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pard or Black Leather
Leopard
약간의 모험 정신을 발휘한다면 지금 당장 레오퍼드 패턴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담을 것. 껄렁한 스트리트 무드의 1990년대풍 그런지 패션이 되돌아옴과 함께 원초적인 레오퍼드 패턴은 그야말로 물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 말이다. 심지어 베르사체는 호피 무늬 퍼 코트를 입은 모델의 버즈 커트 스타일 머리에 호피 무늬를 그려 넣기도 했다. 디올 맨부터 셀린느,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을 참고한다면 이 야생적인 패턴을 방탕한 청춘처럼 입을지, 은퇴한 로커처럼 보여줄지에 대한 답에서 힌트를 얻을 거다.
Black Leather
F/W 시즌 가죽 아이템이란 거의 숙명에 가깝다. 특히 이번 시즌은 과감하고 남성적인 검은색 가죽 소재의 향연이었다. 셀린느, 펜디는 아우터부터 바지까지 빈틈없이 가죽 소재를 활용했고, 던힐과 벨루티, 폴 스미스, 발렌시아가에서 내놓은 미끄러질 듯 견고한 질감의 잘 재단된 가죽 코트들 역시 여지없이 검은색이었다. 21세기형 말보로 맨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처럼.
Duffle Coat or Puffer Coat
Duffle Coat
어떤 코트를 장만해야 할까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될 때다. 발렌티노, 랄프 로렌, 벨루티 등 몇몇 브랜드는 더플코트라는 클래식한 대안을 내놓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특별한 변주 없이 기본적인 형태의 무릎길이 코트를 런웨이에 세워 복잡했던 선택지를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이제 남은 단계는 매장에 가서 내게 잘 어울리는 색과 실루엣, 입어보고서야 알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 등, 입자마자 ‘내 거다’ 싶은 더플코트를 골라 옷장을 채우면 된다.
Puffer Coat
국내에서는 거의 스테디셀러급인 롱 패딩, 그러니까 푸퍼 코트가 F/W 시즌 런웨이를 점령했다. 발렌시아가의 코쿤 실루엣 롱 푸퍼 코트, 겨울 이불처럼 푹신해 보이는 펜디의 콜라주 패딩, 릭 오웬스의 룩 등 발목까지 내려오는 푸퍼 코트는 구름처럼 가볍고 침낭만큼 든든해 보인다. 패딩 아우터 위에 푸퍼 코트를 겹쳐 입은 오프화이트, 드리스 반 노튼도 있다. 패셔너블해지고 싶다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야 한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다.
Neo Suit or Skirt
Neo Suit
수트의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다. 오프화이트, 루이 비통, 트리플에스 월드 코퍼레이션의 수트처럼 테일러링에 스트리트 무드를 가미해 젊고 유쾌해진 수트들이 눈에 띄었고, 베이지색과 블랙을 반씩 섞은 펜디의 수트와 테일러드 수트에 방탄조끼 같은 보디백을 더한 디올 맨의 수트, GMBH의 복고풍 자카르 수트 등 디테일에 변주를 더한 우아한 수트들도 돋보였다.
Skirt
남성 컬렉션에서 드물게 등장하던 스커트가 이제는 트렌드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이전의 스커트 하면 팬츠 위에 덧입는 식으로 런웨이 스타일링 방식의 일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시즌 전부터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한 스커트는 톰 브라운을 비롯해 드리스 반 노튼, 메종 마르지엘라, 키코 코스타디노브 등에서처럼 남성복의 일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옷으로 성별을 구분 짓던 때는 이제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Red or Camel
Red
이번 시즌의 레드는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차갑게 타오르는 원색적인 빨강에 가깝다. 펜디와 셀린느, 베르사체는 각자 스웨터와 카디건, 코트에 컬러 포인트로 빨간색을 활용했다. 그런가 하면 루이 비통과 닐 바렛은 가방을 포함해 전체적인 룩을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쇼가 끝나고도 강렬한 인상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Camel
캐멀색은 담백하다. 언제나 쉽게 지겨워지는 법이 없다. 이를 잘 이용할 줄 아는 브랜드들은 키 컬러 팔레트에 차분한 색감을 더했는데 MSGM, 라프 시몬스, 드리스 반 노튼 등이 그러했다. 또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누메로벤투노, 발렌티노는 캐멀색을 톤온톤으로 쌓고 쌓아 세트업으로 스타일링했다. 일상에서도 활용도 높은 스타일링 팁을 런웨이에서 찾는다면 위에 언급한 브랜드들을 참고해볼 것.
V Zone or Waist Point
V Zone
터틀넥으로 채웠던 브이존을 이번 시즌부터는 압도적인 크기와 길이의 목도리가 대체할 전망이다. 로에베와 마르니, 발렌티노는 잘 짜인 니트 머플러를 발끝까지 늘어지도록 연출했다. 생 로랑과 루이 비통은 얼굴을 반쯤 가리는 퍼 머플러를 내세웠다. 소재야 어떤 것이든 지금부터 한겨울까지 오버사이즈 머플러 하나면 거뜬할 거다.
Waist Point
이번 시즌부터는 허리춤을 바짝 조여야 한다. 벨트가 아닌 독특한 포인트로 허리를 강조한 스타일링이 여러 브랜드에서 포착되었으니까. 아우터 위에 벨트를 더해 실루엣을 강조한 프라다, 커머번드에서 모티브를 얻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울 밴드와 커먼 스웨덴의 룩, 복서 팬츠의 로고 라인을 바지 위로 드러낸 베르사체의 복고적인 착장까지 새로운 방식의 스타일링과 디테일을 눈여겨볼 것.
Waist Bag or Big Bag
Waist Bag
몇 시즌 전 급부상했던 웨이스트백의 유행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번 시즌도 하우스 브랜드들이 저마다 기존의 아카이브를 웨이스트백으로 접근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디올 맨의 새들백은 지난 시즌보다 한껏 우아해졌고, 펜디는 바게트백을 허리와 어깨를 감싸는 보디백 스타일로 재해석해 토트백과 함께 연출했다. 이외에도 베트멍과 헤론 프레스톤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 역시 허리춤에 웨이스트백을 멘 채 런웨이에 선 모델들이 눈에 띄었다.
Big Bag
웬만한 더플백의 수납을 뛰어넘는 오버사이즈 백들이 토트백부터 백팩, 메신저백까지 두루 등장했다. 과장된 실루엣과 만국기 패턴으로 이슈였던 루이 비통 남성 쇼에서 버질 아블로는 런웨이 룩의 핵심적인 디테일을 브랜드 아카이브에 접목한 거대한 가방들을 완성했다. 그중 풍성한 퍼 소재 커버로 뒤덮인 잰더 주의 배낭은 거의 경이로운 수준. 이 밖에도 준지, 알릭스, 에르메스 등에서 크고 아름다운 가방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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