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MY NAME IS HUMAN

‘삼생지연(三生之緣)’. 세 개의 생을 두고도 끊어지지 않을 깊은 인연이란 의미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 <아레나>는 류승범과 만났다. 더욱 성숙해진 ‘사람’ 류승범과 말이다.

UpdatedOn October 07, 2019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04-sample.jpg

웨스턴 데님 셔츠 70만원대·빈티지 메탈 프레임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전화기의 주소록을 뒤적였다. ‘류승범’이라는 이름 석 자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그 번호는 주인을 잃어버린 공허한 숫자가 되었다. 대략 2012년 즈음부터였을 거다. 그는 한국을 떠났다. SNS를 통해 간간이 전해지는 소식은 파리에서의 자유로운 삶, 발리에서 파도를 타는 여유 혹은 국외 어딘가에서 떠도는 듯한 이미지였다. 그렇게 류승범은 방랑자가 되었다. 간혹 작품 혹은 개인 활동이 있을 때 잠시 돌아왔다.

우리의 시작은 한 통의 이메일에서부터였다. 폴로 랄프 로렌과 표지 모델을 물색하던 중,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미 사장된 전화번호를 통해 연락이 닿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다. 눈곱만큼도 기대하지 않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낸 연락이었다. 내가 기댈 믿음이라곤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 개봉 당시 인터뷰부터 2009년 즈음 이루어졌던 <아레나>의 촬영까지 연결된 가는 인연의 끈 하나뿐이었다. 꼭 한 시간 만에 회신이 왔다. “이렇게 이메일을 통해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새로운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홍보차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여유가 있다는 하루를 우리를 위해 할애하겠다고 했다.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05-sample.jpg

베어 버킷 해트 11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06-sample.jpg

헤링본 소재 재킷 60만원대·옥스퍼드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18만원대·크레스트 장식의 울 소재 타탄 체크무늬 타이 21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검은색 로퍼 16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15-sample.jpg

데님 웨스턴 셔츠 70만원대·굵은 사선 줄무늬 클럽 타이 14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그렇게 류승범과 우리는 목소리가 아닌 텍스트로 소통했다.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인터뷰에 대한 것이었다. “저의 마지막 제안은 인터뷰를 생략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침묵하며 지내온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 더더욱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난감한 부탁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인터뷰를 생략하는 것에 동의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토록 공손한 부탁의 글에 어찌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나. 동시에 그가 말하는 ‘침묵의 시간’이 어쩌면 더 성숙해진 류승범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증폭시켰다.

약 16년 전쯤 처음 대면한 그는 시쳇말로 ‘양아치’스러운 청년이었다. 이 수사는 그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결코 아님을 명시하고 싶다. 그냥 누구나 그렇게 느꼈듯, 류승범의 연기에도 그 같은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류승범의 초기작들을 본 관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믿는다. 아무튼 당시 그는 급부상하는 충무로의 주역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삶 속에 묻어온 세월의 때는 쉽사리 벗겨지지 않았다.

지금도 에디터의 뇌리에 명징하게 남아 있는 그의 답변. 질문은 이러했다. “만일 당신이 형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통해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당시 스물다섯 살의 청년 류승범은 답했다. “조금 더 어렸으면 ‘삐끼’. 그걸 하기에도 나이가 좀 있으니 웨이터나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 솔직한 대답은 애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젊은 배우에 대한 사랑을 더욱 커지게 했다.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태극기 크레스트 트러커 캡 9만원대·셀비지 데님 팬츠 17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그렇게 세월은 흘러 지금 류승범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의 이미지는 더욱 멋스러워졌다. 신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 어떤 록 뮤지션보다 길게 흩날리는 헤어 스타일. 입과 턱 주변을 무성하게 뒤덮은 수염. 되려 16년 전의 그보다 더 청춘의 표상 같았다. 과거의 ‘양아치’스러운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도 느낀 바였다. 지금의 류승범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젠틀맨’이 되어 있었다. <아레나>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여유가 넘쳤고, 유머러스했으며, 위트 있는 신사였다. 더욱이 폴로 랄프 로렌 제품들을 걸쳤을 때 그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카메라 앞에서 웃통을 훌쩍 벗어던지는 행동에서의 자유로움은 그 어떤 셀러브리티도 표출해내지 못하는 ‘사람’의 순수함이었다.

