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권치규 부부 조각가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봉리’라고 불렸던 외진 곳에 문봉 조각실이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문봉‘동’으로 바뀌었다. 카페라면서 다짜고짜 조각실이라니. 얼마나 자신만만하고 대단한 이름인가, 싶었다. 실제 조각가 부부가 운영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위치도, 상호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좁은 골목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공사장을 연상시키는 작업장이 나타난다. ‘잘못 찾아왔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언덕을 더 올라가면 문봉 조각실 카페가 나온다.
문봉 조각실은 김경민, 권치규 부부 조각가가 운영한다. 김경민과 권치규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서울 시내에서, 그리고 수도권 곳곳에서 이들의 작품은 익숙하다. 2013년 압구정 로데오 거리 초입에 설치된 ‘I LOVE YOU’ 작품이 그렇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의 작품은 익숙해서 친숙하고 친숙하니까 더 반갑다. 이들의 이름을 모르는 이도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봤을 테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 부부 작가는 조각가라기보다는 공공 조형물 아티스트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문봉 조각실은 상업적이기보다는 문화적인 공간에 가깝다. 서울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고양시에 자리한 이유는 단순하다. “무명 작가 시절부터 이곳이 작업장이자 놀이터고, 살아가는 공간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고향에 가깝지요. 작업 공간을 거의 고치지 않고 카페로 만들었습니다.” 김 작가의 말이다.
지금은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기반이 탄탄한 부부 조각가이지만 이들에게도 어려웠던 과거는 있다. “지금은 우리의 작품을 알아주는 이가 있지만 과거에는 그저 몸으로 부딪쳤어요. 무명 기간도 길었고요. 젊은 시절 우리의 노력이 모두 녹아 있는 공간이 문봉 조각실입니다.” 권 작가가 덧붙인다. 그래서인지 건물부터 인테리어까지 거의 손본 것이 없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작가의 공간인 만큼 작가의 숨결이 살아 있어야 하니까요. 인테리어 역시 외부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다. 카페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문부터 유리창까지, 저희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꾸몄어요. 그래서인지 애착이 크고요.”
1층은 일반적인 카페와 다르지 않다. 넓은 테이블, 녹색 식물 등으로 가득 채웠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친구의 집에 방문한 듯, 외국으로 놀러 간 듯 익숙하고 정겨우면서도 이국적이다. 직접 작품 활동을 하던 테이블부터 손때 묻은 스툴까지 모여 있어서 더욱 그렇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김경민, 권치규 작가의 작품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이자, 작가에게 직접 작품을 살 수있는 갤러리기도 하다. ‘카페를 방문하는 모든 방문객에게 먼 곳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하고 싶다’는 부부 작가의 의도다.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한 문봉동에 머무를 것이라는 작가들에게 이 카페는 작업 공간이자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는 창구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럽 어디에나 있는 모퉁이 카페처럼 편안하지만 예술적인 정서를 느낄 수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습니다.” 김경민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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