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과 별과 바람을 담은 정사각형 공간.
조병수
건축가 조병수는 몬태나 주립대학에서 건축학 학사를,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도시설계학과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4년에는 미국 아키텍추럴 레코드가 선정하는 세계의 선도적 건축가 11인에 꼽혔고, 이어 미국 북서부 및 태평양권역 미국 건축가 협회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조병수가 손을 더하는 건축은 한국적 감성이 짙게 스며듦과 동시에 세계적 방향과 상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병수 건축가의 ‘ㅁ’자 집은 경기도 양평군 수곡리에 있다. 건축가가 작업을 구상하거나 휴식을 위해 찾는 곳이다. 2004년에 지었으니까 15년이 지난 공간이다. 그만큼 건축가의 시간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특집 ‘건축가의 집’을 취재하며 ‘ㅁ’자 집을 선택한 이유다. 공간에는 사람이 머문다. 사람은 그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네모반듯한 구조물이 하늘과 땅 사이에 정직하게 놓여 있다. 원숙한 건축가는 이곳에 머문다. 조병수 건축가와 ‘ㅁ’자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ㅁ’자 집이 갖는 조형적인 의미를 물었다.
이름 그대로 ‘ㅁ’자 집이다.
13.4×13.4m의 정사각 공간이다. 3.2m 지하에 박스형 공간을 묻어놓은 형태가 ‘땅 집’이라면, 박스형 공간을 대지 위에 올려놓은 것이 ‘ㅁ’자 집이다.
‘ㅁ’자 집 가운데는 집과 꼭 닮은 연못이 있다.
‘수정원’으로 불리는 5×5m 크기의 연못이다. 하늘로 향한 개구부, 그러니까 땅에 같은 크기의 연못을 만들어 그곳에 하늘과 땅과 별과 바람을 담았다. 수정원의 설계 형태는 지하수를 끌어와 흘려보내고, 다시 그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돌아오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안과 밖이 서로 다른 느낌이다.
사각형 박스는 밖에서 보기에는 육중하고 사방이 막혀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집 안으로 좁혀 들어가기보다는 집 밖의 자연으로 확장하는 쪽에 가깝다. 끝없는 가능성 안에서 즉흥적으로 거닐다 보면, 결국엔 완전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완전함’을 어떤 형태의 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보나 기둥 없이 이어진 하나의 공간 안에 고목재 10개를 세웠다. 오래된 나무 기둥을 적당한 자리에 세움으로써 하나의 텅 빈 공간에 움직임이 생기고,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할 수있게 되었다.
건축가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이란 뭘까.
자연스럽다는 거. 참 애매모호하다. 적당하다는 말과도 비슷하다. 하다 말고 남은 상태의 ‘여백의 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하면 ‘절제되어 적당히 모자람’이 아닐까.
‘ㅁ’자 집이 갖는 조형적인 의미가 궁금하다. 건축가는 어떤 의도로 공간을 설계했을까.
나는 작업할 때 직선의 사각 박스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박스 형태 건축물은 작업자 입장에서볼 때 도면 그리기와 짓기가 쉬울 뿐 아니라, 형태는 단순하지만 내적 경험은 다채로울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ㅁ’자 집은 최소한의 것만을 지닌 담백한 공간이자, 가장 단순한 박스 형태에서 시작하지만, 달빛과 바람과 흙과 비를 품을 수 있는 건축이다. ‘ㅁ’자 집이 건축적으로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ㅁ’자 집이 갖는 설계적 특징이라면 어떤 부분일까.
‘ㅁ’자 집이 보여주는 단순하고 담백한, 최소의 요소만 갖추었다는 공간적인 개념도 중요하지만, 설계적 특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콘크리트를 문질러 방수 효과를 낸 것이 그렇고, 철 프레임 없이 콘크리트에 바로 유리를 넣어 창을 마감한 것이 그렇다. 또 최소한의 콘크리트 타설 등 여러 가지 실험과 새로운 시도가 좋은 성과물이 되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친환경적이면서 간결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내용들이다.
‘ㅁ’자 집을 어떻게 함축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경사면에 박히며 하늘과 땅을 향해 뚫려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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