상담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 후 내면을 정화하는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민 끝에 차(茶)를 배울 수 있는 ‘차곡차곡’의 문을 두드렸다.
가치 있는 여가 시간 퇴근 후 오직 나에게 집중한 채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지 찾아봤다. 그러던 중 ‘차곡차곡’을 알게 됐다. ‘차를 마시고, 향을 사르고, 꽃을 꽂고, 그림을 감상하는 풍류 가득한 삶’. 차곡차곡이 추구하는 가치가 내 여가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편안할 것도 같았다. 잠깐의 쉼표를 선물하는 안식처처럼.
치유의 과정 절기차회에 처음 참여한 후, 새로운 차의 세계를 경험하고 꽤 놀랐다. 이루향서원에서 차회가 이루어졌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차는 몸과 마음에 평온을 줬다. 찻잎의 향을 맡아보고 여러 번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차의 맛을 흠뻑 음미하며 평화를 경험했다. 차 한 모금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다시 한번 음미하는 것. 그 자체가 치유 과정이었다.
차(茶)가 준 깨달음 차란 단순히 마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자주 접했던 녹차, 홍차도 새롭게 다가왔다. 다도를 배우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심에서 즐길 수 없는 여유나 고요함이 마음을 채운다. 차를 만드는 시간은 자연스레 일상을 공유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변한다. ‘지금, 여기’를 깨닫는 순간이다.
평생 차(茶)를 마시다 퇴근 후 마시는 차 한 잔은 ‘나’라는 존재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준다. 찻잎을 넣어 진하게 우려낸 뒤 잔에 붓는 과정까지 정신을 놓을 수 없다. 그 과정은 감각 하나하나에 나를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 우린 차를 마지막에 한 모금 들이마시는 순간 비로소 내면이 정화되는 느낌마저 든다.
나무 깎기
맥주를 좋아하는 조현진은 한식 요리사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새 직업을 갖게 됐을 때 그에게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적응이 쉽지 않던 차에 마음속 허기를 채워줄 취미를 탐색했다. 나무를 들여다보면서.
퇴사하기 전 3년 전 퇴사를 하기 전에는 낮에는 회사, 밤에는 맥줏집을 운영했다.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피로가 쌓여 퇴근 후에는 잠만 잤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을 땐, 시간 여유가 생겼다. 삶에 변화도 컸다. 어떤 걸 하면서 변화에 점차 익숙해져 나갈까 고민하던 중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목공이라는 걸 발견했다.
목공이 끌리는 이유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왠지 모를 끌림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애정이 깊어졌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드카빙’이라는 수공구를 이용한 목공을 배웠다. 나무를 손에 쥐고 특정한 모양으로 깎다 보면 물성에 따라 깎는 맛도 흥미롭고 온전하게 집중해서 작업하는 시간도 무척 행복하다. 나는 야구도 오래 했고, 악기 연주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역시 목공이다.
무얼 만들까 주로 숟가락을 만든다. 숟가락은 쓰임새도 많고 깎을 때 여러 가지 기술을 사용하기 좋다. 내가 만든 숟가락을 직접 쓸 때의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칼도 만든다.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다 보니 어느새 내 인스타그램 피드가 칼 사진들로 가득 채워져 있더라. 앞으로는 의자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목공을 통해 얻은 변화 손에 힘을 준다. 나무를 깎고 다듬다 보면 저절로 손에 힘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발전하는 듯하다. 싫증을 잘 내는 편인데 이상하게 꾸준히 집중해서 작업하는 내 모습을 보면 신기할 때도 있다. 나아가 독립적인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도 하게 된다. 숟가락, 의자, 칼. 모두 일상에서 필요한 도구들이다. 나에게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다 보니 더 주도적인 삶을 사는 기분이다. 목공을 한 지는 3년이 넘었지만 최근에는 칼 만들기가 너무 재미있다. 지루해질 때까지 멈추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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