이번 류승범과 촬영장에서 나눈 사람다운 교감은 말의 공허함으로 채워진 그 어떤 인터뷰보다 더 진솔한 인터뷰였다. <아레나>와 류승범은 이미 이번 촬영을 위해 나눈 이메일상의 텍스트를 통해 진심을 다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커버 스토리에는 시간을 쪼개어 공식적으로 나눈 질문과 답이 없다. 하지만 그는 사진으로 충분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 이미지와의 대화 속에서 도출된 부러움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03-sample.jpg

어깨에 걸친 남색 니트 70만원대·토글 코트 가격미정·올리브색 트윌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그래픽 패턴 슬립온 10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10-sample.jpg

코듀로이 칼라의 데님 재킷 60만원대·소프트 헤링본 소재 베스트 50만원대·데님 셔츠 15만원대·데님 팬츠 16만원대·가죽 벨트 17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09-sample.jpg

베어 버킷 해트 11만원대·데님 트러커 재킷 30만원대·데님 팬츠 33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upload/arena/article/201910/thumb/42958-387011-sample.jpg

코듀로이 재킷 30만원대·코듀로이 팬츠 25만원대·흰색 셔츠 15만원대·윙팁 슈즈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분명 류승범은 이 시대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이자, 셀러브리티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는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이다.

촬영 막바지 그는 내게 말을 건넸다. “10월 즈음 파리에 올 계획은 없어요?” 이유인즉, “만일 그러면 다시 한번 멋진 촬영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요”라는 것. 11월이나 12월은 안 되냐고 반문했다. “그때는 제가 파리에 있지 않을 예정이에요. 친구의 전시회 때문에 슬로바키아에 머무를 것 같거든요.” 기회를 만들어서 날아가겠노라고 답했다. 꼭 촬영이 아니어도 파리에 들를 일이 있으면 보자고. 배우 류승범이 아닌 사람 류승범을 그곳에서 만나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류승범은 자신의 이름 석 자 앞에 ‘사람’이라는, 쉬우면서도 좀처럼 붙이기 어려운 수식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류승범의 이름은 ‘사람’이다.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프린지 장식 가죽 재킷 가격미정·타탄 체크 셔츠 17만원대·데님 팬츠 가격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3 / 10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 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커스텀 핏 크레스트 프린트 셔츠 19만원대·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30만원대·라운드 프레임 판토 선글라스 23만원대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제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FEATURE EDITOR 이주영
FASHION EDITOR 최태경, 이상
PHOTOGRAPHY 홍장현
HAIR 이에녹
MAKE-UP 이은혜
ASSISTANT 유선호

2019년 10월호

MOST POPULAR

  • 1
    BACK TO BASIC
  • 2
    애인의 취미
  • 3
    Attitude
  • 4
    즐거웠다 주술회전
  • 5
    박재범의 찌찌파티 아니고 찝찝파티

RELATED STORIES

  • INTERVIEW

    <아레나> 12월호 커버를 장식한 세븐틴 조슈아

    캐시미어 브랜드 배리와 함께한 조슈아의 <아레나> 12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장 줄리앙과 장 줄리앙들

    프랑스 낭트 해변가에서 물감을 가지고 놀던 소년은 오늘날 세계에서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이 됐다. 100만 명 넘는 팔로워가 주목하는 작가, 장 줄리앙이다. 선선한 공기가 내려앉은 초가을. 장 줄리앙이 퍼블릭 가산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을 위해 서울을 다시 찾았다. 전시 개막 첫날 저녁, 우리는 장 줄리앙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새하얀 벽 앞에 선 그는 어김없이 붓을 들었고 자신이 그린 또 다른 장 줄리앙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이어지는 대화는 장 줄리앙이 보여주고 들려준 그림 이야기다.

  • INTERVIEW

    무한한 이태구

    배우 이태구가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지었을 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비밀을 숨긴 채 정의로운 척 굴던 때도, 이태구의 모든 얼굴이 좋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 INTERVIEW

    오늘을 사는 김정현

    촬영이 있어도 아침 운동은 꼭 하려고 한다. 여전히 촬영장엔 대본을 가져가지 않는다 . 상대 배역을 잘 뒷받침하는 연기를 지향한다. 숲보다 나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대본을 더욱 날카롭게 해석하고 싶다 . 그리고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긴다. 배우 김정현의 지금이다.

  • INTERVIEW

    김원중의 쓰임새

    모델왕이라 불리는 남자. 15년 차 베테랑 모델 김원중이 신인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섰다. 모니터 속 김원중은 프로 중의 프로였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공개를 앞두고 배우 김원중이 들려준 이야기.

MORE FROM ARENA

  • LIFE

    로컬 푸드 마켓 혁명

    변하는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든 온라인 로컬 푸드 마켓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 INTERVIEW

    THE LOUNGE 지진희 미리보기

    ‘젠틀맨’ 지진희, 올 가을 트렌드를 말하다

  • LIFE

    찰스 게슈케를 기리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출판 산업의 정과 망치를 만든 어도비. 어도비 공동 창업자 찰스 게슈케가 지난 4월 16일 별세했다. 잡지를 만들며 그에게 진 빚을 세어봤다.

  • LIFE

    우리 동네 딴 나라

    골목을 이국적인 풍경으로 만든 마법 같은 네 곳.

  • AGENDA

    아우터 추천사

    패션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바이어, 디자이너, 숍마스터들에게 겨울 아우터를 추천받았다. 그에 대한 견해도 들어봤다. 역시 옷 잘 입는 남자들의 식견을 훔치는 것은 백익무해하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