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가변적 공간을 만든다.
33아파트먼트를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차인철,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용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진욱, 바리스타 이기훈은 오랜 동네 친구다. 함께한 시간만큼 닮은 네 명의 취향이 한남동 작은 공간에 담긴 건 2년 전이다.
각자가 잘하는 것들을 모아보니 지금의 카페가 됐다. 네 명의 대표가 하나로 모아 정리한 의견은 33아파트먼트가 정적인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 테이블이나 오브제로 가득 찬 공간보다는, 빈 공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다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의 순환적인 형태를 완성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커피를 즐기되 공간의 제약이 없었으면 하는 것.
그러니까 카페를 찾는 손님들이 안과 밖 어디서든 자유롭게 커피를 즐기길 원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러 커피를 즐기거나, 카페 앞에 편하게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길 바랐어요. 때론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에서 벗어나 듣고 싶은 음악을 밖에서 즐기기도 하고요. 막힌 공간을 벗어나 그늘 아래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죠.”
그런 이유로 김용권 디자이너가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 역시 시트 포지션이었다. “시트 포지션이 가장 중요했어요. 테이블이 놓여 있는 공간도 있지만, 벽면이나 통로 쪽에도 걸터앉을 수 있는 구조물들을 구성했어요. 그렇게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얻은 건 개방감입니다. 벽이나 테이블로 공간을 나누지 않으니까 열린 공간을 얻게 됐죠.”
김용권 디자이너의 설명대로 33아파트먼트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시트 포지션에 집중돼 있다. 인테리어 소품을 최소화하고, 튀거나 화려한 소재는 사용하지 않았다. 페인트 톤도 우드 톤, 포인트라면 33아파트먼트의 시그너처 색상인 녹색을 전체적으로 사용한 정도다. 카페를 직접 방문해보면 정말 그렇다. 1층과 지하가 모두 열린 공간이다. 카페가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유리가 그렇고, 손님과 바리스타를 가로막지 않는 커피 바가 그렇다. 지하 공간 위로는 작은 유리창을 가로로 길게 내어 개방감을 더했고,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던 공간은 그대로 살려 유리로 감쌌다.
“저희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을 꼽자면 1층이에요. 바리스타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카페를 만드는 게 기획 의도여서 바 구조를 이렇게 개방형으로 설계했어요. 커피가 만들어질 동안 편하게 대화도 나누고, 바 주변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죠. 다행히 저희의 의도가 지금까지 잘 전달되고 있구나 싶은 게, 단골손님들이 항상 1층에만 머물다 가시거든요. 하하. 저희들하고 친구처럼 대화 나누다 가세요.”
이렇듯 콘셉트가 분명한 33아파트먼트지만, 왠지 모르게 변화의 여지도 있을 것만 같다. 상상하며 그려둔 공간을 오롯이 실현한 기획력을 보면, 언제라도 다시 뚝딱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 같으니까.
공간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네 명의 대표가 답했다, “그럼요. 사실 33아파트먼트가 화려하지는 않아도 항상 변하는 공간이에요. 커다란 유리에 그린 그래픽도 매 시즌 바뀌고, 바깥쪽 갤러리도 3개월마다 작품들이 교체되거든요. 작품 선정도 직접 하고요. 커피도 무언가를 첨가해 새로운 맛을 내기보다는 제철 커피를 사용해서 본 재료에 변화를 주고 있어요. 열린 공간, 가변적인 공간이 저희 카페의 최초 기획 의도였으니까. 거기에 맞게 카페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크리에이터 네 명이 손을 더해 만드는 가변적인 이 공간은 한남동 뒤편, 작은 골목에 있다. 큰길에서 접어드는 모퉁이를 돌면 바로 보이는데, 카페 앞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꼭 사랑방이나 아지트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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