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은 이제 빅랭커다. UFC를 대표하는 빅네임이고, 상품성 높은 선수다. 요즘 상황이 정찬성에게는 부담일까? 아니면 기대가 더 클까? ‘둘 다’를 예상한 질문에 정찬성은 지금은 좋은 상황이라고 시원하게 말했다. 상대는 누가 되든 상관없으니 편하게 기다리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기대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정찬성이 기대를 이야기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까.
승리 후 한 달 정도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인터뷰도 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있다. 꼭 밀린 숙제 하듯이? 시합 준비할 때는 운동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체육관 집, 체육관 집 반복이다.
밀린 건 육아도 있지?
그건 꼭 해야지.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아내도 그렇지만 장모님, 처제 모두 매우 고생했거든. 그래서 여행도 보내드렸다, 너무 죄송해서. 하하.
정말 잘 웃는다. 그것도 활짝. 의외다.
그런가? 격투기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무섭고, 터프하다고들 하는데, 그런데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 내성적인 면도 있고 섬세한 부분도 있어서 직접 만나면 의외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웃음은 둘째치고 눈물을 못 참아서 그게 걱정이다. 생각처럼 안 된다. 그걸 왜 못 참겠지? 하하.
경기가 빨리 끝나서 깜짝 놀랐다. 눈 두 번 깜빡인 것 같은데 헤나토 모이카노가 누워 있었다.
준비한 대로 잘됐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지난 경기나 이번 경기나 항상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에 집중해 심적으로 조금 더 자신감이 붙지 않았나 싶다.
특별히 미국에서 준비한 이유가 있다면?
시합 6주 전에 미국으로 갔다. 좀 더 집중해서 훈련하고 싶었다. 운동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르침을 분야별로 받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 사람이 주짓수도, 타격도 가르치는데 미국은 분야별로 나뉘어 있다. 전문화된 시스템이다. 운동도 그렇지만 선수 개개인을 분석해 맞춤형 도움도 준다. 그런 시스템도 선수랑 맞느냐, 안 맞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정찬성에게는 어땠나?
굉장히 잘 맞았다. 최고였다. 미국의 다른 체육관도 많이 가봤는데 이번 훈련 장소가 가장 좋았다. 결과도 좋았고.
먼 타지에서 오롯이 훈련만 하는 거.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정말 다 포기하고 운동에만 집중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미국은 익숙한 게 하나도 없으니까 ‘운동하고 나’ 이렇게 둘만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 강했다. 어떻게 보면 그런 환경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수능이 끝나면 흔히 전국 1등에게 어떻게 공부했는지 묻는다. 승리한 정찬성은 어떻게 훈련했나?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그렇다. 그동안 ‘아, 정말 나보다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자부심은 내게 있어서 믿음 비슷한 거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한다.
얘기를 들어보면 성실한 파이터 쪽에 가까운데, 몇몇 사람들은 정찬성에 대해 타고났다고 말한다.
사실 그런 말 싫어한다. ‘정찬성은 재능이 있다, 저 사람은 타고났다’ 이런 얘기들. 내가 누구보다 성실하게, 치열하게 해왔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느낌이어서 싫어한다. 그런 말도 칭찬이라면 칭찬인데, 나는 기분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들 정찬성의 다음 상대를 궁금해한다.
내 위에 있는 선수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조금은 편하게 기다리고 있다. 예상 한 번 해보면, 시기상 멕시코 시합은 힘들어진 거 같아서 아마 한국에서 싸우지 않을까 싶다. 나도 상대가 궁금하다.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편할 수도 있나?
지금 내 상황이 좋으니까. 이전 경기에서 졌거나, 아니면 내 위 랭커들이 많으면 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니까 굉장히 위축될 것 같은데 지금은 뭐랄까. 기다려지는? 기대되는? 그런 감정이다. 누가 돼도 상관없을 정도로.
“선수를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항상 챔피언이었다.
가까워졌다.
한 명만 잡으면 바로 타이틀전이다.”
빅네임 반열에 올랐다. ‘상품성 높은 파이터’라는 평가도 들린다.
UFC에서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고 있다. 상금도 많이 받고, 파이트 머니도 만족할 정도로 책정돼 있고. 그런데 사실 건방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나는 상품성 있는 파이터였다. ‘코리안 좀비’라는 닉네임도 그때 붙었다. 그래서 경기마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경기 때마다 기대감이 있으니까.
예전 인터뷰에서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채찍질이 된다고 했다. 아직 같은 생각일까?
나는 정말 아직도 모든 부분이 부족하다. 그래서 배울 게 많다. 나는 팔다리가 긴 것 빼고는 신체적 조건도 좋지 않다. 수술도 너무 많이 했고, 운동신경도 뛰어난 편이 아니다. 난 백텀블링 이런 거 정말 못한다. 하하. 어쨌든 그런 부족함이 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별수 없다.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타이틀이 눈앞이다.
시작할 때부터 목표는 항상 챔피언이었다. 가까워졌다. 한 명만 잡으면 바로 타이틀전이다. 모든 건 나한테 달렸다. 집중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이 좋으니까. 충분히 꿈꿀 수 있는 상황이니까.
링에 오를 때 큰 힘이 되는 건 역시 가족이겠다.
그럼. 나도 여느 아빠들처럼 얼른 돈 벌어서 가족에게 안정적인 울타리 만들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 명예, 부 이런 건 그다음이다. 내 아내, 아기, 가족을 위해 좋은 환경을 갖춰주는 게 가장 첫 번째다. 아니, 그런데 결국에는 돈이더라고. 하하하!
AOMG 식구들은 체육관에 잘 나오나?
박재범 빼고는 사실 잘 안 나온다. 작전을 잘못 짰다. 너무 안 오니까 한 번 올 때 제대로 운동시키자는 마음으로 붙었더니 더 안 오더라고? 하하. 그런데 박재범은 다 이겨냈거든. 항상. 살살 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들이 보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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