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NEW ERA

크리스 반 아쉐의 벨루티는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선명하다.

UpdatedOn August 21, 2019

/upload/arena/article/201908/thumb/42582-381421-sample.jpg

벨루티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후, 크리스 반 아쉐는 하우스의 전통과 유산을 유심히 되돌아보았다. 독보적인 품질의 가죽과 은은한 파티나부터 한 세기 넘게 쌓아온 노하우,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 드높은 긍지에 이르기까지. 아카이브는 차고 넘치도록 풍성했다. 그럼에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1백20년 넘게 최고의 슈메이커로 명성을 떨친 브랜드지만, 본격적인 레디투웨어 라인을 선보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벨루티’다우면서도 참신한 옷. 그것은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책임이 막중했다. 평범한 디자이너라면 엄두조차 못 냈을 일이다. 물론 크리스 반 아쉐는 달랐다. 그에게 벨루티는 빈 캔버스 같았다. 쓸 수 있는 재료도 무궁무진했다. 그는 하우스의 유산을 한데 모아 융합시키고 동시대적으로 해석해 벨루티에서 첫 컬렉션을 완성했다. 그게 바로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이었다. 벨루티는 그때부터 달라졌다. 그 변화가 이번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명백하게 보였다.

벨루티 2020 봄·여름 패션쇼는 파리 뤽상부르 정원에서 열렸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이었지만, 지난 컬렉션을 떠올리면 기대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전 세계에서 모인 프레스와 바이어가 숨죽여 크리스 반 아쉐의 두 번째 벨루티 컬렉션을 기다렸다. 쇼는 정적을 깨는 음악과 함께 시작했다. 검은색 수트에 프린트 셔츠를 입은 모델이 포문을 열고, 그 뒤로 마흔아홉 명의 모델이 줄지어 등장했다.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강렬해진 컬러 팔레트였다. 이번에도 페라라 워크숍의 파티나 염료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분명했다. 채도를 끝까지 끌어올린 듯한 오렌지와 겨자색, 형광빛이 돌 만큼 쨍한 코발트 블루와 로열 퍼플… 홍채가 저릿할 정도로 선명한 색감이 컬렉션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또 전보다 한층 다채로운 스타일링도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날렵하게 재단한 테일러드 재킷에 버뮤다 팬츠를 조합하거나, 슬리브리스 베스트와 통 넓은 와이드 팬츠를 섞는 식. 거의 모든 룩이 자유롭고 유연한 옷 입기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특히 코트와 매치한 모터크로스 팬츠는 벨루티의 다양성과 모험 정신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변화의 증거는 정교한 디테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진정한 럭셔리가 완벽한 디테일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 가장 특징적인 세부는 레디투웨어에 이식한 스크리토 모티브. 파티나 레더 수트와 점퍼에 엠보싱 처리한 스크리토는 그 자체로 효과적인 장식인 동시에 브랜드 시그너처를 레디투웨어로 확장시키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또 작은 못을 촘촘히 박은 듯한 네일 헤드 장식도 있었다. 구두의 아웃솔과 어퍼뿐 아니라 가방, 벨트, 재킷, 심지어 스웨트 셔츠에 이르기까지 컬렉션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했다. 이는 “신발 아틀리에의 많은 장인들이 못을 입에 물고 작업한다. 그들의 노하우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벨루티 슈메이킹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다.

이번 컬렉션에는 새로운 액세서리도 대거 등장했다. 특히 슈팁의 색깔과 소재를 다르게 처리한 알레산드로, 알레산드로에 스니커즈 밑창을 결합한 알레산드로 에지, 스리 버클 몽크 슈즈가 슈메이커 벨루티의 역량을 명백하게 확인시켰다. 모서리를 오렌지 컬러로 파티나 처리한 앙주르 걸리버 백과 슈혼으로 장식한 트로아 뉘 트리오 포켓 백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대망의 피날레. 50가지 룩이 런웨이를 빠르게 지나가자 이 모든 감상들이 한 지점에 모였다. 벨루티의 현재가 선명하게 보였다. 크리스 반 아쉐는 브랜드의 전통이나 유산을 단순히 복제하거나 번역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진화나 팽창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벨루티의 세계는 분명 더 크고 확고해졌으므로. 피날레 마지막엔 크리스 반 아쉐가 사뿐사뿐 걸어나와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인사를 건넸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BEST BAGS 

3 / 10

 

 

 BEST SHOES 

3 / 10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윤웅희
COOPERATION 벨루티, 쇼비츠

2019년 08월호

MOST POPULAR

  • 1
    IN THE ROOM
  • 2
    Welcome BACK
  • 3
    시계에서도 ‘에루샤’가 통할까?
  • 4
    콤팩트한 데일리 시계 추천
  • 5
    호텔보다 아늑한 럭셔리 글램핑 스폿 5

RELATED STORIES

  • FASHION

    Welcome BACK

    다시 봄, 보테가 베네타를 입은 김재원의 고유하고 분명한 태도.

  • FASHION

    Groundbreaker

    색다른 시선으로 남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세 브랜드 창립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 FASHION

    WITH MY BUDDY

    그린 필드 위 디올 맨의 프레피 골퍼들.

  • FASHION

    SKIN DEFENDER

    날씨 변화가 심한 봄철, 피부를 든든하게 지켜줄, 다채로운 제형의 스킨케어 제품들.

  • FASHION

    WEEKDAYS

    어떤 일상 속에 비친 주얼리.

MORE FROM ARENA

  • FASHION

    에디 슬리먼의 꿈

    에디 슬리먼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셀린느의 수장은 돌연 자신의 카메라를 둘러메고 미국 말리부로 향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밥 딜런이다.

  • DESIGN

    NIKELAB X STONE ISLAND

  • FASHION

    침대 맡에 두고 취하는 향기들

    불면의 밤, 침대맡에 두고 취하는 향기들.

  • REPORTS

    이기우라는 색

    배우 이기우가 변신을 시도한다. 다시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LIFE

    Radiant Innovation

    글로벌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아이코스가 스티브 아오키와 만났다. 페스티벌의 에너지를 입은 아이코스 X 스티브 아오키 10주년 한정판 시리즈.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