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광교에 ‘앨리웨이 광교’가 들어섰다. ‘골목 정서’를 바탕으로 꾸민 새 공간이다. 골목마다 일상이, 휴식이, 즐거움이 스며 있다.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토대가 여기 광교에서도 반짝인다. ‘스트롤’은 그런 ‘앨리웨이 광교’ 안에 자리 잡은 라이프스타일 편집 공간이다. 맥락에 중점을 두고 공간과 경험을 제안한다. 제안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편하고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트롤에는 문이 없다. 매장 전면을 모두 개방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앨리웨이 광교’의 시원한 광장이 바로 보이는 매장 입구에서 스트롤의 여준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트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제안이 왔다. 달콤한 제안은 아니었다. 피하고 싶은 조건들이 몇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조건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서울 상권이 아닌 곳. 남성 타깃 콘셉트. 그리고 리테일. 쉽지 않았다.
어려운 숙제다. 그럼에도 희망을 봤다면?
밸런스. ‘앨리웨이 광교’의 소비 양상을 분석해봤을 때 밸런스가 필요했다. 밸런스를 맞추려면 당연히 남성 타깃 공간이 있어야 했다.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걸 해보자 싶었다.
스트롤에는 세 가지 콘셉트가 있다. 맥락, 제안, 경험.
맥락, 제안, 경험은 내가 하고 싶거나, 내가 세운 철학이 아니라, 안 하면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들이다. 요즘 대부분 온라인 소비를 하는데, 다르게 팔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스트롤이 주창하는 맥락과 제안, 경험은 다르게 파는 기준인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르게 파는 방법? 테넌트가 바뀌어야지. 그럼 어떻게 바꾸느냐로 질문이 이어지는데, 단순하게 정말 다른 제품을 받는 거다. 물건을 다르게 디자인해서 받고.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서 받고. 이 두 가지가 가능해지면, 이제 다음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는 거다. 디자인이나 가격의 변화는 테넌트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럼 다음 차례는 이제 우리가 그걸 어떻게 운용하는가가 아니겠나.
스트롤이 할 수 있는 것 말인가?
그렇다. 나는 지금껏 소비를 정말 많이 했다.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걸 사는 게 좋아’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거다. 쉽게 설명하면 사야 하는 이유지.
매장 곳곳에 쓰인 문구들이 그런 내용들인가?
맞다. 하지만 팔고 싶은 걸 파는 이유. 사야 하는 이유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놓은 쪽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서 내가 써놓은 말들에 의미가 더해진다면, 오프라인에서 소비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거고. 사실 스트롤의 첫 모토가 ‘백 투 오프라인’이었다.
문구를 하나 둘 읽다 보면 꼭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여준영 대표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있다. ‘스트롤을 방문한 분들에게 잡지 한 권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자.’ 그러려면 많은 콘텐츠를 갖추어야 한다. 제품 하나당 세 가지는 무조건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상, 음악 그리고 글. 이걸 고민하고, 만들다 보니 직접 하게 됐다. 좀 전에 이야기했듯이 내가 문구를 쓰는 이유는 제품을 설명하고, 제안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사실 우리 역할은 거기까지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고 흥미를 느꼈으면 반은 성공한 거다.
스트롤이 그리는 완전한 성공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글쎄, 물론 매출도 좋아야지. 하하.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목표나 결과인 거고. 시스템으로 답하자면, 셀렉트 숍이면 선택의 고민을 덜어줘야 하는데 대부분 편집매장이 그게 잘 안 된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나는 사실 제품 하나씩만 두고, 옷 하나씩만 걸어두고 싶다. 거기에 콘텐츠를 더하고. 이상적이긴 한데 어찌됐든 셀렉트 숍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해내면서 콘텐츠로도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스트롤은 그런 과정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스트롤은 확실히 새로운 공간으로 느껴진다.
없는 건 안 되니까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안 되는 걸 하고 있는 거다. 어려운 숙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는 것.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거다. 이를테면 남성 편집매장이지만, 여성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고. 거기에서 우리가 제안할 것들이 또다시 생겨날 테니까…. 그래서 요즘의 흐름이 참 흥미롭다.
스트롤은 어떤 공간으로 완성될까?
스트롤 안에는 ‘스페이스’라는 공간이 있다. ‘스페이스’에서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과 위스키를 나눠 마실 수도 있다. 나는 이곳에 내가 수집한 책과 잡지를 놓아두기도 했다. 이렇듯 스페이스는 굉장히 편안한 공간이자, 취향에 따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체적인 공간이다. 전체 맥락으로 보면 무엇보다 ‘로컬’에 집중한 공간이다. 그러니까 스트롤은 쉽게, 또 자주 머물면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서로의 취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거다. 그러니까 산책 나온 남자들이 ‘스페이스’에 모여 위스키를 나눠 마신다든지,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 그때가 아닐까.
스트롤을 해시태그로 정리한다면.
내내 이야기한 거. #맥락 #제안 #경험.
한 문장으로는?
안 되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는 공간.
여준영의 말들
여준영은 소비를 많이 했다. 오랫동안, 다방면에서 꾸준하게 소비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런 그가 제품을 추천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까. 매장 곳곳에 쓰여 있는 문구는 그런 내용들이다. 그리고 여준영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만 있어도 되는 물건은 내 기준에서 가장 좋은 것보다 조금 더 좋은 것을 사야 합니다. 조금 무리하더라도 로망에 가까운 지점에서 결정하고 오래 곁에 두세요. 그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과 도저히 갖기 힘든 것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 지점을 리처블 로망(Reachable roman)이라고 부릅니다.’
스페이스
스페이스는 나만의 공간이다. 책을 읽거나, 우연히 만난 이웃들과 위스키를 나눠 마실 수 있다. 취향에 맞는 잡지를 볼 수도 있다. 스페이스는 경계 없이 만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이다.
오드(ODE)
사운드 플랫폼 ‘오드’에서 운영하는 공간 ‘오드’에서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청음실과 영화감상실이 마련돼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DVD와 LP를 취향에 따라 이용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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